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 이강민 교수

목조건축물을 생각하는 느낌이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할까? 서양사회는 매우 오래전에 건축문화에서 석조건축과 목조건축을 서로 분리했다. 신전, 성당, 왕궁, 대저택에서는 석조의 복잡한 구조와 정밀한 조각을 발전시켰고, 서민들의 주택들이 주변의 나무와 흙을 이용한 지역기술로 지어졌다. 그래서 목조건축물은 토속적인 느낌이 강하다. 또 열대 식민지의 경영은 목조건축에 이국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는 계기가 되었다.
19세기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발달한 경량목구조는 폭발적인 주택 수요를 산업혁명의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해결한 사례이다. 이어서 합판이 대량생산되면서 경량목구조 주택은 교외 주택단지를 구성하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는데, 저렴하고 유지관리가 편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목조건축은 지역성을 드러내는 토속적인 것, 휴양지에서 볼 수 있는 이국적인 것, 대량으로 생산되는 저렴한 것 등의 선입견이 강화되었다. 무엇보다도 건축의 최신 트렌드에서 비켜나 있는 열등한 건축으로써, 건축가가 아닌 목수들에 의한 집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다.
목조건축은 항상 음지에서 주류건축의 성능을 쫓는 위치에 있다.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에 거의 육박하는 성능을 내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는 등의 선전 문구는 따라갈 수는 있지만 리드할 수는 없는 운명을 고백하는 듯하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 건축문화의 역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인들에게는 건축문화에서 석조와 목조를 분리하고 위계를 나누는 전통이 없다. 우리의 중요한 건축물들은 온전하게 목조로 지어졌으며, 목조는 사람들의 세계관을 표현하고 건축의 기념비성을 드러내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서민의 초가집을 짓는 방식이 왕의 거처, 국가의 통치시설을 만드는데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만큼 기술의 융통성과 응용력이 뛰어났다. 동아시아에서 목조는 단 하나의 위대한 건축전통으로써 대체 불가능한 지위를 유지해왔다.
바로 이곳이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지점이다. 현대 한국의 목조건축은, 한옥을 포함해서 생각해 보더라도, 지나치게 가격 대 성능 비로서만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려 하고 있다. 환경과 건강을 새로운 기치로 내세우는 것도 충분치 않다. 이것은 재료가 나무이기만 하면 성립하는 것으로써 건축의 매력을 설명하지 못한다. 공간의 성격, 상징과 형태, 역사적 정통성이 개입되어야 한다.
목조건축의 가치를 동아시아 문명의 거대한 건축전통에 연결하려는 시도는, 기술과 가격의 경쟁력에 앞서, 수요자에게는 소유의 가치를 높이고 공급자에게는 시장의 흐름을 선도하기 위한 절실한 도전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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