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의 매력에 빠지다
악토버 핑거스는 나무 반지와 함께 작은 악세사리나 소품을 만드는 곳이다. 정승주 대표가 인천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커스텀 악세사리를 만드는 공방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인천에서 2년 서울에서 2년이 흘렀고, 그 사이에 주력 아이템은 ‘나무 반지’가 됐다. 원래 그의 전공은 패션이었다. 하지만 군대에 다녀온 이후부터 그의 관심은 패션이 아닌 ‘공예’쪽으로 흘러갔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작은 것들을 만드는데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대학시절에는 목공예를 배우기도 했고, 홍대 플리마켓에도 참여했다. 특히 워킹 홀리데이를 통해 1년 동안 일본 도쿄에 머무는 동안 그는 직접 일본 공예 시장의 다양성을 목격했고, 더욱 구체적인 방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어느새 그는 작은 오브제를 만드는 일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보고테나 유창목 등의 아프리카 특수목 사용
그는 대학을 다니던 시절 목공예를 배웠는데, 엉겁결에 인천지방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게 되면서 실력이 확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특별히 더 작은 것을 만드는 법을 배운 적은 없어서 필요한 부분은 따로 독학을 했다. 나무 반지와 같이 작은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도구나 과정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는 “가구 같은 경우는 큰 도구가 들어가지만, 아무래도 이 작업은 사이즈가 작죠. 주로 드레멜(조각기)을 많이 활용합니다. 하지만 자동대패를 사용 안 할 뿐이지 거의 비슷한 도구가 들어간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크기는 좀 다르죠”라고 설명했다. 작게 만들기 때문에, 날카로운 도구보다는 조각을 많이 한다고 한다. 반지라는 물건의 특성상, 1㎜와 2㎜ 차이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집중이 많이 요구된다. 그래서 그는 되도록 한번에 오래 작업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급하게 하다 보면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하려는 편이다. 수종은 주로 보고테나 유창목 등의 아프리카 특수목을 사용하고 퍼플하트나 흑단을 활용할 때도 있다. 어느 정도 단단함을 유지하면서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자연스럽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목재가 단단하다 보니 작업 시에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비교적 얇은 상태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다고 한다. 마감 시에는 오일이 너무 입혀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무의 원래 발색만 진하고 선명할 수 있도록 레몬오일을 쓴다. 손에 직접
끼는 물건인지라 모든 작업과정이 최대한 나무의 원래 매력과 질감을 훼손하지 않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섯 번째 생일 맞은 악토버 핑거스
“졸업을 한 후에 바로 사업을 시작 하고 싶었지만, 처음엔 이름 있는 악세사리 전문 회사에 디자이너로 입사를 하게 됐습니다. 거래처가 주로 남대문 쪽이었는데, 주로 아이템들을 사와서 본드나 접착제로 연결하고 붙이는 일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커스텀 악세사리라고 부르기엔 뭔가 부족한 느낌이 계속 들었죠. 제가 생각한 작업과는 차이가 커서 금방 매너리즘에 빠졌습니다. 진짜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조금씩 작업 방식을 바꿔 보고 싶었지만 쉽지가 않았습니다. 부품 수입만 하고 그냥 맡기다 보니 직접 자체적으로 중요한 과정들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드디어 10월 10일 그 첫 발을 내딛었다. ‘October fingers’는 이 날짜와도 관련이 있다. 10월에 시작을했고, 열 손가락으로 만드는 거니까 그는 심플하게 그대로 이름을 지었다. 물론 시작은 다소 투박했다. 지금처럼 정리가 되기까지 수많은 단순화 과정이 있
었다. 그러다 보니 입소문이 나게 됐고 찾아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지금 위치한 서울 신도림 쪽으로 이사를 오게 됐다. 처음엔 원데이 클래스와 같은 교육 쪽은 생각이 없었는데 지인의 추천으로 클래스를 본격적으로 열게 됐고, 현재는 블로그를 통해서 연인이나 가족들이 찾아오고 있다. 곧 다섯 번 째 10월 10일 생일을 맞이하게 될 악토버 핑거스, 힘든 시간은 없었을까?

예술가로 오랫동안 남기 위해 꾸준히 작업
“전시를 나가고 페어를 나갈 때마다 나무 반지나 팔찌 등을 만들어서 나갔는데,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나무 소재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었습니다. 배경지식이 없는 일반 사람들은 나무는 변형이 잘 되고 무거울 것이라고 생각했죠. 관계자들도 이거는 안 될 거라고 하면서 다소 거친 조언들을 저에게 퍼부었습니다. 뭐 그 정도는 괜찮았습니다. 앞으로 극복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정부지원 창업지원금을 받게 되면서 중간평가와 같은 자리가 여러 번있었는데 그때는 참 별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패션 쪽 관련 교수님들조차도 제 결과물을 보고 황당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죠. 그 자리에서는 일단 그냥 수긍할 수밖에 없었는데, 혼자 생각했죠. 내가 틀린건가. 아니면 저 사람들의 편견이 심한건가. 그때만 해도 이런 걸 시도하는 사람이 적었으니까 그럴만 했죠. 그래서 그런 편견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계속 답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일이 잘 풀릴 때까지 말하지 않아도 맘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그는 힘들 때 마다 홍대 상상마당에서 들었던 ‘예술가로 살아남는 법’ 강연을 마음속으로 끌어 올렸다. 결국 그 메시지는 이것이었다. “버티는 게 살아남는 거다”. 대학 때 들었던 이 이야기는 꽤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힘이 됐다. 처음 2~3년 정도 수입이 없어서 고생할 때, 부모님의 걱정이 맘 쓰이고 모든 것이 짐으로 다가올 때, 그는 그 메시지를 떠올렸다. 결국 그는 버텼고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제 어느 정도는 본인의 생각을 증명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방송 협찬도 들어올 정도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고사하고 있다. 어느 정도 일이 잘 풀리고 있지만 꾸준히 이어나가기 위해 그는 여전히 답을 구하고 있다.

 

다양한 소재를 통해 스펙트럼 넓히는 공방
요새는 한참 클래스에 집중하다보면 정작 본인이 만들고 싶은 것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 돈은 벌수 있겠지만 걱정일 때도 있다. 너무 사업처럼만 하다가 정작 하고 싶은 갤러리 전시나 작가 활동은 뒷전이 될 것 같아서다. 그는 앞으로 목공예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소재와 함께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한다. 지금은 살아남기 위해 버티는 단계지만, 그의 바람대로 버티고 살아남아서 예술가의 공간이 될 ‘악토버 핑거스’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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