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서구문화원 목재기업 구술채록은 값진 기록
인천서구문화원이 인천 서구 주민의 생활사를 아카이빙하는 작업을 2023년부터 시작했다. 아카이빙은 ‘특정 기간 동안 필요한 기록을 파일로 저장 매체에 보관해 두는 일’을 말한다.
인천서구문화원은 인천서구 발전에 큰 획을 그은 인천목재단지에 종사했던 분들을 대상으로 1970년도 이후의 과정을 아카이빙했다. 아카이빙 결과는 녹음자료, 동영상자료, 책자로 제작돼 보관됐다. 그동안 기업체별로 역사를 책자로 남겨 둔 사례는 있었으나 지자체가 나서서 목재산업 생활사를 수집해 자료화했다는 점에서 이번 작업의 의미가 컸다.
아시다시피 인천서구는 전형적인 농어촌에서 놀라울 정도의 산업도시로 성장했다. 가좌 동의 제재산업단지로부터 시작해 북항 목재산업단지까지 목재기업의 발전이 오늘의 인천 서구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점들이 이번 구술채록을 통해 드러나고 기술되어 정말 다행스럽다. 경민산업 이경호, 우성산업 민경원, 영림목재 이경호, 해안종합목재 조영팔, 우딘 강원선, 영도목재 양종광, 원창 이운욱, 레이디가구 임수근, 가가담목재 이경석 9명의 구술자의 성장 과정을 통해 인천서구의 변화를 알 수 있게 했고 인천서구의 뿌리가 목재 산업임을 여실히 증명해 주었다.
기록은 그 산업의 역사이자 자존심이다. 기록이 없는 산업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우리 목재산업은 규모에 비해 이런 면에 소홀한 감이 있었으나 이번을 계기로 더 많은 구술채록 작업이 이뤄져 사라지기 전에 녹음과 책자, 영상으로 기록되길 바란다. 구술채록이 많을수록 목재산업의 역사가 재조명되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목재산업의 역사를 써 내려갈수 있을 것이다. 이번 아카이빙 작업을 맡아 면담한 분들도 소중한 자산이 되어야 한다. 이분들도 지역사회의 문화해설, 역사해설, 지역아 카이브 작업, 시민교수를 하는 전문가들이고 이분들의 노력의 결실이 인천서구 목재산업을 재조명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이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실행해 준 인천서구청, 인천서구문화원, 인천서구의회, 인천서구국회의원, 면담자 모든 분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목재산업이 발달한 부산, 군산, 목포 등의 지역도 이런 기록이 남겨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긴 시간 속에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그것들을 구술채록해 남겨 두는 일은 목재산업 종사자로써 반드시 해야 할일의 하나다.
지금 목재산업은 매우 어렵다. 성장엔진이 꺼져버린 상태다. 스스로 일어설 무기가 없다. 탄소중립시대에 목재사용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목재산업은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의 결속이 사라지고 각자도생이라는 말만 회자되는 가운데 시대의 요청에 맞는 전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나온 일들은 살펴보고 반성할 수 있는 공공기록조차 없는 목재산업사회의 일면이 지금의 어려움을 설명하지 않나 싶다.
목재산업사회가 신뢰를 쌓고 희망찬 미래를 만들어 가려면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대전환은 이미 일어나고 있으나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산림청과 국토부가 공동으로 준비한 목조건축진흥 관련 법안이 제정되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목조건축이 목재산업의 성장 엔진이 되고 국산목재의 이용이 본격화되어 인천에서도 국산목재 가공을 흔하게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하면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목재산업의 역할과 위상을 높일지 한마음 한뜻으로 결속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
더 긴 안목과 필사적 전환 노력으로 투자하고 새롭게 나아가야 할 때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순간도 기록으로 남겨지고 후회 없는 결정이 됐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