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춘만 前 이건산업(주) 대표이사 現 호서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박태기나무는 근래 서울에서도 조경수로 많이 심어지고 있다. 빨간 꽃이 예쁘게 피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꽃이 피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꽃의 모양이 밥알과 비슷하여 박태기라고 하며 일부 지방에서는 밥티나무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꽃봉우리의 모양을 본떠서 구슬꽃나무라고 부른다.

박태기나무는 중국이 원산지이며 형제애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속제해기(續齊諧記)》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옛날 경조(京兆, 서울)에 전진(田眞)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두 아우와 함께 살았는데, 어느날 서로 분가하기로 하고 재산을 똑같이 나누었다. 그런데 뜰에 심겨진 박태기나무[紫荊] 한 그루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셋이서 상의한 결과 나무를 셋으로 잘라서 분배하기로 하였다. 이튿날 박태기나무를 자르려고 하자, 순식간에 말라 죽었다. 이것을 보고 놀란 전진이 두 아우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무는 원래 한 그루로 자란다. 그런데 우리가 그것을 자르려 하자 말라 죽었다. 우리도 또한 그렇지 않은가? 형제는 서로 화목하게 지내야 한다. 형제가 뿔뿔이 흩어져 버리면, 제각기 망해버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재산을 분배해 서로 헤어지려했던 우리는 인간이면서 이 나무보다도 못하다!’ 하고는 나무 자르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러자 나무가 다시 예전처럼 싱싱하게 활기를 되찾고, 잎이 파랗게 무성해졌다.”

박태기나무의 이러한 이야기는 꽃이 다닥다닥 붙어서 피어난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이 꽃이 홍콩의 공식 깃발 문양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홍콩 여행을 하면서 흔히 보게되는 그 문양이 바로 박태기나무의 꽃인 자형화(紫荊花)인 것이다. 홍콩이 중국과 합쳐지면서 형제애를 강조한 뜻이 아닌가 싶다. 최근 홍콩의 행정 장관 투표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후보를 임명하는 것과 홍콩 주민이 직접 선거로 뽑는 것을 두고 심각한 민주화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홍콩의 깃발 문양인 박태기 꽃이 더욱 부각되는 시기이다. 형제애로 함께 사이좋게 살아갈지 아니면 불의의 사태로 번져 박태기 꽃 문양 깃발이 사라지고 대륙의 국기가 홍콩을 점령하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홍콩의 우산혁명은 단지 홍콩의 문제만이 아니고 중국의 소수민족 갈등과 최근 불거진 스코틀랜드 독립, 스페인의 분리 독립 운동 등과 맞물려 있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다.

박태기나무는 서양에서 유다의 나무(Judas tree)라고 한다. 기독교인들은 박태기의 붉은 꽃이 유다가 예수를 팔고 그 죄책감으로 흘린 피를 상징하고 꽃이 지고 새순이 나올 때 그 모양이 하트 모양인데 이는 유다의 아픈 마음을 상징한다고 한다.

박태기나무의 화려한 진홍빛 꽃은 봄에 피는 어떤 꽃과 비교해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 주위에 조경수가 많이 심어져 사랑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근래에는 아이를 많이 낳지 않아 형제의 의미가 많이 희석되었지만 형제애를 그리는 나무로 박태기나무는 더욱 번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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