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에 사용된 목재에 할렬이 발생하고 단청이 박락하는 현상이 발생하자 부실시공이라며 대부분의 언론에서 대서특필했다. 이어 준경묘에서 벌채해서 공급한 목재의 일부가 러시아산으로 바꿔치기 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이에 대한 추측성 기사들이 난무했다. 급기야는 한 달 이상 걸리는 DNA 검사까지 해서 결국 국내 소나무로 밝혀지고 러시아산 소나무는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결론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광화문 복원공사에 제공된 소나무 4그루가 다른 소나무로 대체되어 빼돌려 졌다고 보도됐다. 신응수 대목장은 제공된 소나무가 상태가 좋지 않아 다른 소나무로 대체해 썼고 보고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상식적으로 신 대목장이 숭례문에 러시아산 목재를 사용했다는 의문에 대해서는 말도 안되는 의심임을 알 수 있는 데도 좀처럼 의심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러시아산 소나무로 바꿔서 팔자 고칠 정도로 차익이 남지도 않는데 굳이 바꿔치기 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숭례문 복원과정이 짧아서 목재가 충분히 건조되지 못하고 사용된 점이 부각돼야 하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복원돼야 하는 점을 놓고 갑논을박 했어야 됐다. 러시아산 목재로 바꿔치기 의혹이 제기되자 충분히 파헤쳐보아야 할 사건이 엉뚱한 데로 흘러갔고 결국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로 돌아왔다.

숭례문에 사용된 목재에는 분명 경험만 있고 과학이 없었다. 과학이 없이 사용된 목재는 예기치 못하는 결함으로 구조물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육안상으로 눈살을 찌푸리는 변형이나 할렬을 동반하기도 한다. 대목장들도 목재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경험만이 능사는 아니고 그 경험에 의존해 대규모 복원공사를 진행하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

문화재청은 광화문 현판, 숭례문 부실공사 같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목재가 사용되는 복원공사에 반드시 목재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받아야 한다. 또 문화재청 공사관련 규정을 목재전문가에게 의뢰해서 개선할 점을 찾고 반영해 줘야 한다.

목재는 과학으로 얼마든지 하자에 대처할 수 있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목수도 과학적 기초가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다. 광화문 현판도 숭례문 기둥 할렬도 과학적 접근을 했다면 막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번 숭례문 사건을 통해 안타까운 점은 목재공학회의 공식적 의견이 없다는 점이다. 의혹이 꼬리를 물고 커지는데 이를 바로잡아줄 학회의 공식적인 의견이 없었다는 점도 매우 유감이다. 목재공학회가 이번 사건에 분명하게 입장을 밝혔더라면 과학적 의견이 존중됐을 뿐 아니라 쓸데없는 의혹 부풀리기는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벌어진다면 목재공학회가 반드시 의견을 내어주길 바란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과학적 지식이 없는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이 여과없는 인터뷰를 하면서 의혹이 더 증폭되는 경우도 없지 않았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목재는 모든 이력을 그 안에 간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예견할 수 있다. 더이상 현상만 문제 삼고 과학적 의견이 무시되는 이용환경을 만들어선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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