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에서 은퇴

1983년, 성창기업이 창업된 지 50여년 만에 정태성 회장은 성창기업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즉 성창기업의 회장자리를 서정슬씨에게 넘겨주었다. 합판업계의 마지막 남은 창업주의 은퇴이었다. 당시 정회장은 은퇴식에서 모든 임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요지의 당부의 말을 남겼다.

“성창이 창업된 지 50여년, 반세기의 긴 세월동안 성창이 꾸준히 발전되어 온 것은 국민들의 격려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세계시장을 겨냥한 우리의 슬기와 힘이 세계인의 호응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 환경은 바뀌어져 가고 있습니다.

국제무역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 …중략 … ) 본인이 그러한 새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적합하지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2.3년 뒤면 본인은 미수(米壽)의 나이가 됩니다.

오늘날까지 제가 버티어 올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하나님의 은총이 그 원천이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하나님의 은총을 갈구하기에는 제 욕심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 중략 … )

제 뜻이 곧 여러분의 뜻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내일의 성창을 여러분의 가슴에 맡깁니다. 부디 성창의 새 시대를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대략 이와 같은 인사말을 듣는 성창의 임직원들은 눈물을 흘렸고, 물러나는 정회장도 허전한 마음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분신이다시피 했던 성창기업에서 손을 뗀다는 것이 그의 소유를 놓아 버린다는 그런 허전함과는 다른 것이었다.

정 회장은 성창그룹의 모든 것을 본인 소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관리를 위탁한 것으로 생각했을 뿐이었다. 이제 그는 그의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성창기업에서는 정회장의 기분을 헤아려 그가 쓰고 있던 성창기업의 사무실을 원 모습 그대로 보존해 놓고 있었으나 정회장은 그 쪽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았고 우암산 기슭에 있는 학교법인 이사장실로 발길을 돌렸다.

정 회장은 성창기업의 경영에서 은퇴함과 동시에 부산외국어대학 발전에 모든 힘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던 것이다.

1986년 1월 18일, 미수인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정회장은 학교법인 이사장실에 앉아 운동장에서 뛰노는 젊은 학생들의 함성을 듣거나, 잔디밭에 앉아 열심히 토론하고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세계를 누비는 우리 젊은이들의 활약상을 상상하곤 했다.

수출산업에 기여한 합판사업가로서, 나무를 사랑하는 조림사업가로서, 젊은이를 사랑하는 육영사업가로서, 하나님의 뜻을 받드는 종교인으로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활약상을 보여주었던 그가 숙환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그의 인생을 회고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우리는 이웃의 즐거움과 슬픔과 고통을 내 일처럼 느끼고 동고동락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사랑과 행복이 깃든 사회를 이룩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슬픔과 고통을 대신해 줄 사람이 있을 때 우리는 구원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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