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생각에 잠겨 몸도 마음도 쉬이 지치는 일상의 연속이다.
그러다보니 바다든 산이든 어디론가 여행좀 다녀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맡겼다. 문득 고개를 들어 창밖을 내다보니 한강이 눈에 들어온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내려버렸다. 갑작스런 나의 행동에 어안이 벙벙...
그러나 웬걸, '한강 한번 바라보고 버스타자'라던 나의 마음과는 달리 몸은 이미 선유도를 향한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기다란 나무상자처럼 생긴 나무통로는 한강 한가운데 자리잡은 선유도공원까지 이어진다.
쿵쿵거리며 공원안으로 뛰어가는 아이들, 다정하게 팔짱끼고 웃음짓는 연인들, 이미 공원을 한바퀴 돌고 되돌아나오시는 어르신들 등 많은 사람들이 한낮의 더위를 씻으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눈에 뛴다.

선유도 공원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당일 방문객의 입장수를 제한한다는 안내문구가 씌어진 전광판은 오늘 방문객이 500명이 넘었음을 알린다.
무지개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선유도 공원과 한강둔치를 둥근 아치형으로 이어주는 일곱가지 색으로 만든 다리인데 특이하게도 양쪽에는 계단식으로 만들어 놓았다.
촘촘이 이어진 다리가 흔들리는 느낌이다. 멀리 '이 다리는 흔들리게 만들어진 다리입니다'라는 전광판이 눈에 들어온다.

걸리는 것 없이 편안하게 오가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오르고 내리기 부담스러운 겨울철에는 이 계단으로 다니는 것이 안전하고 밋밋한 중앙보다는 더 재미있다.
기다란 통나무를 이어서 만든 다리위로 어떤 사람은 아예 신발을 벗고 다닌다. 한걸음 한걸음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다듬어가는 순례의 길을 행하듯...

무지개 다리를 지나면 커다란 나무상자가 놓여있는 듯 트인 마루바닥이 나타난다. 마루 중앙에는 3개의 원두막같은 쉼터가 놓여있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다.
한켠에는 나무상자를 뚫고 올라온 미루나무 3그루가 하늘향해 가지를 힘차게 뻗어 있는 것이 보인다. 자연과 건축의 조화로움이 빚어낸 독특한 아름다움이었다.
그 미루나무 밑으로는 염소, 오리, 다람쥐, 토끼가 지나다니는데 조금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보이지 않는다. 다리밑 보이지 않는 곳에는 새집도 있는 듯하다.
그곳에 서서 한강을 바라보면 멀리 난지도 공원이 보인다. 또한 성산대교와 당산철교, 국회의사당, 63빌딩, 쌍둥이 빌딩 등 주위 볼거리들도 많다.
공휴일이나 쉬는 날, 특별한 날이면 2002년 월드컵 기념으로 만들었다는 대형 분수대의 힘찬 행진도 볼수 있다.

이 나무상자 옆으로 살짝 내려가면 산책로가 펼쳐진다. 이전에 물을 저장하는 공간으로 쓰다가 생태공원으로 거듭난 공간들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나무의자가 곳곳에 놓여있어 간혹 마주앉아 얘기도 나눌 수 있고 아이들은 꽃과 식물들도 구경할 수 있다. 작은 공간이긴 하지만 호수안에 바위를 만들어놓은 인조공간도 있다.
선유도공원은 운동, 혹은 산책하기에 참 좋다. 혹은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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