한국목재신문 이명화 기자
국내에서 MDF를 생산하는 회사가 모두 7개가 있는데 이들에서 지난해 MDF 생산은 180만 입방이다. 목재 부족이라는 핸디캡이 있는 상황에서 역으로 MDF를 수출하기까지 한다는 것은 그들의 기여도가 작지 않고 우리에게 시사하는 의미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대기업이 생산하는 보드의 양적 팽창이 국내 제재라인을 갖춘 곳들에게는 위협이 되고 있다.

대기업은 MDF와 PB를 생산하기 위해 원목의 피죽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심재쪽으로 갈수록 사용하기가 적합하지 않아서 제재목을 자체 가공함으로써 대형 건설사들의 시공현장에 납품하고 있다. 이들은 대량 생산을 하고 원가 이하로 판매함으로써 제재소들이 생산하는 제재목을 그들이 낮춰놓은 가격 수준에 맞추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들의 논리는 매우 원론적이다. ‘피목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MDF와 PB를 생산하기 위해서 제재소를 가동하는 것이다’, ‘생산을 위한 제재이니 필요조건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쓰고 남은 원목의 가운데 부분은 제재소들에게는 사업의 전부다. 대기업의 사이드메뉴는 국내 제재소들에게는 메인메뉴다. 대기업이 필요한 부분을 다 쓰고서 남은 부분은 국내 제재소들이 생산해서 판매해야 할 메인메뉴인 것이다. 대기업이 생산을 안하면 안하는 만큼 제재소들이 어디에서든지 생산을 해서 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대기업이 '피목 확보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제재목이 생산 되는 것이니 판매하겠다' 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는 너무나 제재소를 생각해주지 않는 이야기다.

하지만 대기업도 입장이 있다. MDF와 PB 생산을 세계 탑 10에 들게 했다는 것은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목재가 적고 인건비와 대지비용이 높게 작용하는 상황에서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케이스를 만든 것은 정말로 박수쳐줘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기업이 제재설비를 갖췄으니 ‘이왕 하는 김에’ 제재목도 생산하겠다는 것은 제재소를 위협하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대기업도 역할이 있고 제재소도 역할이 있다. 각자 제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기업과 영세기업들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정말로 찾기 어려운 일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수입 제재목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국내 제재소들의 가격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제재목 수입도 좋고 보드 수출도 좋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대기업이 성장할수록 영세기업은 더욱 설 자리가 줄어든다.

영세기업을 지원하거나 보조해 줄 대책은 적거나 없어서 제재소들은 이리저리 치이고 있다. 제재소들이 자발적으로 경쟁력을 찾아야 하는 것도 맞지만 설 자리를 잃지 않게 주변 산업이 제재소를 보호해 주고 있기는 하는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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