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한국목재신문 편집국]

17년 전쯤에 마루제조자 협회를 만들기 위한 모임이 여러 차례 있었다. 입찰물량에 대해 지나친 경쟁을 피하고 건설적인 발전을 이뤄보려는 목적이 있었다. 결성을 앞둔 시점마다 마루를 생산하는 모 대기업이 결정을 미뤘고 일부 회사들도 적극성을 갖지 않아 시간이 흐르면서 화합은커녕 상호 불신의 벽만 높이는 계기가 돼버렸다.

당시 아파트 건설사의 물량수주는 대단히 큰 건이여서 업체들은 사활을 걸고 경쟁할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당시 생산했던 아름다운 목재의 본연의 성질을 갖춘 무늬목치장마루(합판 마루)는 사라지고 플라스틱치장마루(강마루) 만 남아버렸다. 건설사와 소비자에게 목재의 특성을 이해시키지 못하고 건설사가 바라는 1년 동안만 하자 없이 견디는 마루만 남아버렸다.

테노너와 포장박스만 있으면 강마루 회사를 세운다. 지금은 OEM공장들이 넘쳐나고 제조업체 에서는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OEM발주가 더 싸다는 웃픈 상황이다. 길게 보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 혈안이 돼 더 나은 마루시장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아파트 건설에 끌려간 을의 비참한 결과다. 결과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마루산업이 그렇듯 목재제조업이 큰 위기다.

제조업이 살아남기 어렵다. 제조업은 을도 아니요 병이나 정이라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 기업을 성장시켜온 회사는 커다란 시련을 겪으며 지금은 기회를 맞고 있지만, 대부분 회사는 그렇지 못하다. 멈추면 죽는다. 호랑이 등을 탔다. 그런데 싸울 무기가 가격밖에 없다. 이 상황이 정말 버겁다. 그러나 원가 이하의 경쟁을 하면서도 일부 회사들은 지가 상승분이 제조나 유통마진을 훨씬 넘어서기 때문에 본말이 전도된 승자가 돼버렸다. 우리 목재산업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부의 73%가 토지이니 그러할 만도 하다.

우리 목재시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수요 감소가 시작됐다. 10년 전에 비해 당시 품목기준으로 500만 입방미터 이상 감소했다. 그런데 수입이 쉬워지고 창고시설이 확장되면서 공급능력은 더 많아졌다.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는 채 한계 상황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런 결과 대부분 품목이 품질보다 가격이 우선되고 가격 말고는 그 어떤 것도 대응할 수 없는 시장을 만들어 버렸다. 심지어는 제품의 사이즈를 줄여 가면서까지 버티는 상황도 있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약해질 대로 약해진 목재업체는 장기발전 전략은 고사하고 우리를 위협하는 법과 제도적 환경에 둘러싸여 갇혀버리기 일보 직전이다. 협회는 위상과 실행능력이 점점 약해져가고 있고 현실적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세, 품목분류, 건축 및 소방법, 환경 관련법, 각종 인증 및 심사 불합리, 정책 및 자금 지원, 품질표시, 소비자대응, 무역분쟁 등에 대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보고서를 찾기 어렵다. 국산재 자원에 대해 분명한 미래를 제시하는 자료를 본 적이 없다. 우리는 이런데 투자를 하지 않는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약해질 대로 약해진 목재제품을 넘보는 대체소재의 침범이 계속되고 있다.

목재산업은 다양성과 교감이 그 본질이다. 단순 해지는 순간 우리는 갈 곳이 없다. 그런 길은 플라스틱이 가는 길이다. 목재산업은 문화에 기반한 생산과 판매를 해야하고 그 위에서 영속돼야 한다.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산업으로 변화해야 한다.

대의를 위해 작은 것은 버리고 신뢰와 협력 그리고 본연의 목재산업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일단 공급부터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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