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박물관이 있는 목재회관을 지읍시다

아무리 어려워도 이제 우리가 움직일 때

2024-06-18     한국목재신문 편집국
윤형운 발행인

백발의 노인, 신문사 찾아와 목재박물관 건립 부탁해

3년 전 백발에 작은 체구의 나이가 지긋하신 송영빈 선생이 강원도에서 성남 사무실까지 먼 길을 무릅쓰고 신문사를 찾아왔다. 송선생님은 당시 87세. 녹색환경자원연구소 소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필자에게 '목재박물관' 건립을 간곡히 부탁했다. “몇 년 전부터 목재박물관을 세우기 위해 본인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이제 나이가 들어 더 이상 할 수 없다. 신문사 사장께서 이 일을 대신 맡아주었으면 한다”고 말이다.

세상에 이런 훌륭한 분이 계셨구나 하는 생각에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했다. 이런 뜻을 품을 수는 있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25년 전 총연합회설립, 도서발행, 목재전문전시회 등 신문사의 주주 모집을 할 때 내걸었던 10가지 이상의 약속 중 딱 하나 해내지 못한 약속이 '목재박물관 건립'이었다. ‘목재박물관 건립’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마음의 짐처럼 남아있곤 했다. 송선생님은 생각이 아닌 행동에 나섰으며 기댈 때가 있으면 어디라도 찾아다녔다. 인천시에도 건립에 대한 질의를 했으나 원하는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분은 목재 역사나 뉴스를 스크랩한 기사와 박물관 설립에 관한 자료도 모아서 필자에게 건내 주고 박물관을 꼭 세워 주기를 당부한 채 신문사를 떠났다. 하지만 필자와 함께 나서주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았고 실행할 방안이 마땅치 않아 박물관 설립에 관한 이 자료들을 캐비닛에 넣어두었다.

몇일 전 대한목재협회 이운욱 회장이 전화가 왔었다. 박은식 산림정책국장이 인천에 방문했을 때 '목재박물관'을 건의를 했었다고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협회 이장성 전무로부터 대한목재협회에도 1년 전에 송선생이 찾아 왔었다는 말을 듣게 됐다고 했다. 이어서 그분께서 운명을 달리했다는 소식도 전해주었다. 전화로 그 소식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하고 뭔가 미안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망자의 소원을 어떻게든 풀어 드려야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이제 그 길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찾고 뜻을 이루고자 글로서 첫 발을 떼고자 한다.

생전에 (故)송연빈 선생님이 신문사로 찾아와 목재박물관 건립을 위해 평생 노력하신 자료를 주고 목재박물관건립에 나서 달라 부탁했다.

 

목재박물관, 목재회관이 왜 필요한가?

목재박물관의 필요성은 누누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안다. 다른 전문 박물관을 가보면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근대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 중 하나로 기후변화 시대에도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목재산업이 박물관 하나 없다는 게 더 이상할 따름이다. 산업생산액 42조원이 넘는 목재산업이 목재박물관을 갖춘 목재회관 하나 없어서야 될 것인가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목재산업을 대표하는 목재박물관은 고사하고 목재산업을 대표하는 목재회관조차도 없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목재산업의 위상을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다. 앞으로의 목재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이어 온 역사를 통해 인류의 진화와 산업발전까지 목재가 미쳐왔던 역사를 조명해서 목재의 역사를 새겨두어야 한다. 산업의 발전 속에서 변화해 왔던 수많은 목재제품의 운명을 기록해야 한다. 세계와 목재, 한국의 목재와 산업을 기록하고 전시해서 목재인으로서 긍지와 자존심을 살려야 한다. 생활 속의 목재의 가치를 국민에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 목재박물관을 지음으로써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목재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하는 것을 알게 해 줄 의무가 우리 목재인들에겐 있다.

 

역사관, 과학관, 산업관, 수종관, 국산목재관 등을 넣자

목재역사관은 목재가 지속가능한 자원임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주는 영상자료가 쉴세없이 상영되고, 구석기시대부터 철기시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중요한 목재의 이용과 문화를 연대적으로 표현하고, 목재의 과학적 지식과 사실들은 쉽게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목재과학관은 목재의 미시적 형태를 관찰 가능하게 해 주어서 심미적, 구조적으로 다양한 느낌을 주어야 한다. 또한, 매스팀버로 달라지는 도시공간과 주거공간에 대한 미래를 볼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목재생산을 위한 조림과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목재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도 해야 한다.

서양 도서에는 나무 이름과 사용이 구체적인 반면 우리 도서는 그런 표현을 찾기 어렵다. 목재에 대해 받은 교육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국민 전체가 목재의 특성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목재수종관과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 국산목재를 설명하는 국산목재관도 필요하다. 세계의 다양한 목재를 전시하고 특별한 목재제품을 전시하며 이를 위해 물품을 기증받을 필요도 있다.

목재산업관은 우리나라의 목재산업의 역사를 연대기로 정리해 수 많은 기업의 발자취를 함께 기록했으면 한다. 자부심과 긍지는 이런 일들을 통해서 우리 마음속에 자리하기에 이제라도 산업의 자존심과 위상을 위해 십시일반하였으면 한다.

 

국산목재이용, 첨단 공법 망라된 랜드마크 건물이 돼야

목재회관을 지어서 목재박물관을 지하층과 1층으로 조성하면 어떨까 싶다. 목재박물관은 목재역사관, 목재문화관, 목재과학관, 목재수종관, 국산재이용관, 목재와 환경관, 목공놀이관 등으로 구분해 전시를 하고, 목재회관은 어린이를 위한 친환경 야외놀이시설, 혁신된 목재 조경시설, 박물관, 대회의장, 미팅장, 협회사무실, 일반 사무실, 편의시설 등이 있는 국산재 매스팀버를 이용한 복합건물이 어떨까 싶다.

목재회관은 첨단 목조건축기술을 망라해 짓 돼 가능하면 국산목재로 지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었으면 한다. 이로써 목조건축의 위상을 바꾸고 국산목재 이용의 혁신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목재회관에 목재협·단체가 상주하고 교육장, 세미나와 심포지움 그리고 미팅장까지 마련해 목재인의 소통의 장이 되게 하고 목재산업의 발전의 구심점이 되게 해야한다.

 

시작은 목재회관건립추진위원회 구성부터

그러면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일단 목재회관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추진위원들은 목재회관을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을 미리 기부하여 목재회관건립 기초안을 작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위원회는 목재회관 건립에 대한 건축 기본정보와 건물컨셉디자인을 완성해서 지자체와 산림처에 예산을 설득하고 마련하는 활동을 하여야 한다. 정부와 지차체의 예산이 반영되면 산림청이 목재회관건립 기본계획용역을 발주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본계획을 확정하면 일의 50%는 진행된다. 이후 실시설계 공모 용역을 발주하여 건축을 완성하는 절차로 진행하면 된다. 다음은 건립에 필요한 재정확충을 위해 목재인과 기업의 후원금을 모아 뜻을 함께하는 방식을 제안해 본다. 요약하면 <목재회관건립추진위원회 구성> → <목재회관 기본계획 수립> → <지차제 및 정부 예산반영> → <산림청 기본계획 용역 발주> → <실시설계공모발주> → <착공> → <완공> 순으로 진행하면 될 것이다. 아마 착공까지 4년 이상의 장기계획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회관건립에 기여한 이름을 건물에 영원히 새겨서 목재인의 자부심을 높이고 목재산업의 중흥을 위한 원동력으로 삼는 기회가 되길 간절히 염원해 본다. 이렇게 하면 송영빈 선생의 뜻이 죽어서도 이뤄지는 것 아닐까 싶다. 이 목재회관 건립은 송영빈 선생의 뜻만이 아니라 그동안 찜찜함을 마음 한구석에 담고 살아왔던 목재산업 종사자의 뜻이기도 할 것이다.

자기 스스로를 드러내고 세우지 못한 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하나로 힘을 모으지 못하고 오합지졸이 되는 산업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가격만 생각하는 산업도 도태되기는 마찬가지다. 미래를 선도하는 변화를 위해 하나가 되고 단결해서 이겨내는 목재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변화의 스모킹 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목재박물관이 있는 목재회관을 짓는 것이다. 국산목재 이용의 혁신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탄소중립시대의 건축 미래를 담아 대한민국 최고의 목재기술과 최고의 디자인으로 목재회관을 지어야 한다.

 

목재박물관이 있는 목재회관이 지어지면

목재회관 내에 목재박물관이 설립되면 유치원부터,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교까지 관람과 교육으로 유명세를 타 지역의 명소가 될 것이다. 교육을 통해 목재와 목재산업을 설명해서 국민들이 ‘순환경영으로 생산되는 목재의 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주어야 하고 목재의 가치와 이용에 대해 식견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된다. 각종 회의가 열리고 교육센터가 활성화되고 해외목재정보와 비즈니스 정보가 모이며 세미나와 심포지엄이 개최됨으로써 목재산업의 궁극적 발전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아울러, 목재산업의 중요도와 위상도 높아져 목재 이용 기반이 확실하게 구축될 것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이제 우리가 움직일 때

회관건립은 목재산업의 단합과 협력의 상징이다. 가능할지 하다가 말지 해낼지는 우리의 노력에 달렸다. 건축비용도 크지만 사실 박물관의 컨텐츠가 더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도 산업의 위상에 맞는 노력자체를 포기하기 보다는 중단 없는 노력으로 언젠가 우뚝 세워질 날을 기대하는 게 이 업을 하고 있는 분들의 의무이자 책임 아닌가 싶다. 기부자, 설계자, 건축가 등 뜻을 함께 하는 목재인 분들이 모여서 목재인의 염원이 담긴 목재회관건립을 위한 ‘목재회관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일부터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