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종합목재 ⅩⅠ

증시 퇴출서 재상장까지 7년간의 고생
경규환 리바트 사장은 가구업계의 ‘디지털 경영자’로 불린다. 서울 서초동 그의 집무실 컴퓨터에 달린 화상캠이 그 증거이다. 그는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외국과 지방 실무자들을 컴퓨터로 호출한다. 이른바 ‘온라인 화상회의’다. 이를 위해 리바트의 대리 또는 과장급 이상의 250명 직원 컴퓨터에는 ‘화상캠’이 달려 있다. 화상캠이 있는 대신 리바트에는 종이결재가 없다. 1997년부터 ‘전자결재 시스템’을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이 넘었다. 경 사장은 “해외지사에서도 사장결재까지 2시간이면 끝난다”고 말한다. 기안 작성부터 팀장, 임원단계를 거쳐 사장결재까지 며칠씩 걸리던 전례에 비하면 초스피드의 의사결정인 셈이다. 이런 ‘IT경영’도 ‘기업경영은 어차피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게임 아니겠느냐’는 경 사장의 경영철학 덕분이다. 실제 리바트 종업원 1인당 매출액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2006년 3000억원 돌파에 이어 2012년에는 3400억원을 돌파했다. 임직원 450명 수준에 견줘볼 때 ‘1인당 매출액 8억원’에 가까운 수치다. 연간 수익도 120억~130억원을 오르내린다. 사내 유보금은 300억원대에 이르는 알짜회사다.

굴곡 많았던 회사
그러나 알고보면 리바트는 ‘굴곡’이 많았던 회사다. 1991년부터 7~8년간 매년 2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낸 만년적자 회사였다. 현대그룹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드디어 IMF이후인 1998년 퇴출기업으로 선정됐고, 급기야 증시에서 퇴출까지 됐었다. 이 때문에 죽다 살아난 리바트를 가구업계에서는 ‘돌아온 장고’, 증권계에서는 ‘턴 어라운드 회사(실적호전업체)’라고 부른다.
한계기업 판정에서 우량회사로 변신하는 과정에는 경규환 사장이 있다. 그는 1979년 현대산업개발 입사 후 1989년 현대종합목재(現리바트)로 가구업계에 첫 발을 들여놓았다.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던 1998년 말 현대리바트 관리본부장(상무)으로 당시 강성 노조의 협상 파트너였고, 2000년 리바트로 새출발하면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대기업 우산에서 벗어나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해법은 종업원 지주회사에서 찾았다. 울산합판공장, 목재수입 등 덩치는 큰데 돈이 되지 않는 사업부는 모두 정리했다. 강성노조는 없어졌고, 경영개선위원회로 바뀌었다. 수익이 적어도 어느 정도 덩치 있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임직원의 주장에도 꿈적하지 않았다. 관행이었던 ‘덤핑판매’도 그때 끝장을 냈다.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제학과 출신으로 주로 관리와 재무파트에서 성장해온 경 사장 눈에는 이익위주의 경영이야말로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었다.
그는 ‘숫자놀음은 남들 보기에만 좋은 떡’이라고 말한다.

초창기 투자에 비해 15배 차익
2005년 11월 증시퇴출 7년 만에 재상장된 리바트 주가(액면가 1,000원)는 현재 주당 13,500원(2013년 1월 17일 종가)에 이른다.
경 사장은 “직원 성과급을 주식으로 나눠주고 가능한 순익을 많이 내서 배당금으로 돌려주려고 한다”면서 “과거 50% 무상증자까지 감안하면 2000년 투자 당시에 비해 15배 이상 오른 셈”이라고 말한다.
철저한 구조조정과 노세일 경영이 리바트 회생의 일등공신이었다면 브랜드 경영, 고객만족경영, 친환경 경영은 리바트에 날개를 달아준 포인트였다. 현대 리바트는 5개 브랜드를 운영한다. ▲가정용 가구 ‘리바트’ ▲주방가구 ‘리첸’ ▲사무용가구 ‘네오스’ ▲온라인 전문가구 ‘이즈마인’ ▲선박가구 ‘리바트마린’ 등이다.
경 사장은 외환위기 당시 일선 마케팅 현장을 다닐때 “아직도 리바트가 있나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그때 “브랜드 경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가구업계를 통틀어 가정용 가구는 정체 내지는 역성장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 리바트만 15% 성장했다”면서 “그동안 노력이 이제야 빛을 보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리바트는 가구업계 유통구조를 바꾼 회사로도 유명하다.
대리점은 주문만 받고 리바트 본사가 생산부터 배달·설치까지 도맡아하는 시스템이다.
2003년 도입한 ‘직택배 시스템’은 이제 가구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경 사장은 “A/S가 전자업체인 삼성, LG만큼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 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자평한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 2002년 시작한 ‘친환경 경영’은 이제 리바트 앞에 붙는 수식어가 됐다. 리바트가 받은 563개 제품의 환경마크는 국내 종합가구업계 전체 인증의 50%가 넘는 수준이다. 경규환 사장이 대기업을 따돌리고 2012년 11월 출범한 ‘친환경상품 CEO포럼’의 초대 회장에 뽑힌 것도 ‘친환경 경영’의 선두회사라고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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