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코리아빌드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전시장 한복판에 세워진 동유럽 와인프레스였다. 포도를 압착해 와인을 제조하는 목재 설비다. 유럽산 오크 목재를 비롯해 고재와 특수목을 수입하는 케이엠글로비스가 소개한 것으로, 와인프레스가 국내에 원형 그대로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이제는 유럽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오래된 와인 프레스는 전시장을 찾은 이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목재들을 발굴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케이엠글로비스 이창병 대표를 만났다.

‘자연’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고 저절로 된 그대로의 현상이다. 자연의 일부분인 나무는 인공적인 소재로 둘러싸인 우리의 삶과 생활공간을 조금이나마 윤택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훌륭한 소재다. 고재와 특수목 등을 수입하는 케이엠글로비스는 목재를 일상의 친근한 소재로 녹여낼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추구하며 목재 본연의 의미를 찾아가는 회사다. 이창병 대표는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아이템을 찾다가 유럽산 고재의 매력에 눈을 떴다고 소개한다.

“오크 고재는 유럽이나 미국 등 제한된 지역에서 공급됩니다. 유럽산 고재는 최소 80년에서 200년 이상 오래된 가옥이나 건축물 등이 해체되며 얻어지는 귀한 목재죠. 소재 자체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오랜 세월의 흔적은 가구나 다양한 실내 인테리어용 소재로 훌륭히 이용됩니다. 오래된 건축물에 가치를 부여하며 공간을 재탄생시키는 도시재생건축에도 좋은 소재라고 할 수 있죠.”

경북대학교 임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고급 특수목을 비롯해 고재까지 그 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목재들을 꼼꼼히 검수하고 들여온다. 주문받은 목재를 보낼 때도 어떤 곳에 어떤 목재를 보내는 게 좋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특수한 소재이기에 별도의 가공 팁도 세심하게 곁들인다. 고재의 경우는 소재가 불규칙하고 이물질이 많다 보니 가공하던 기계가 망가지는 경우도 부지기수. 하나하나 결이 제각각이기에 사람들이 선호하는 스타일도 다 다르다. 다른 게 매력이지만 또 그렇기에 어렵다는 이창병 대표. 그는 너무 많은 아이템들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아, 집중할 것과 도태시킬 것들을 정리해가는 중이라며 웃는다.

“고재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이기에 대량 생산이 애초에 불가능해요. 소재 특성상 가격이 비싸고 제대로 응용하기가 쉽지 않은 탓에 아직 찾는 이들이 많지는 않죠. 고재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목재들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제시하며 선보이지만 생각보다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많지 않아 아쉬운 마음도 있어요. 그 동안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았기에 주도적으로 마케팅을 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홍보를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지난해 들여온 호주산 캄포 원목은 최상급으로 인정받았다. 도마재부터 테이블까지 폭넓게 활용 가능한 원목으로 일정량만을 벌목하고 좋은 나무만 골라 생산된 목재다. 최근 이상민 도마재로 각광받고 있는 호주산 유칼립투스와 타즈매니안 오크 제재목도 마찬가지. “아직까지는 특수목과 고재에 대한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지만 매력적인 유럽산 오크 고재와 호주산 블랙우드, 캄포, 유칼립투스, 북미산 하드우드 등이 다양한 부분에서 가치 있게 이용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됐으면 좋겠네요.” 귀한 목재를 찾아가며 그 안에 의미 있는 가치를 담아가는 이창병 대표. 그의 바람이 이루어질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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