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김현우 기자] “IMF때보다 더 어렵다.” “30년 만에 이런 불황은 처음 겪는다.”

인천시 북항에 위치한 목재업체를 조금만 돌아다니면 들을 수 있는 말이다. 2017년 8.2 부동산 대책과 이듬해 9.13 부동산 대책, 올해 8.12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건설경기 위축을 불러왔고, 이는 고스란히 목재산업계의 불황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의 격화로 인한 글로벌 복합불황이 수출물동량 감소와 원화약세 현상이 국내 경제에 영향을 끼치면서 목재산업계의 시름 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목재 소비량 감소‧글로벌 복합불황에 주저앉은 ‘목재산업’
전술했듯 목재산업 불황의 결정적 원인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다. 집값 안정을 위한 여러 정책은 결국 건설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국내 목재 소비량을 감소시키는 계기가 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매년 1월 ‘산림 임업 전망’에서 발표하는 ‘국내 목재제품 수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목재 소비량은 2017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원목과 제재목의 소비량은 건설경기가 호황을 누렸던 2017년을 정점으로 지난해 각각 764만1000㎥, 418만7000㎥의 소비량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6.01%, 9.33%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판 및 보드류(파티클보드‧섬유판)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17년 이들 제품의 총 소비량은 655만6000㎥을 기록한 후, 지난해 648만4000㎥로 1.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목이나 제재목에 비해 소폭 하락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김기동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는 “건설경기 둔화로 신축이나 주택거래량이 줄어든 대신 인테리어(리모델링)가 증가했기 때문에 가구나 인테리어에 주로 쓰이는 보드류 소비량이 하락세를 상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합판 수입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보고서에 따르면 합판 수입량은 지난해 역대 최대량인 173만9000㎥을 기록했다. 목재 주요 소비시장인 건설업이 부진한 상황에 합판 수입량의 증가는 공급과잉 현상을 유발했고 국내 합판 생산업체와 수입업체 간의 가격경쟁을 부추겼다. 문제는 국산재와 수입재의 가격경쟁이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면서 가격경쟁력이 밀리는 국산재 생산업체는 사업 축소를 감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모회사는 국내 MDF 생산시설의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또 S사의 경우 최근 MDF 생산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사는 시설 정비를 이유로 들었지만, 업계는 최근 목재산업 불황 탓에 경영안정 차원에서 제품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조경‧데크재 업체 역시 직격탄을 맞으며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다.

또한 글로벌 복합불황으로 원화약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입업체들의 거래대금 납입 부담도 커지고 있다.

목재 수입업체는 통상 유산스(기한부어음)를 통해 대금을 지급한다. 유산스란 기간이 정해진 어음을 발행한 뒤, 기간 내 물건을 판매해 나온 대금으로 어음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어음의 발행이 쉽고 은행이 거래를 보증하는 만큼 안정적이지만 대금의 결제를 어음발행일 기준 환율이 아닌 거래대금 결제일 기준 환율로 하기 때문에 최근처럼 원화약세 상황일 때는 손해가 발생한다. 예컨대, 지난 6월에 3개월짜리 어음을 발행했다면 지난달 평균 환율은 1199원으로 6월보다 2.39% 올랐기 때문에 업체는 환율이 오른 만큼의 금액을 결제대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글로벌 복합불황은 환율 외에도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파렛트와 포장재 업체 등 국내 목재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다. 수출하는 물건들의 포장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업체들이 글로벌 복합불황으로 수출물동량이 감소하면서 포장할 일감이 줄어든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납품처가 있는 파렛트, 포장재 기업이라면 잘 견뎌낼 수 있겠지만 수출에 의존하는 업체라면 곡소리가 나올 정도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산림청, 현실성 떨어지는 제도로 발목…목재업계 ‘이중고’
목재산업계는 이 같은 요인뿐 아니라 산림청 등 주무부처에서 내놓은 ‘합법목재교역촉진제도’ 등이 목재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1일부터 시행한 합법목재교역촉진제도는 불법 벌채목재의 국내 유입 차단 등을 목적으로 해외에서 목재를 수입할 때 벌채의 합법성 입증을 필수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미국, EU(28개국), 호주, 인도네시아, 일본 등 총 32개국이 운영하고 있다. 산림청은 해당 제도의 도입으로 전 세계적 이슈인 불법 벌채를 줄일 수 있고, 무역 시장을 교란하는 불법 목재 반입을 원천 봉쇄해 세계적으로 불법목재를 많이 사용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는 한국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목재산업계는 △국내에서 목재를 들여오는 국가 전반에 해당 제도가 구축되지 않은 점 △이로 인해 수입절차에 필요한 서류를 갖추기 어려운 점 △이미 가공된 목재제품은 제재대상이 아니어서 국내 생산업체에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들며, 해당 제도의 시행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부터 제도가 시행되면서 국내 수입업체들은 수입목재의 합법성을 입증해야 한다. 합법성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로는 원산국의 법령에 따라 발급된 벌채허가서, FSC나 PEFC 등 국제인증기관에서 발급하는 목재 합법성 인증서 등이 있다.

해당 제도를 이미 시행 중인 국가에서 목재를 수입하는 경우에는 서류구비에 어려움이 없겠지만, 국내 주요 목재수입국가는 칠레, 러시아, 뉴질랜드, 베트남, 말레이시아, 중국 등으로 해당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다. 국내 수입업체들이 서류구비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또 원목 및 제재목 등 국내 업체들이 가공을 위해 들여오는 목재들이 합법성을 입증해야 하는 품목으로 지정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케아 등 국외 생산업체가 가공목제품을 들여오는 경우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이는 국내 가공업체들에 대한 역차별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업체 대부분이 영세한데 이들 업체에서 국가마다 다른 시스템에 대응하고, 통관에 필요한 합법성 입증 서류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한다”며 “통관이 늦어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금전적 피해는 현재 목재산업계를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산림청 관계자는 “업체들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해당 제도를 통해 국산 목재의 활용을 높일 수 있고, 또 국민들에 더욱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목재제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제도 시행에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역대급 불황 벗어날 대안 ‘無’…산림청, 현실적 ‘부양책’ 마련해야
건설경기 둔화, 미-중 무역전쟁 등 국내외 경제상황과 새로 시행될 제도가 목재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만한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경쟁을 해소하기 위해 수입량을 조절하는 등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현 상황이 나아지기 위해서는 결국 수요가 늘어야한다”며 “이 상태로는 올 겨울이 가장 우려 된다”고 말했다.

이에 산림청은 목재산업 활성화를 위해 목재산업시설 현대화 사업, 가공‧생산‧유통을 함께 할 수 있는 목재산업단지 조성 사업, 신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목재신기술 인증제도, 목재신기술 인증을 받은 업체는 정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관련부처와 협의, 목재 유통과 소비문화를 전담하는 팀을 신설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도시재생 사업 중 목재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으며, 목조건축물 활성화에 필요한 건축법 개정을 위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정적인 부양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산림청은 목재 관련 제도를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하고 현실적인 부양책을 내놓아야 할 때이다. 업계는 국산-수입업체 간의 가격경쟁을 멈추고 목재제품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과 국내 목재 시장의 활성화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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