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된 대나무는 잘게 쪼개어져 비스듬하게 마감된 벽체를 덮고 있다. 독창적인 C.I와 함께 ‘한의원 려’라고 쓰여진 사인으로 보아 이곳이 찾던 곳인 듯싶다. 반대편, 한약재의 모습을 그래픽화한 것으로 보이는 유리벽과 동선을 유도하는 정면의 조명을 따라 발길을 옮겼다. 기존의 한의원과는 느낌이 사뭇 다른 명쾌한 공간과 맞닥뜨렸다.

자연 치료학을 특히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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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나 마감재 등에 의한 회화적 요소가 아닌 공간학적으로 실내 디자인을 풀어가는 제이이즈워킹의 장순각 교수(한양대 실내환경디자인학과)는 이번 한의원 공간의 컨셉으로 ‘음양오행설’을 말한다. 상대적 특징을 표현하는 음양의 이론과 두 가지 관계에 대한 서로 간의 상생관계를 설명하는 오행의 기본개념이 이번 한의원의 주된 키워드다.

또한 근본치유를 지향하는 종합치료학, 생체현상 그대로를 관찰해 분석하는 생명 현상학, 자연적인 재료를 그 치료약의 중심으로 하는 자연 치료학, 주증치료의학과 개별맞춤 치료학 등의 한의학 특성이 반영됐다. 이중에서도 특히, 양방의 화학적 치료에 대비되는 자연치료적인 특징은 공간 속에 자연적 재료가 들어가야 하는 공간 특성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음양의 이원론적 공간기호학

전체적인 공간의 모습은 이원론적 공간기초로 짧게 설명된다. 이는 보이는 재료(bamboo)와 보이지 않는 재료(백색 wall+빛)로 나뉘고, 사각형과 원으로 나뉘며, 이동(move)과 정지(stay)로 나뉜다. 입구에서부터 인포메이션 데스크까지의 l0m가 넘는 의도적 동선의 연장은 앞으로 전개될 공간전체를 은유적으로 설명하며, 동시에 빛-어두움의 두 가지 요소를 함께 갖고 있어 서로의 상생을 얘기해 준다.

긴 이동 이후의 정지는 높이 차이가 30cm인 은유적 공간분리로써 설명을 하고 있다. 대기실 공간에서의 안락함도 어릴 적 한약방의 정겨운 대기형태를 스케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에 붉은색 큐브(cube) 박스는 2개의 원과 함께 형태적 이원론을 설명하는데, 그 대비는 원 속의 물과 함께 공간의 클라이맥스를 형성한다. 곳곳에 배치된 공간 그래픽은 한의학의 기본이 되는 약재의 모습을 조합한 것으로, 그 본래의 형태에 충실하면서 공간 속에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더불어 붉은색을 주조 톤으로 해서 대나무의 남성적 선에 대해 여성적인 느낌으로 조화되도록 했다.

자료제공/제이이즈워킹(02-597-5902 www.jiw.co.kr)
정리/ 장영남 기자 chang@wood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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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의원 려를 통해서 담고 싶은 메시지는
이번 한의원 려는 기존의 정적이고, 명상적인 한의원에 대한 반전이다. 한의학이 갖고 있는 대체 의학적 요소로서의 모호성보다는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그 결과를 자연적이고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모습을 공간적으로 풀어내려고 의도했다.

국내산 대나무는 아닌 것 같다. 어떤 소재인가
그렇다. 이 소재를 찾기 위해 몇 개 국가를 탐방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아직 원산지를 밝히기는 어려우나, 드넓은 대나무 산지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에서 수작업을 통해 생산된 것이다. 때문에 대나무를 다루는 기술 또한 탁월했고, 내가 원하는 디자인도 얻을 수 있었다. 대나무를 얇게 쪼개면 휨이나 해충발생 등의 단점이 있으나 이런 문제가 전혀 발생되지 않았다.  

다음 한의원 인테리어를 제의받는다면, 어떤 컨셉으로 진행하고 싶은가
나는 명쾌한 느낌의 한의원을 지향한다. 다만 소재는 자연적인 소재를 고집하고 있다. 차기 프로젝트에서도 이 대나무를 계속해서 사용해볼 생각인데, 다음번에는 패턴에 변화를 줄 생각이다. 대나무의 커팅 방식에 따라 얻어질 수 있는 다양한 모양의 응용이다. 공간에 유동성과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물의 힘도 계속해서 이용될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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