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앞에 놓인 제재산업이 미래에 대한 시급한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잘못 선택된 길은 곧 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의 고민이다.

경기침체와 함께 잇단 대형제재소들의 등장으로 가격과 유통 등 전방위적 혼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선창산업 제재라인이 본격 가동됨으로써 이같은 혼전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선창산업 제재생산본부에 따르면 약 두 달 전부터 가동이 시작된 제재라인은 하루 평균 400~450㎥의 제재목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생산능력은 수율 55%의 일산 500㎥ 규모. 때문에 당분간은 공장안정화에 중점을 두고 지금과 같은 400㎥ 이상 생산을 지속하겠다는 게 선창의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선창의 이와같은 제재목 생산의 영향으로 제재목 가격이 도매가 기준 사이당 60원 가량 하락했으며, 하락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업계의 물밑에서는 제재산업의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를 놓고 분주한 저울질이 오가는 분위기다.

시나리오는 크게 가격 경쟁에 멍든 두세 곳의 대형제재소들이 스스로 무너질 것이란 것과, 주제품은 대형제재소에서 대량생산하고 소형제재소는 비규격 주문제 생산을 위주로 대형제재소의 유통사 역할을 할 것 등 두 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대형제재소 두세 곳 위험하다

대형제재소에서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은 중소형 제재소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하지만 전적으로 확신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이같은 시나리오의 근간에는 제아무리 대형제재소라고 해도 현재와 같은 ‘원가 이하’ 가격으로는 버텨내지 못할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특히 대형제재소들은 MDF나 PB의 원료를 꾸준히 생산해내야 하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어, 비교적 탄탄한 백그라운드가 없는 대형제재소부터 위험에 노출될 것이란 설명이다.

때문에 인천의 중소형 제재소들은 벌써부터 제재라인을 축소하고 주제품은 대형제재소에서 구입해 거래처에 납품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중소형 제재소들의 ‘화려한 봄날을 기다리는 동면’은 더욱 확산되는 조짐이다.

한 제재소 사장에 따르면 “아무리 대형제재소의 도매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수십 년간 유지해온 중소형 제재소들의 거래선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진 않는다”며 “특히 이들 거래선 대부분은 어음거래를 선호해, 대형제재소로 이동하는 거래선 양이 견디지 못할 정도는 분명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형제재소에서 싸게 나오는 제품을 사다가 납품하고, 일부 비규격 제품을 생산하면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며 “덩치가 크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불리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중소형제재소 유통사로 전락할 것

제재산업의 판도가 이미 대형제재소 위주로 새로 짜여지고 있다는 시나리오다. 다시 말해 중소형 제재소들의 동면은 결코 봄을 만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대형제재소를 중심으로 한 이같은 전망에는 대량생산 위주 제재산업의 세계적 흐름과, 원재료의 대량구매와 MDF PB 원료공급과 같은 원가절감 요인이 기저에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이미 일부 중소형 제재소에서 보여지고 있는 대형사의 유통사 역할은 더욱 굳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대형사에서는 소품목 대량생산, 중소형사에서는 대형사 제품의 유통과 함께 특수목 조경재 인터리어재와 같은 다품목 소량생산 체계가 일반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시나리오가 들어맞을 경우, 현재 수백여 개에 달하는 전국의 중소형제재소들의 상당부분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는 전망이다. 특히 대형제재소들이 밀집해 있는 인천 지역 제재소들에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동면에 들어갈 게 아니라 유통과 다품목 소량생산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힘써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인천의 모 대형제재소 대표는 “대형제재소들의 잇단 등장으로 공급과잉이 초래되고 있다지만, 이들 대형사들의 생산량을 다 합쳐도 국내 소비량의 70%밖에 안 된다”며 “선창의 등장으로 일부 재고확대 요인이 발생하고 있어도 생산량 축소에 나선 중소형 제재소들의 대체 수요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사의 한 관계자는 “대형제재소에서 아무리 가격을 낮춘다고 해도 망할 정도로 손해를 보면서 내지는 않는다”며 “그런 논리라면 모 목재는 벌써 문을 닫아야 했겠지만, 돈만 많이 벌고 MDF 공장까지 차리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서범석 기자 seo@woodkorea.co.kr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