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판 조정관세 12년째 10% 유지, ‘실효성’ 글쎄…국내 합판산업은 매년 나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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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판 조정관세 12년째 10% 유지, ‘실효성’ 글쎄…국내 합판산업은 매년 나빠져
  • 김현우 기자
  • 승인 2020.02.17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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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합판산업보호 위해 2009년부터 조정관세 10% 변동 없어
업계는 조정관세 실효성 의심, “합판 생산업체 3곳만 보호하는 정책”이라는 지적

[한국목재신문=김현우 기자]  합판(두께 6㎜ 이상)의 10% 조정관세가 1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산림청 임업통상팀과 (사)한국합판보드협회(이하 합판보드협회)는 ‘산업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조정관세의 실효성을 의심한다. 일각에선 조정관세가 오히려 업계 제조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정관세는 경쟁력 취약 물품의 수입증가로 인한 국내시장 안정과 산업기반 유지 등 특정 정책목적 달성을 위해 100%를 상한으로 관세율을 인상해 적용하는 탄력관세제도다.

통상 조정관세가 적용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점진적으로 관세를 인하한다. 조정관세가 WTO 협정 위반은 아니지만 기본관세율 보다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것이므로 자유 무역을 저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수입합판 조정관세는 2009년 이후 12년간 10%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역시 산림청과 합판보드협회의 요청을 기획재정부가 받아들이면서 10% 조정관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산림청과 합판보드협회는 △국내 생산 합판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등 수입합판의 CIF 평균가격을 비교하면 최근 5년간 평균 가격이 28% 차이나 국내 합판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끔 해야 하고 △「관세법」 제69조 제4호에 근거해 합판의 수입증가로 인해 국내 산업기반을 붕괴시킬 우려가 있어 합판 조정관세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림청과 합판보드협회는 조정관세율 유지를 통해 국내 가구·건축·건설분야 기초원자재인 합판을 안정적으로 생산 및 공급해 국산목재 이용촉진 및 목재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료=산림청)
(자료=산림청)

조정관세 부과에 의한 산업보호 효과 “글쎄?”…국내 합판산업 오히려 쪼그라들어
그런데 합판보드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합판 생산량과 생산업체의 수는 지난 10여 년 동안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5개이던 합판 생산업체 수는 이듬해 4개로 줄었다. 지난해 말엔 전라남도 영암에 있는 합판생산 기업인 동일산업㈜가 폐업하면서 현재 합판 생산업체는 3곳에 불과하다.

이에 국내산 합판 생산능력은 2015년 79만3000㎥를 정점으로 매년 줄어 2018년엔 58만8000㎥까지 감소했다. 2014년 75%에 달하던 공장 가동률 또한 2018년엔 48%에 불과하다.

매년 줄어드는 생산능력과 낮아지는 공장 가동률 탓에 합판 생산량(보통·가공합판 총량)도 줄었다. 2014년 47만4000㎥에 달하던 생산량은 2018년 28만1000㎡에 불과하다. 지난해의 경우 24만2000㎡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올해 생산량을 23만5000㎥으로 전망한다.

당연히 국내 시장 점유율도 줄었다. 2016년 22.30% 수준이던 국내 합판시장 점유율은 2017년 20.45%로 하락했고 2018년엔 14.30%로 급감했다. 지난해의 경우 13.86% 수준으로 추정되며, 업계의 2020년 전망치는 13.77%에 불과하다.

참고로 이들 업체의 주요 생산품목은 6㎜이상 합판이고 조정관세는 6㎜이상 합판에 부과되고 있다. 올해 전망치는 현재 무역위에서 진행 중인 베트남산 합판 덤핑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조정관세 의존 말고 연구개발‧시설 투자해 가격 경쟁력 갖춰야
이렇듯 조정관세 부과에도 국내 합판산업은 사양길을 걷고 있다. 이에 목재산업계에서는 조정관세 실효성에 물음표를 띄운다. 산업보호를 위해 조정관세를 적용했지만 오히려 산업계의 제조원가 가중 및 성장세 둔화와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마루제조용 합판 조정관세 철폐를 주장한 합판마루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수입합판이 제조원가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관세 변동에 굉장히 민감했다”며 “관세가 인상되면 제조원가가 올라 업체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확보 경쟁 속에서 관세로 인한 가격 부담 압박은 물론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값싼 수입 마루 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려웠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다행히 2018년 국내 대부분의 마루 제조사가 사용하는 6㎜ 이상 8㎜ 미만 규격 마루제조용 합판의 조정관세가 철폐되면서 제조원가가 낮아져 업체의 부담도 줄고 소비자 가격도 내려가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조정관세로 국내 합판산업이 보호받는 동안 기술개발이나 시설투자가 이뤄진 것도 아니다”며 “조정관세를 통해 보호받는 것은 합판 생산업체 3곳뿐”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어 그는 수입업체를 대변하는 목재합판유통협회의 미온적인 태도도 지적했다. 취재결과 목재합판유통협회는 지난해 조정관세를 낮추기 위한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청과 보드업계는 산업보호라는 미명 아래 실효성이 의심되는 조정관세의 유지만을 바랄 게 아니라 연구개발과 시설투자 등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자구적 노력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김현우 기자   hyun-wood@media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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