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종합목재 Ⅲ

1992년, 울산에 합판 공장 설립
현대종합목재(당시 사장 음용기)는 1992년 울산에 합판 공장을 설립했다. 울산 합판 공장은 정주영 회장(당시 78세)의 뜻에 따라 처음부터 PNG산 목재와 러시아산 목재를 반반씩 섞어 합판을 만드는 공장으로 설계됐다.

PNG산 목재를 깎는 일본제 미나미 로타리와 러시아산 목재를 깎는 이태리제 ‘아리스토레이스’ 로타리를 수입해 설치하고 전 라인을 자동화했다. 주로 12㎜×3×6 콘크리트 판넬(거푸집용)을 만들었다. 이 무렵 국내의 모든 합판 공장들이 러시아산 원목을 중판으로 사용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을 때 였다.

인천의 선창합판은 러시아산 원목을 20% 정도 사용할 때 였고, 대성목재는 15%정도, 이건산업은 10%정도 섞어서 사용할 때였다.

이제까지 침엽수로 합판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각 합판 회사들은 자기 회사의 형편에 맞게 조심스럽게 러시아산 원목 사용량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을 때 였다. 각 합판회사들의 침엽수 사용량이 30~40%까지 늘어난 것은 1993년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이때는 러시아산 원목 대신에 뉴질랜드산 라디에타파인이 주로 사용됐다.

러시아산 원목의 사용으로 침엽수 사용에 어느정도 자신감을 얻게 된 합판회사들은 199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뉴질랜드산 원목을 수입해 침엽수 합판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합판 회사들은 그때부터 오늘날까지 18년간을 뉴질랜드산 원목으로 합판을 만들고 있는데, 합판에 침엽수 사용 동기부여를 한 사람은 현대종합목재의 정주영 회장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산 원목으로 합판을 만들겠다고 주창한 사람이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었고, 그 주장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울산에 합판 공장 건설에 나선 것이 1991년이었으니 그의 선견지명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1992년, 정주영 회장 대통령 선거출마
‘돈을 많이 벌면 금 밥그릇에 밥을 먹고 싶고, 금 밥그릇에 밥을 먹으면 임금이 되고 싶다’라는 옛 말이 있다. 한국의 재벌그룹 1위에 등극한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은 옛말처럼 임금이 되고 싶었을까.

1987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돼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정주영 회장은 1992년초 통일국민당을 창당하고 대표 최고위원이 되었고 그해 5월 제14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전국구의원으로 당선됐다. 정주영 회장은 같은 해 12월 제 14대 대통령 선거에 통일국민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지만 당시 민자당 김영삼 대통령 후보에게 패배했다.

만약 그때 정주영 회장이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1998년 IMF 사태는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는 가정이 부질없는 일이다.
만약 ‘세조가 단종을 죽이지 않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가정이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1992년, 현대종합목재 사장 구속
1992년 12월 5일, 제 14대 대통령 선거가 한참 진행중 일때 서울지검 공안 1부는 현대종합목재가 통일국민당 정주영 대통령 후보를 조직적으로 선거운동을 지원한 혐의로 현대종합목재 음용기 사장, 정운학 부사장, 최갑순 상무 등 고위간부 8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음용기 사장(당시 52세)등이 현대종합목재의 공장이 있는 용인과 화성 등 경기남부지역과 합판공장이 있는 울산지역에서 사원들을 선거운동에 동원하는 등 조직적으로 통일국민당을 지원해 온 사실을 밝혀내고 12월 6일 음용기사장, 정운학 부사장(당시 56세), 최갑순 상무(당시 43세) 등을 대통령 선거법 위반(특수관계를 이용한 선거운동)혐의로 구속했다. 기업체 회장이 대통령에 출마함으로써 일어난 정치적 사건이었다.

검찰은 이에 앞서 서울 강남구 현대종합목재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압수한 회계장부 등을 토대로 현대 직원들이 불법선거운동을 하는데 사용한 자금내역을 포착했다. 검찰에 의하면 음용기 사장은 지난 9월부터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종합목재 본사 사무실에서 관리이사들과 회의를 갖고 용인군, 오산시, 화성군, 울산시 등의 통일국민당 지원을 위한 선거운동을 하기로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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