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스쿼미시 어드벤처 센터 외관-이곳은 지붕을 떠받치는 기둥과 보, 철물의 결합이 컴퓨터에서 정교하게 시뮬레이션 되어 적용됐다. ⓒ왕규태

중목구조 건축은 가장 오래된 건축 구조이자 어쩌면 가장 혁신적인 건축방식이다. 그 자체로 거대한 공간이나 비정형의 공간을 자유롭게 연출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콘크리트나 철 같은 다른 재료와의 멋진 콜라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중목구조 건축물이 눈에 띄는 가운데 중목구조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필요한 시기로 보인다.
 

캐나다 반두센 식물원ⓒ왕규태

국내에서 중목구조 건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중목구조란 나무로 만든 기둥과 보로 이뤄진 건축방식을 말한다. 
중목구조 건축물에서는 천장을 가로 지르는 보와 바닥에서 지붕까지 곧게 뻗은 기둥이 서로 엮여 집을 튼튼하게 받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 
대표적인 중목구조 건축으로 우리의 전통한옥과 서양의 팀버프레임(Timber Frame)을 들 수 있다. 팀버프레임 역시 한옥처럼 목재를 이용해 전통적인 짜맞춤 기법으로 골조를 세운다. 팀버프레임이라는 용어가 생소하다면 기둥과 보의 구조를 한껏 드러내며 나무 향을 물씬 뿜어내는 서양식 나무집을 떠올리면 된다. 

캐나다 스쿼미시 어드벤처 센터 철물ⓒ왕규태

전 세계 목조주택의 시작은 중목구조
사실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 유럽과 북미지역 등지에서도 목조주택의 시작은 중목구조였다. 안타깝게도 우리 한옥은 여전히 현대화와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비해, 일본은 1976년 프리컷(pre-cut)이라는 기계화에 성공해 목조주택용 목재를 공장에서 가공해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는 와중에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도 목재 선진국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전통적인 짜맞춤 기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중목구조에 철물을 결합하거나 구조용집성판(CLT, Cross laminated timber)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디자인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목조주택 시장은 서양식 경량 목구조 주택에 편중돼 있는 실정이다. 전원주택을 통해 주로 접하는 서양식 경량 목구조는 18세기에 처음 발명되어 미국 산업혁명기를 거치며 유행한 건축방식으로 목조건축의 후발주자인 셈이다. 국내에서는 2010년 등장한 ‘땅콩집’ 열풍으로 인식이 높아졌다. 
경량 목구조는 말 그대로 중량이 가벼운 목재로 벽체를 만들어 세우는 방식이다. 벽체가 곧 내력벽이 되어 건물을 지탱하는 형태로 판상형 아파트 건축방식과 비슷한 개념이다. 반면, 중목구조는 기둥과 보가 건물을 지탱하는 무량판 구조와 비슷하다. 무량판 구조는 고층빌딩이나 주상복합아파트에 주로 적용한다. 
연간 1만채 정도 공급되는 국내 목조건축 시장에서 단연 대세는 경량 목구조 주택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현대적인 디자인의 주택이나 숙박시설 등에 중목구조가 도입되고 중목구조가 방송 등에 공개되면서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내에서 일반인들이 중목구조를 접하기 시작한 시점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에서 주택을 전문으로 시공하는 대기업들이 한국에 속속 상륙해 신도시의 고급주택단지를 거점으로 중목구조 주택을 보급하기 시작한 시기다. 지금도 여러 일본 기업들이 선진화된 목재 가공법과 최첨단 시뮬레이션 기술을 내세워 한국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중목구조를 전문으로 다루는 국내 설계자와 전문시공기업들이 나타나면서 한국의 중목구조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올림픽 오벌 경기장 외관ⓒ왕규태

중목구조는 빠르고 안전한 건축
중목구조의 매력은 실로 다양하다. 무엇보다 미관에서 특별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음을 제일로 꼽는다. 어느 건축가는 나무의 뼈대만 서 있는 명쾌한 모습에 가슴이 멎을 듯 ‘심쿵한’ 매력을 느꼈다고 말한다. 누가 보아도 중목구조는 나무 자체가 드러내는 멋스러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건축방식이다. 
국내에도 굵직한 중목구조 건축물들이 등장해 있다. 건축가 조남호 씨는 서울시립대 강촌수련원을 통해 중목구조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또 단독주택 설계에 중목 구조를 접목해 주택 실내의 개방감과 심미성을 높이고 있다. 
중목구조가 최근 국내시장에서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는 내진성능과 연관이 있다. 나무 벽체로 상부의 하중을 떠받는 서양식 경량 목구조에 비해, 기둥과 보로 하중을 지탱하는 중목구조는 지진에 강하다. 
여기에 현대식 중목구조는 철물을 적극 활용해 중목구조의 지평을 넓혀 나가고 있다. 목재에 홈을 만들어 접합부를 맞추는 전통식 공법과 달리 목재의 맞춤과 이음을 철물로 처리해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것이다. 철물을 사용하면 목재의 접합부가 약해지는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철물은 건물과 함께 지진의 진동을 흡수·분산하기 때문에 내진 효과까지 더해져 내진강도 7.0을 만족한다. 물론, 경량 목구조도 내진 철물을 이용해 내진 강도를 높일 수 있다. 
또, 컴퓨터에 설계 도면을 넣으면 3차원 시뮬레이션이 작동해 구조의 안정성도 체크하고 수백, 수천종의 각재도 정확히 커팅해 주기 때문에 파격적인 디자인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현재까지 중목구조의 건축비가 경량 목구조 건축비 보다 30~50% 정도 비싸다. 중목구조가 지닌 장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건축주가 비용에 부담을 느껴 중목구조 선택을 주저하는 이유다. 
원목 사용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나오는 것이 바로 구조용 집성재(글루램)이다. 여러 판재를 접착시켜 만든 글루램은 원목 비용의 부담을 덜면서 직선 뿐 아니라 곡선 등 제각각 목적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구조재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도 구조용 집성재를 생산하는 전문기업들이 속속 자리잡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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