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김현우 기자]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로 목재펠릿을 홍보하며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지방을 중심으로 목재펠릿보일러 설치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정작 보일러 사용자들은 목재펠릿을 구하지 못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1일 목재펠릿보일러를 사용 중인 한 시민에 따르면 “산림청의 홍보와 보조금을 통해 목재펠릿보일러를 설치했지만 정작 거주 중인 전북 장수군에는 목재펠릿을 생산하는 업체도, 판매하는 대리점도 없어 목재펠릿을 구하기 위해 주변 시도(市道)를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그나마 인접한 무주군에는 제조공장이 존재해 평소 이곳에서 목재펠릿을 구하고 있다는 그는 재고 부족을 원인으로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쳐오면 좀 더 먼 경남 산청군으로 향한다. 간혹 여기서도 구하지 못할 경우가 생기면 진안군의 산림조합을 찾는다고 한다.

이렇듯 여기저기를 돌아다녀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목재펠릿이 없으면 보일러를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올 초에는 경기도 여주 산림조합에서 목재펠릿을 구했다.

그는 “무주군에 위치한 목재펠릿 제조 공장에 전화하면 없는 번호라는 안내가 나온다. 이럴 땐 울화통이 터진다”며 “즉흥적인 생각과 판단으로 시행하고 세부 대책은 없다”고 목재펠릿보일러 지원 사업을 비판했다.

목재펠릿
목재펠릿

주택용 연료로 목재펠릿 권장하는 산림청
최근 몇 년 사이 미세먼지가 국가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부는 미세먼지 해결방안을 여럿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기환경보전법 개정 및 시행규칙 발의 △노후경유차량 운행금지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상용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중 노후경유차량 운행금지나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해 실시하는 방안이라면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상용화의 경우 보다 근본적인 미세먼지 해결방안으로 볼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에는 태양열, 지열, 해양, 바이오에너지 등 여러 에너지원이 존재한다. 태양열, 지열, 해양 에너지의 경우 별도의 시설이나 새로운 기술 개발이 필요한 반면 바이오에너지는 농림 부산물이나 산업체 부산물, 유기성 폐기물에서 얻어지는 바이오매스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오에너지 중 주목할 만한 것을 꼽자면 단연 ‘목재펠릿’이다. 국토의 63%가 산림인 만큼 목재펠릿의 원료인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산림 부산물)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는 벌채 이후 버려지는 산림 자원이 매년 200㎥에 달한다. 이를 목재펠릿으로 만들어 이용하면 매년 45만 톤의 원유사용을 줄일 수 있다.

국제적으로도 목재펠릿의 친환경성은 인정받고 있다. 국제연합(UN) 기후협약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탄소순환논리에 따라 목재펠릿을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인정했으며, 국제표준화기구(ISO)도 청정바이오매스 에너지원 기준에 의거 목재펠릿의 친환경성을 인정했다.

이에 산림청은 목재펠릿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목재펠릿 홍보 자료를 배포하고 목재펠릿보일러 설치 보조금 지원 정책을 내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만5395대의 목재펠릿보일러가 설치됐다. 이 중에 주택용 보일러는 2만3865대(93.97%)이며 공공시설에 설치되는 복지용은 1530대(6.03%)이다.

목재펠릿보일러
목재펠릿보일러

2만5000여대 공급된 목재펠릿보일러…목재펠릿 구입처는 고작 95개소
이처럼 목재펠릿보일러는 2만여 대가 넘게 설치됐지만 기사 도입부의 사례처럼 목재펠릿을 구하지 못해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원인을 확인해 본 결과 목재펠릿 구입처가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목재펠릿 제조시설 및 판매 대리점은 올해 6월 기준 지역별 △인천 1개소 △경기도 12개소 △강원도 11개소 △충청북도 13개소 △충청남도 15개소 △전라북도 7개소 △전라남도 12개소 △경상북도 11개소 △경상남도 11개소 △제주 2개소 등이다. 전국 통틀어 95개소에 불과하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SY에너지의 목재펠릿제조시설이 국내에 존재하지만 SY에너지는 산업용, 발전용 목재펠릿만 생산하고 있다. 결국 전국 2만5000여 세대의 일반 소비자는 산림청 자료에 나온 95개소에서 목재펠릿을 구해야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목재펠릿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이 되면 공급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품귀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목재펠릿의 값이 높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산림바이오매스에너지협회 관계자는 “지난 겨울에는 이례적 한파로 인해 공급량이 수요량을 따라가지 못해 품귀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고 밝혔다.

실제 확인 결과 같은 기간 목재펠릿의 가격이 7% 이상 올랐다.(2018년 톤 당 28만 원→2019년 톤 당 30만 원)

이를 두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목재펠릿의 친환경성을 강조하지만 사실 소비자는 석유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사용하는 이유가 더 크다”며 “만약 목재펠릿의 값이 석유보다 더 높아지면 소비자 대부분은 더 저렴한 에너지원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만약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다면 이는 수 억원의 세금을 들여 추진한 정부 사업이 실패했음을 의미하고 동시에 친환경에너지원 사용 확대라는 시대적 흐름에도 거스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산림바이오매스에너지협회 관계자는 “지난해와는 다르게 올 겨울의 경우 공급량이 넘쳐나 오히려 수요처가 부족한 상황이라 지난해와 같은 품귀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품귀현상으로 오른 가격이 떨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목재펠릿 품귀현상의 원인이 날씨가 아닌 수입산 목재펠릿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이를 지원하는 정부 지원책마저 없어 국내 목재펠릿 제조업체들이 가정용 목재펠릿 제조를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국내산 가정용 목재펠릿의 가격은 수입산 대비 10% 정도 비싸다. 수 천원 수준이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은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향하게 돼 있다.

목재펠릿은 목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유통기간이 짧은 편이다. 현재 가정용 목재펠릿은 1등급의 목재펠릿만 쓸 수 있는데, 1등급 목재펠릿이라도 오랜 시간 놔두면 저절로 품질이 떨어져 가정용으로 쓸 수 없게 된다.

즉 국내 제조업체들이 가정용 목재펠릿을 만들어 놓더라도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수요가 없다면 만들어놓은 목재펠릿의 품질이 떨어져 가정용으로 쓸 수 없는 재고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재고는 결국 손해로 이어지는 만큼 제조업체들이 가정용 목재펠릿 생산을 꺼린다는 주장이다.

또 국내 정책을 살펴보면 가정용 목재펠릿 지원 정책이 전무하다. 그나마 알려진 REC 가중치의 경우 발전사업자 지원책이라 가정용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이에 산림청 산림자원과 관계자는 “목재펠릿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현재 가정용 목재펠릿에 부과된 부가세를 오는 12월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통해 없앨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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