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판산업야사 <2>

합생(Hapseng)이라는 회사는 일본, 대만, 홍콩 등은 차치하고라도, 한국에만 월 20여척 이상을 수출하는 회사였다.

부산 성창 그룹에 월 16척, 인천 대성목재에 월 3~4척, 가끔 청구목재, 고려합판, 광명목재, 이건합판 등에도 수출했다. 당시 대성목재는 L/C가 제때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허덕이고 있을때였다. 선적은 먼저 해놓고 배가 떠날 때쯤 L/C가 도착하고는 했다. L/C가 도착하지 않으면 선적도 해주지 않는 것이 관례지만, 오랫동안 거래를 해왔기에 그 정도는 봐 주었던 것이다. 이때까지 한 배도 사지 않던 동명목재가 월 4척씩 사준다니 당연히 대성은 동명 다음으로 밀리게 됐다. 밀렸다는 것은 Quality 배분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6,00m3 씩 파는 원목장사도 바이어의 생리를 알고 장사를 한다.

가장 품질이 좋은 나무는 일본상사들의 몫이다. 다음은 한국, 그다음은 대만, 홍콩 순이다. 한국에서도 성창산업이 우선이다. 그 다음 대성이던 것이 도명으로 바뀐것이다. 당시 부산 성창산업, 그룹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무사는 데서는 그룹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부산에 성창산업 일산 4만매, 태창산업 4만매, 반도목재 4만매, 인천 성창산업 4만매 규모 이 4개 회사가 부산 성창산업 정회장의 형제분 들이 하고 있었다. 나무를 수입하는 것만은 말레이시아에 성창산업 주재원을 파견해 놓고 이들 4개 회사 나무를 모두 사는 업무를 담당하게끔했으니 말이다. 합생에서는 성창 주재원을 귀빈대우 시한다. 16척을 한달에 사가니 말이다.

월 16척씩 산다는 것은 대단한 바이어이다. 6,000m3의 배 하나를 차터(charter:용선계약)해서 솔로몬, PNG등에 들어가는 상화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상황이다.

원목장사는 생물과 마찬가지로 시기 장사이다. 때를 맞춰야 하는 것이다. 원목을 사는측에서는 언제까지 한국에 배가 들어와야 장사가 되는데 산지에 배가 늦게 들어가면, 그만큼 한국 도착일자도 늦어지고 장사 시기를 놓치기 된다. 재고가 바닥이 날려는 공장의 원료 공급 스케쥴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럴댄 성창 주재원은 왕이다. 성창 주재원에게 부탁하면 배를 바꾸어 준다. 성창으로서야 이틀에 한번씩 배가 들어오는데, 급한 사람에게 생색내고, 자기들이야 다음 아무때나 그배를 받으면 되는 것이다.

6,000m3의 나무를 싣는데 보통 2~3일 걸리는데 이틀에 배가 한번씩 들어온다는 것은 말레이지아 Tawau 앞바다에는 성창나무를 싣는 배가 한 척 이상은 떠 있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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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의 합판 파동
1973년 오일쇼크(Oil Shock)가 일어났을 때이다.
원목가격도 하루아침이 다르게 오르고 있었다. 합판가격도 천정부지로 오르게 되었다. 당시 3.6mm합판의 공장도가격이 매당 420원이었는데,시중에서는 1,200원으로 거래되고 있었다.시중에서는 돈이 있어도 물건을 사기 힘들 정도로 합판이 딸리고 있었다.이러하니 대리점들은 합판회사에 양을 늘려 달라고 아우성이다.

기존으로 받는 물량 외에 더 많이 받을수록 이익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이런 호황이 없는 것이다. 합판판매를 관리하는 영업부서에서는 담당자가 각 대리점의 작년 판매성적에 따라 금년도 물량을 배분하게끔 되어 있다. 그러나 각 대리점 사장들은 담당자가 배분해 주는 물량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과장에게 부탁하고 부장에게 압력을 넣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물량을 얻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심지어는 영업상무에게도 음으로 양으로 부탁을 한다.그러자 물량배분 권한이 부사장에게까지 이양되었다. 상무도 자기 마음대로 어느 대리점은 더 주고 덜 주고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진 것이다.

이때 한 일화가 있다.부사장의 운전기사 조 모씨의 머리에 언뜻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옳지,부사장님께 합판 오더를 조금만 달라고 사정을 해 보아야지, 그거야 들어주지 않겠어." 어느날 기분이 좀 좋아 보이시는 날을 택했다. 퇴근하시는 부사장님을 모시면서 차 안에서 슬며시 말을 꺼냈다. "부사장님, 월급 가지고 빠듯하게 전세방에서 사는데 제 집사람이 입원하게 됐지 않습니까, 합판 한 차만 제가 팔 수 있게 영업부에 지시 좀 내려주세요. 그러면 큰 도움이 되겠는데요.부탁입니다." 그날 따라 기분도 괜찮으셨던 부사장님께서는 언뜻 승낙해 주셨다. "어,그래.내 영업부에 얘기해 놓을 테니까 내일 영업부에 가서 가져가도록 해" 매일 자기를 모시는 운전기사에게 평소 변변히 점심 값도 못 주던 터이라 이럴 때 한 번 봐주고 싶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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