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재료공학과 박문재 과장

지난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건축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립산림과학원과 충남대에서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목조건축의 격막 성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공동 개발한 국제표준 ‘ISO 19049 목조 수평격막 시험방법’이 세계 최초로 제정되었다. 이 국제표준은 목조건축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법제화에 필요한 성능을 확보하는데 필수적인 표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표준화기구(ISO)는 글로벌 전문가들의 지식을 공유하면서 자발적 컨센서스를 이루어가며 시장에 연계한 국제표준을 개발하여 혁신을 지원하고 국제적 이슈에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ISO는 언어권에 따라 첫 글자를 딴 약어가 다름을 인식하여 창립 당시부터 ISO로 표기하고 있다. ISO는 동등의 의미를 지니는 그리스어 isos에서 유래하였다.
ISO 회의에서는 평등의 원칙에 따라 각 회원국이 한 표의 투표권을 가진다. 163개 회원국이 참여하며 현재 21,000여 개의 국제표준(ISO)을 제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국제표준의 제정은 지식과 과학기술, 시장의 선점을 뜻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는 국제표준을 제안하는 국가의 면면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많은 ISO 표준이 유럽 표준(EN)에서 유래하고, 북미와 일본, 오세아니아가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IT 강국에 걸맞게 ICT 등 몇몇 분야에서 국제표준을 선도하지만, 목재 부문을 포함한 재료와 일반 산업 분야에서는 아직 분발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표준화를 고정화된 규격의 통일이나 획일화로 오해하기 쉽다. 표준화는 창조성을 훼손하는 획일화가 아니고, 창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표준화된 기술과 제품의 정형(type; 型)의 기반 위에 스타일(style; 形)이 다양한 창조적 기술이나 제품이 선보이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ISO 19049는 목조격막의 시험방법이라는 정형을 보여주는 기반 위에, 다양한 스타일의 창조적 격막을 디자인하여 목조건축의 안전성을 확보한 기술의 세계화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목재제품의 규격과 품질기준을 고시하며, 목재·제지산업 한국산업표준(KS)의 제·개정을 위한 전문위원회를 운영하고, ISO의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 수행해오던 연구 방법이나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목재와 관련 분야의 기술을 융복합 시켜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요청된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목재 분야의 과학적 연구와 표준화를 통한 목재산업의 활성화와 기술의 선진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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