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 받으면 휴지받는 기분”이라는 말이 남의 일이 아니다. 최근 장기어음 발행이 늘고 있고 중소기업의 어음결재비중은 42.9%로 1.4% 늘었다 한다.

어음부도로 인한 고통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특히 연쇄부도에 휩쓸리면 더욱 괴롭다. 우리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게임을 싫든 좋든 해야만 하기 때문에 작금의 상황이 더욱 어렵게 한다.

IMF 이후 잠깐 어음거래가 끊기는 가 쉽더니 다시 예전의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라 여기저기서 부도를 맞았다는 회사가 늘고 있다. 어음보험제도가 있지만 어음보험료도 높을 뿐만 아니라 공급규모도 아직 적다. 국가가 어음제도를 폐지하지 않는 한 어음의 공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목재업계가 어음을 쉽게 쓸 수 있는 것도 유산스(usance)로 들어오는 수입형태 때문이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매우 위험하다. 카트리나 같은 초대형 허리케인이나 태풍으로 인해 원자재 값이 급등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애기다. 현재 원화가치가 높아져 달러약세 상황이지만 언제 바뀔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어음거래는 주로 건설사나 건자재상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예전보다는 마진폭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니 어떨 때는 원가 이하에 매도물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어음거래를 계속한다는 것은 폭발물을 항상 품고 사업하는 것과도 같다.
100억을 팔고 10억 부도 맞아 사업을 접어야 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부도에 관한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악성루머까지 만들어 낸다.

어떤 기업은 5년전부터 오늘 내일 한다고 하는데도 살아있고 어떤 기업은 튼튼하다고 하는데도 연기처럼 공중분해되기도 한다. 기초의 부실은 체질자체를 허약하게 하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어렵게 한다. 이전투구식 전쟁 속에서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 서로의 신뢰마저 빼앗아 간다.

한편 비교적 어음거래를 적게 하는 목조주택유통회사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발전했다. 외부적요인에 의해서 불안에 떠는 것보다 내부적인 투자에 치중하면서 수익확보가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목재는 생물과도 같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품가치가 하락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회수가 용이하지 않다. 특히 제재소에서 생산된 나무들은 더욱 그렇다. 얼마나 많은 제재소들이 수율 2~3%를 높이기 위해 발버둥치는지 해당업계는 잘 알고 있다. 어음부도는 살얼음판을 깨버리는 치명타가 된다.
어음거래는 정상적인 거래를 위축시켜 마진보다는 당장의 자금순환을 위한 궁여지책이 돼 버렸다.

목재업계는 어음거래로부터 탈출하여야 한다. 이유는 목재는 생물과도 같고 고부가가치가 아주 높은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음이나 외상위주의 거래 관행은 기업의 수명을 짧게 하고 기업의 운신을 가로막아 기업활동에 막대한 피해를 낳게 한다. 혼자만의 결정으로 혼자 감당해야 하는데서 나아가 동종업종을 위험의 구렁텅이로 몰아가는 데 엄청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아무리 어음거래에 대한 법이 엄격해도 이를 악용하는 기업인이 있는 한 피해를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스스로 어음거래의 위험성에서 벗어나야하고 나아가 우리목재업계의 룰로 정착시켜 어음거래가 목재업계만이라도 사라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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