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선은 인간의, 곡선은 신의 선이다(안토니 가우디)’.
신의 선인 곡선으로 모든 악기들을 미니어처로 제작하는 조각가.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구한 새 한 마리의 지저귐과 지하 작업실을   따뜻하게 채우는 음악 소리가 반기는 공방, 오늘 그곳에서 미니도도를 만났다.  

한국 1세대 악기 미니어처 우드워커
‘미니도도’란 이름은 1세대 목공예 미니어처 예술가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함축하고 있다. ‘미니’는 ‘작은 것’을 만든다는 본인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드러내고 ‘도도’는 도도하게 고퀄리티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그의 신념이 담겨있다. 다소 귀엽게 들리던 이름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1세대 우드워커의 고민과 노력의 시간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저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1미터 안에 표현할 수 있는 조각가입니다. 악기를 만드는 것이 나의 ‘색깔’인 것은 분명하지만, 앞으로도 만들 것이 너무 많지요”. 미니어처 문화가 한국에 들어올 무렵, 한동안 그저 ‘모형’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저변이 약했던 분위기 속에서 그는 이 길을 택하고 계속해서 기술을 연마해왔다. 실제로 다양한 악기와 소품들을 작업해 온 그의 눈은, 이제 한국의 전통악기들과 건축물, 그리고 엔틱가구로 향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찾기 까지 꾸준히 노력하다
취재를 하는 동안 그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난 지금 너무 행복하다”였다. 평생 할 수 있는 행복한 일, 바로 ‘그 일’을 찾았고, 또 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어려운 집안 환경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든 그는, 집안의 아무런 지원 없이 힘겹게 알바를 하면서도 한달에 10만원은 꼭 책을 사서 봤다고 한다. 그렇게 전문지식을 쌓아간 그는 결국 플래시 전문가가 됐고 게임회사를 거쳐 꽤 이름 있는 패션관련 사이트를 운영하는 프리랜서 웹마스터가 됐다. 잠을 줄여가며 7개의 사이트를 운영했고, 꽤 많은 돈을 벌면서 집안의 빚도 갚았다. 하지만 결국 그의 몸이 버텨내질 못했다.  

전환점, 그리고 시작
평생 처음으로 입원을 하고 보니, ‘일’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취미로 했던 목공예, 그 일은 돈을 떠나서 평생 즐겁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존의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싶었고, 드디어 ‘미니도도’는 그 첫 출발을 하게 된다. 처음엔 가족의 생계 걱정에 웹마스터 일과 새로운 일을 병행하면서,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두고 미니어처 기타를 수입해서 판매했다. 실제 인도네시아에선 노점에서 악기를 미니어처로 만들어 판다고 한다. 하지만 열악한 나라의 시스템 때문인지, 제작 기간도 항상 들쭉날쭉 이었고, 불량률도 70~80%나 됐다. 전부 분해해서 다시 재도장을 해야 하는 번거롭고 힘든 작업을 3년 동안 반복했지만, 품질의 한계를 느꼈다. 결국 직접 만들기 시작했고, 어느새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처음엔 직원들 3명과 전투적으로 작품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혼자 운영을 한다. 물론 혼자 일을 계속 진행해야 했을 때, 초반엔 요새말로 멘붕이 왔다. 다소 지겨운 샌딩작업도 혼자 해야 했지만,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인건비가 빠지니까, 오히려 주문 제작만 여유 있게 해도 적자가 나지 않았다. 하나 둘 지겨운 작업들을 좋은 장비로 해결을 하고 나니, 이제는 혼자 일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한다. 1인 공방의 여유와 즐거움, 한동안 내려놓았던 일렉기타를 다시 잡고 연주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여유가 준 선물이 아닐까.

목공예 미니어처의 매력
작은 것이 가진 힘은 결국 그것을 키우면 실물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악기 제작자들도 도장기술을 배우기 위해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특히 일렉기타 종류는 우레탄 도장을 많이 하는데, 그가 힘겹게 터득한 도장기술은 이럴 때 빛난다. 그리고 이러한 도장기술은 원자재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하드우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도장기술을 통해서 그 느낌을 완전히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게에 비해 강성이 있지만, 다루기 쉽고 가격이 저렴한 스프루스를 많이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미니어처가 가진 특성상 공방이 그렇게 클 필요가 없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다. 작품의 무게가 가볍다 보니, 나이가 들어도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목수 일을 하는 제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무게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힘이 덜 드는 대신, 세밀한 작업을 위해선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아주 천천히 세공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서 유은종 대표는 예술적 에너지와 집중력을 폭발시키기 위해서, 하루의 70%는 충전을 하며 보낸다고 한다. 대신 3~5시간은 완전히 집중한 상태로 일한다. 경험상, 짧은 시간에 그 힘을 집중해서 완성할 때, 좋은 퀄리티가 보장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고수들의 이야기겠지만 이런 작업 환경과 조건이 잘 맞는 우드워커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부분이 될 수 있겠다. 

행복한 상업적 예술가를 꿈꾸다
이 일을 시작하고 거의 8년 동안, 가족들과 친구들이 계속 반대를 해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행복한 고집을 피우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그는 스스로를 상업적 예술가라고 말한다. 그는 “예술은 팔면 안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많습니다. 하지만, 미켈란젤로 같은 유명한 예술가도 결국 평생 납품을 하며 생활을 유지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는 방송사의 취재 요청이나 홍보 보다, 고객과의 약속이나 사람들과의 신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쌓여온 신뢰를 바탕으로 미니도도의 현재와 미래가 완성돼 가는게 아닐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제자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며, 장차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서로 돕고 돌아보길 원하는 유은종 대표. 더 다양한 작품과 함께 ‘작은 것’의 예술적 반란을 이끌 수장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대표자: 유은종
품  목: 미니어처 주문 제작
교육 목공 소품 제작
창립일: 2006년 4월 6일
주  소: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 465-11 지하1층
홈페이지: www.minidod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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