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大阪府)시 남쪽에 자리한 오사카사야마(大阪狹山)는. 우리나라의 읍 정도 크기인 소도시이지만 일본 최고(最古)의 댐식 저수시설인 ‘사야마이케(狹山池)’로 유명하다. 1988년 제방 보강공사 과정에서 사야마 저수지는 7세기 초에 첫 축조됐으며, 바닥에 두꺼운 뻘층을 깐 뒤 그 위에 시루떡처럼 흙과 나뭇잎 층을 켜켜이 쌓고 경사면에는 나무로 틀을 대고 흙을 다져넣어 강도를 높인 것으로 밝혀졌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에는 높이 5.4m, 폭 27m이고 길이가 약 300m 였던 것이 누대에 걸친 지속적인 보수와 개축의 결과 현재는 높이 15.4m, 폭 62m에 길이가 600에 달하는 규모의 용수댐이 되었다.
이 저수지의 한 켠에는 2001년 문을 연 사야마이케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10여 년 전 제방의 한 단면을 잘라내 그대로 옮겨놓은 높이 15m, 밑변 62m 크기의 사다리꼴 모양의 거대한 제방이 사람들을 압도한다.
사진에서처럼 토층의 단면을 100여개의 블럭으로 떼내어 합성수지를 사용하여 하나하나 경화처리한 후 박물관 내로 옮겨서 재조립한 토목기술 유산이라는 익숙치 않은 전시물들이 흥미롭다.
7세기초 한반도에서의 도래인들에 의해 최초로 만들어 졌다고 하는, 1400년의 역사가 쌓여 있는 제방, 물을 빼내는 송수관, 제방의 미끄럼을 방지하는 목제틀 등의 토목유산에는 각 시대의 지혜와 기술이 활용되어 있다.
이러한 토목유산을 후대에 계승하고 고대로부터 사람들의 삶에 깊이 관계되어 온 치수, 관개와 토지 개발의 역사를 현지에서 옮겨 온 토목기술 유산을 중심으로 영상이나 모형 등을 사용하여 소개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당시로서는 최첨단인 이 댐을 축조하였던 공법은 한성백제 왕성인 서울 풍납토성과 김제벽골제 등에서도 확인됐다. 이밖에도 한반도에는 이미 3세기 때의 몽촌토성, 5∼6세기 함안의 아라왕궁지 앞 토축 등 이보다 훨씬 앞선 토목기술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일개의 제방을 고대의 과학기술을 보여주는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킨 이 사례는, 토지개발에 수반되는 지하의 문화유적에 대한 성급한 조사와, 아직 허술한 문화재 보존으로 보편화 된 우리 실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류의 역사가 물과 더불어 시작되었음은 인류의 문명이 모두 큰 강 주변에서 발원하고 발달한 것으로 입증된다. 생물학자들은 인류를 포함한 모든 육상동물들도 거슬러 올라가면 그 발원지는 바다였다고 주장하기도 하며, 혈액과 체액의 구성성분이 바닷물과 비슷한 비율을 보인다는 것을 주장의 근거로 삼는다.
이론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물은 우리의 삶에서 절대적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물질이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치수(治水)는 위정자의 최대 덕목이었다. 지난 5월 이 사야마저수지 박물관의 개관 5주년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의 주제발표자로 다녀오면서, 부러움 반 아쉬움 반의 소감으로부터, 상기한 우리나라의 고대 토목기술들을 남기고 보여주는 즐거운 상상 중에 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