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클보드의 역사 XVI

2013년 8월, 가구업계 PB할당관세 신청
가구업계가 정부에 PB할당관세 지정을 신청함으로서 가구업계와 합판보드협회는 또 한번의 싸움이 시작됐다. 2013년 8월 22일에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한국가구산업협회, 씽크공업협동조합 등 가구관련 3개 단체는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수입되는 PB에 대해 2014년 상반기 할당관세품목으로 지정해 줄것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했다. 이들 수입산 PB에 부과되는 기본관세 8%는 영세한 국내 가구제조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할당관세’란 일정기간 동안 정부가 정하는 수량(한정수량)의 범위내에서 관세율을 낮춰주는 제도로 기본세율보다 우선하는 세율이다. 때문에 가구업계의 할당관세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수입산 PB에는 4%의 세율만 적용하게 돼있어 국내 가구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가구업계는 이런 할당관세가 2014년 상반기에 실시되기를 바라는 입장이었다.
가구업계는 2014년말부터 이케아(IKEA)의 공세가 시작되는데 가구완제품이 무관세로 국내에 수입되기 때문에 가구 원자재인 PB 역시 관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 진출을 선언한 이케아(IKEA)가 광명역세권 부지에 국내 1호점을 2014년말 오픈하기로 돼 있기 때문이다.

보드업계의 입장
그러나 보드업계는 이같은 가구업계의 움직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2012년 4월, 양측이 합의한 사항을 가구업계가 일방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2012년 4월 당시 가구업계는 보드업계가 동남아산 PB에 대한 반덤핑관세(7.67%)의 연장 신청을 하지 않으면 할당관세 요청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에 반덤핑관세 연장을 포기하면서 한발 양보했음에서 불구하고 가구업계가 이제와서 할당관세를 요청하는 것은 배반행위라고 비난했다.
2012년 4월, 가구업계와 보드업계가 서로 협력해야하는 상생관계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화해모드를 약속했는데 이번에 가구업계가 일반적으로 합의를 깨트리고 상생협력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보드업계는 할당관세가 시행될 경우 국내 보드업계는 고사할 수도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합판보드협회는 ‘가구제조업체에서 PB가 차지하는 원가비중이 5% 내외에 불과한데 할당관세를 적용한다고 해도 가구제조사의 부담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판보드협회는 ‘만약 할당관세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국내에 3개 남은 PB 공장마저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위기에 처해질 것’이라며 8%의 기본관세는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적정 시장 가격유지를 위한 동남아산 PB에 대한 반덤핑관세가 폐지된 후 국내산 PB 단가가 20%가량 떨어졌고 PB 공장들의 수익도 대폭 하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산 PB 가격은 동남아산 PB에 대한 반덤핑관세가 유지됐던 2012년 4월 이전에는 15㎜×4×8 PB의 장당가격이 1만1,000원(부가세 별도) 수준이었으나 반덤핑관세 폐지이후 장당 9,000원(부가세 별도)대로 급락했다.
그러나 가구업계 측에서는 “가구 완제품은 무관세로 수입되는데 가구 원자재인 PB에는 8%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어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PB 할당관세는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PB 할당관세 신청은 이케아(IKEA)가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가구수입 시장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차원에서의 조치이지 보드업계의 고사를 원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케아(IKEA)의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가구업계와 보드업계의 생존을 위한 싸움이 또 한번 시작된 셈이었다.

파티클보드는 아파트의 부엌가구와 함께 궤를 같이 했다.
파티클보드는 아파트의 부엌가구에 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 부엌가구는 1970년대 아파트의 보급과 함께 시작됐다. 과거 우리나라 부엌에서는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하고 그 열이 안으로 들어가서 구들장을 데우는 난방기능을 겸해왔다. 그러한 재래식 부엌에는 부뚜막이 있고 가구라야 그릇을 넣어두는 찬장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것이 아파트라는 서구형 주거 공간 틈장으로 부엌에도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난방기능은 사라졌고, 오직 조리만을 위한 전문공간으로 바뀌게됐다. 가사의 대부분을 주부 한명이 전담하는 생활형태로 바뀌면서 가사노동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부엌이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탄생된 부엌에는 싱크대가 생겼고, 그 옆으로 가스대가 놓였고 다른 옆으로는 정수기나 전자렌지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고, 싱크대 밑으로는 수저 등을 넣는 서랍이 만들어졌고, 싱크대 위로는 그릇 등을 보관하는 찬장이 만들어지는 등 여러가지 부엌가구가 등장했는데 이것들이 모두 파티클보드로 만들어졌다.
사실 부엌은 그 나라의 주거생활 문화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볼 수 있다. 지난 40여년간 우리의 부엌에 대한 변화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방식의 변천사 그 자체이다. 최근에는 부엌가구의 무게추가 기능성에서 친환경성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부엌가구의 원재료인 파티클보드를 만들 때 사용되는 접착제라던지 표면에 오버레이되는 도료 등에서 포르말린이 다량 검출되면서 불거진 유해성 논란은 부엌가구를 친환경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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