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효준 대표

▶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준비한 미국 유학, 그 때부터 지금까지 엄효준 대표는 한 길만 보고 걸었다. 미국에서 쓰던 이름 ‘준엄’에 다양한 재료를 다룬다는 정체성을 담아 ‘산업디자인 스튜디오’를 붙였다. 디자인을 시작한지 15년, 목공을 배운지 10년, 중1때부터 그려온 그림의 중요한 부분을 드디어 그려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산업디자인과 가구를 전공한 엄효준 대표의 가장 큰 목표는 많은 사람이 나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는 이곳을 찾는 이에게 나무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며 그 목표에 조금씩 다가선다. 

나무액자

젊은 사람들의 건강한 아지트를 지향 
“사실 예전엔 목공이라고 하면 장인 느낌도 나고, 그저 몸 쓰는 일 정도로 여겨졌던 때도 있었었습니다. 물론 요즘은 많이 달라졌죠. 요새는 젊은 세대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방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 같아요. 저 역시 계속해서 젊은 감성을 가지고, 건강한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아지트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그는 스스로가 전형적인 한국인 타입은 아니라고 했다. 아마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영향도 있을 터. 하지만 일찍부터 본인이 원하는 목표를 정하고 자신의 길을 쭉 걸어온 것만 보더라도, 그는 원래부터 좀 ‘다른’ 사람 같다.  
그는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는 것에 관심이 높다. 산업디자인과 가구를 같이 공부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그래서 개인 작업을 할 때, 그는 나무 말고도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한 쥬얼리 전시대부터,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까지, 그는 이곳에서 다양한 주문제작도 소화하고 있다. 

 

원목 영수증 트레이

중1때부터 지금까지 한 길을 걷다
“중학교 때부터 미국 가자고 목표를 잡고, 고교 졸업 후 바로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The University of the Arts’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건축회사에서 모형 만드는 일에 스카우트를 받아 잠깐 일하기도 했고, 미국에서 조그맣게 목공방을 공동으로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선 일이 쉽게 잘 돼서 목표성이 좀 흐려졌어요. 그러다 한국으로 돌아왔더니, 여기는 정말 힘든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여기서 배울 것도 많고, 도약할 힘도 더 얻을 것 같았습니다”
그는 작년 3월에 한국에 들어와 5개월 동안 100군데가 넘는 공방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많은 곳이 상업적인 색채가 짙어 아쉬움을 느꼈다. 그 아쉬움을 뛰어 넘기 위해 그는 드디어 작년 8월 ‘준엄 산업디자인 스튜디오’를 시작했다. 미국에서 쓰던 이름 ‘준엄’에 다양한 재료를 다룬다는 정체성을 담아 ‘산업디자인 스튜디오’를 붙였다. 디자인을 시작한지 15년, 목공을 배운지 10년, 중1때부터 그려온 그림의 중요한 부분을 드디어 그려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도마

교육은 대부분 1:1로 친구처럼 진행
“사실 많이 불러 놓고 똑같이 하나를 만드는 게 효율적인 방식일 겁니다. 하지만 교육생이 진짜 원하는 것들을 만들게 하고 싶어, 아직까지는 대부분 1:1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가 진행하는 정규반은 커리큘럼이 정해져 있지 않다. 정작 다 같이 만들면 재미는 있지만, 막상 집에 와서는 안 쓰게 되는 부분이 싫어서다. 좀 더 필요한 걸 만들게 하고 싶어, 기계 설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1:1로 진행한다. 대부분 친구처럼 작업하지만, 기계 관련 수업은 위험한 부분도 있기에 진지하게 접근한다. 교육하는 재료 역시 다양한 편이다. 원한다면 유리도 쓸 수 있고, 웰딩(철 접합)도 배울 수 있다. 그는 특히 교육하면서 여러 나무들에 대해 잘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을 가져다 놓고 직접 보며 설명한다. 교육생들과의 관계도 좋아서 함께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 직접 요리를 만들어 소규모 파티를 열기도 했고,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알게 된 커플에게 결혼식 축가를 불러주기도 했다. 요리와 음악을 좋아하는 그이기에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보람원 청소년 수련마을 가구

나무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졌으면 
“6-7년 정도 미국에 있었는데, 거기 계신 일반인들이 목재에 대한 기본지식이 상당히 높더라고요. 차고에 웬만한 기계들이 다 있어서 집에서 혼자 뚝딱 다 만듭니다. 반면에 한국은 학교에서 목재를 배울 수 있는 교육 자체가 별로 없죠. 교육생 중에 하와이에서 오신 분이 있는데, 거기에도 중고교시절 목공 수업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기본지식에 차이가 있다 보니, 한국에선 악순환이 있습니다. 한국에 들어와 ‘월넛 테이블’ 평균 가격을 알아보려고 검색을 했더니, 소나무에 월넛 색을 칠한 슬랩 테이블이 그냥 ‘월넛 슬랩 테이블’로 팔리더군요. 사람들은 그렇게 알고 쓰고, 심지어 쓰면서도 이를 모릅니다.”
그의 궁극적 목표는 더 많은 사람이 나무를 잘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반지나 도마 하나를 만들려고 이곳을 찾더라도, 가능하면 여러 수종들을 설명하면서 이해를 높여줄 기회를 갖는다. 심지어 그는 수강생 자체도 까다롭게 받는 편이다. 간혹 자세한 거 필요 없고, 일단 그럴싸하게 만들 수 있게만 해달라는 사람들도 찾아온다고 한다. 빨리 돈을 벌고 싶다는 식으로 나오면, 그는 수강생으로 받지 않는다. 이러한 고집은 업계에 대한 거시적 관심에서 나온다. 결국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면 전체 업계가 안 좋아지고, 일반 대중들의 지식도 점점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툴

나부터 기본을 지키자 
“세상에 몇 만개의 수종이 있는데, 저는 아직 1프로도 모르는 것 같아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쉐프 고든 램지가 이런 말을 했었죠. 이 세상에 있는 식자재 98프로를 아는데, 아직 2프로가 남아 있다고. 저는 아직 10프로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진짜 좋아하는 수종은 그 때쯤 고를 수 있지 않을까요. 수종도 계속 공부하지만, 요새는 나무의 ‘벌’ 부분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나무의 혹 같은 부분인데, 같은 나무에서 나와도 색도 다르고 무늬도 다르죠.”
그는 나무를 만지는 사람으로서 기본에 대해 강조한다. 수종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 그리고 제대로 된 친환경을 지키며 올바른 마감을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부터 지켜야 문화가 바뀐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의 가장 큰 목표는 일반 대중이 가진 목재에 대한 기본지식을 높이는 것이다. 한국에서 그 꿈을 이루면, 그는 목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다른 나라에 가서도 이 일을 진행할 생각이다. 목공 문화를 더 멋지게 바꿀 수 있는 그의 이런 다짐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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