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에 대한 외경과 고마움, 정직한 기술을 근간으로 유연하게 사고하는 목수들”. 이곳을 소개하는 한 문장이다. 다양한 공예 분야와 협업하면서 발전하고 있는 이 공간엔 나무의  향기 뿐만 아니라 진한 사람 냄새가 가득하다.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 담긴 이름
싱그러운 여름, 햇살보다 아름다운 청춘들과 섞여 숙명여대 담을 따라 공방을 찾아 나섰다. 큰 성당 건너편 검은색 철문 앞 웃으며 반갑게 기자를 맞이하는 이승원 목수를 따라 지하 1층에 내려가니 한 쪽 작업실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는 두 명의 멋진 청춘들도 보인다. 한 숨 돌리고 앉자 마자 단순한 질문을 던졌다. “‘인후’는 혹시 누구의 이름인가요?” 공방 이름이 목수의 이름과 다르다보니 단순하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 대답을 주기 위해서 그는 먼저 지금까지 걸어 온 시간을 돌아봤다. 
“2007년 1월에 전역을 하고 그 해 3월부터 공방에서 1년 정도 일했습니다. 그리고 엘림직업전문학교(현 남부기술교육원)에 들어가 1년 과정을 마치고, 기능반(선수반)을 1년 정도 더 했습니다. 그 후에 평창에 있는 한옥학교에 들어가서 대목수 과정을 6개월 정도 거친 후, 한국에서 아트 퍼니처를 처음 시작하신 최병훈 디자이너님 밑에서 실제로 먹고 자면서 1년 반 정도 수련했습니다”.
군 입대 전부터 만났던 여자 친구는 그가 이렇게 오랫동안 거의 수입이 없는 상태로 힘들게 수련을 할 때 그 옆을 지키며 뒷바라지를 해줬다고 한다. 드디어 2013년에 정식오픈을 준비하며 브랜드 네임을 생각할 때, 그는 자연스럽게 고마운 아내의 이름인 ‘인후’를 떠올렸다. 장모님께 이름 사용 허락을 받은 후, 나중에 생길 수 있는 브랜드 파생을 대비해서 퍼니처를 떼어 내고 ‘INHOO’라는 이름이 드디어 완성됐다. 그리고 그 해, 그는 이 이름의 주인공과 결혼했다. 

스텝들의 기술력은 기본, 거기에 더해진 노력들
군 전역 후에 기술을 배우고자 했던 그가 ‘목수’라는 직업을 선택한 데에는 같이 상의해준 아내의 도움도 컸지만, 장인어른의 조언도 한 몫을 했다. 목사인 장인어른은 예수님의 직업도 ‘목수’였다고 이야기 하면서, 그 직업을 의미 있는 것으로 여겼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장인어른에게 미리 점수를 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그는 마음을 결심하고 바로 일을 배우기 위해 동네 공방을 찾아다녔다. 그는 그렇게 목수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기술학교에서 먼저 짜맞춤 위주의 교육을 받았던 그는 ‘아트 퍼니처’를 접하게 되면서 새로운 목공방식에 눈을 뜰 수 있었다. 큰 덩어리를 계속 깎아내는 작업방식에 매료된 것이다. 그는 계속 배우고 있었지만, 더 깊이 배우고 싶었다. 
“저는 이 일을 하면서 먼저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방을 시작하기 위한 진입장벽은 요새 많이 낮아졌죠. 누구나 시작은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술력은 기본으로 갖춘 채 재미도 찾아야 하고 제작 이외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채워 넣어야합니다. 영업, 마케팅, 디자인 등 다른 노력들이 필수인 것입니다”.
손으로 세공하는 ‘목수’, 그 이름에 걸맞은 능력과 함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에 공감이 간다. 그래서 그런지 일단 ‘INHOO’라는 공간을 채우는 스텝들의 면모도 화려하다. 2014년 전국대회 목공예 부분 은메달을 받은 남기특 목수, 수공구로만 마무리 해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문화재수리 기능자 이선기 목수까지. 그들은 주문 가구를 제작하거나 인테리어를 할 때 먼저 공간에 가서 제안하고 결정한다고 한다. 품목을 정하고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걸 공간에 맞추는 것이다. 게다가 월넛, 체리, 오크, 메이플 등의 하드우드를 주로 사용하지만 고객들이 대체로 만족하는 안전한 수종들 뿐만 아니라 그 외에 다양한 수종들도 사용하려고 한다.   

다양한 것과 협업, 새 시선을 가지다
‘INHOO’는 실력 있는 가구 디자이너들과 계속해서 협업을 하며 배우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전시된 김상훈 디자이너의 작품에 함께 참여했다.
이때는 테크니션으로서 함께 일하게 되는데,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 열리는 페어의 경우 소개하는 곳에 테크니션 란이 따로 있을 정도로 목수(기술자)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이런 협업을 통해서 그들은 직접적으로 견문을 넓히면서 성취감도 느낀다.
‘선’에 예민한 금속분야나 ‘선과 그림자’에 예민한 도자기 등을 다루면서 새로운 걸 계속 도전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타 분야의 디자이너들은 아무래도 목재의 성질을 잘 모르다보니, 계속해서 한계를 넘어서는 문제들을 던져준다. 그 한계를 푸는 과정 속에서 서로 적정선을 찾아 타협하는 방법을 배우고, 또한 그들이 가진 기술력을 최대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2015 London Collect에 나가는 김성철 도예작가와 작업을 하면서도 이런 부분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도예작품이 놓이게 될 월넛 트레이를 작업하면서 일주일 동안 원목을 계속해서 깎아야 했는데, 이 때 더 얇게 해달라는 김성철 작가의 요청이 있었다. 목재 성질상 너무 얇아지면 휘어지게 되는데, 협업하는 디자이너는 그것을 잘 모르기 때문에 가구 디자이너라면 요청하지 않았을 어려운 문제를 던져준 것이다. 그들은 2012년 박정홍(도예) 작가를 시작으로 이재훈(금속) 디자이너와의 협업 등 다양한 협업을 진행해왔고, 현재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중이다.

 

소박하지만 모두 함께 걸어가는 꿈  
그는 기술학교와 기능대회 출신 후배들이 더 많이 활약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다. 그들이 필드에서 더 많이 활약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인터뷰 내내 여러 번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실력 있는 친구들과 이 일을 무난하게 계속 하고 싶어 한다. 지금처럼 너무 바쁘지도 또 한가하지도 않게. 요새는 이런 소박한 바람이 큰 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INHOO’라는 공간에서는 이것이 꿈이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현실이 될 것 같다. 

대표자: 이승원
품   목: 주문가구
창립일: 2013년 3월 2일 
주   소: 서울시 용산구 백범로 79길 110 지층
홈페이지: www.in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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