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민동은 기자] (사)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가 저가‧저품질 E2급 수입합판의 품질 정상화와 유통질서 바로잡기에 나섰다. 정부의 관련 제도 보완에 앞서 민간 협회차원에서 자율규제에 나선 것이다.

그간 건설현장과 실내 건축자재로 사용하면 안 되는 부적합 수입합판이 대량으로 쓰여 지면서 안전사고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품질저하, 국민건강까지 위협해 왔다. 국내 합판의 유통질서 파괴와 목재산업의 근간까지 흔들 만큼 그 심각성이 날로 커지고 있어 저가‧저품질의 수입합판의 대량 유통, 사용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본지는 그간 여러 차례 보도(4월 15일자, 5월 1일자, 6월 1일자, 7월 1일자)를 통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하면서 산림청 및 합판업계 관계자들에게 해결책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보도가 나간 이후 산림청은 한국합판보드협회와 목재합판유통협회(합판, 보드 수입유통업체 관계자들)를 한자리에 불러 해결책을 협의했다. 협의과정에서 ‘E2 등급의 폐지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 가운데 목재‧합판을 수입하여 유통하는 업체들이 만든 (사)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가 저가‧저품질 E2급 수입합판의 품질 정상화에 앞장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선 것이다.

(사)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는 지난 8월 12일 국내 수입합판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베트남의 합판제조업체들에게 양질의 제품 공급을 요청하는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베트남뿐 아니라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합판을 수입해오는 나라에 모두 보내질 예정이다. 해당 공문에 따르면 ▲현지의 합판제조사의 수출당사자 공장 및 에이전트는 수출국의 공인된 검정기관에서 발급된 테스트 결과를 선적서류와 함께 제시할 것 ▲첨부된 테스트 결과와 한국의 검사기관의 결과가 다를 경우 다음과 같이 재제를 가할 예정이다 △1차 품질결과 상이 시: 품질개선 요구 조치(수입보류 경고 조치) △2차 품질결과 상이 시: 6개월간 수입보류 조치 △3차 품질결과 상이 시: 국내 전면 수입중지 조치를 하겠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박경식 목재합판유통협회 회장은 “상호 상생의 조치로 양질의 제품이 공급될 수 있도록 협회차원에서 먼저 자율 규제에 나섰다”며 “품질기준에 못 미치는 합판은 아예 수입을 금지해서 문제 발생의 여지를 만들지 않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사)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는 소비자의 신뢰를 주는 합판 수입과 올바른 유통질서 확립이 모두가 상생하는 지름길이고 합판업계 관계자들이 문제의 해법을 함께 찾는 공동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건설현장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준내수(Type2), E2급 수입합판은 사실 포장용으로 수입된 것이다. 접착성과 수분에 약해 건설현장에서 사용하면 안 되고,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이 많아서 실내사용을 금지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포장용 물량보다 건설현장에서 일회성으로 쓰고 버리는 거푸집, 가설재 수요가 더 많아지고 대량 판매를 할 수 있다 보니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저가·저급 합판의 수입이 급증해 왔던 것이다.

정하현 (사)한국합판보드협회 상무이사는 “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에서 규격이 개정되기 전에 E2등급 수입을 자제하고 검사기관의 시험성적서 첨부를 통해 자발적으로 품질관리에 나선 것은 매우 바람직한 조치”라며 “앞으로 규정에서 E2등급이 삭제되고 통관과정에서 사전검사가 이뤄지면 수요자로부터 합판의 신뢰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유통 이후 품질관리 비용이 대폭 감소할 것이다”고 지지의 뜻을 밝혔다.

이제는 불량 저급자재의 불법적 유통 근절, 건설현장의 안전성과 건축물의 품질 확보, 국민건강 보호, 친환경 목재산업의 신뢰도를 위해 부적합한 합판 사용을 멈춰야 할 때이다. 이에 부적합 합판 사용을 막기 위해서는 E2등급을 합판품질기준에서 삭제해 원천적 유통 금지, 전면표기, 용도명시 등 목재이용법의 ‘목재제품 규격 및 품질표시’ 제도 보완이 필요하고 국토부 고시 ‘건설공사품질관리업무지침’ 별표2의 가설재항에 합판도 포함시켜 부적합 합판이 공사장에 반입되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산림청을 비롯한 합판업계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자발적인 자정 노력과 함께 확실한 제도 보완을 통해 하루속히 국산합판의 시장 점유율과 유통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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