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산목재 가공산업, 지금이 대전환의 골든타임
우리 산림은 울창하다. 임목축적은 20년 전보다 두 배나 늘어 헥타르당 167㎥에 이르러 OECD 평균을 상회한다. 그러나 목재 자급률은 여전히 15%에 못 미치며, 국산재의 이용은 대부분 보드, 펄프, 연료(발전용 에너지)에 국한되어 있다.
제재목은 전체의 15%도 되지 않으며,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에서 강조한 ‘단계적 목재 이용’과는 거리가 멀다. 더 심각한 것은 활엽수의 제재 이용률이다. 전체 원목 중 41.6%나 차지하는 활엽수 원목 연간 제재량은 현저히 낮으며, 고급 목재 자원인 참나무는 대부분 장작으로 소비되고 있다. 연간 70만㎥ 이상이 땔감으로 사라지는 현실은 국가 자원의 낭비이자 산업 정책의 실패다. 특히, 북미산 참나무 판재가 수입돼 ㎥당 3~6백만 원에 거래 되지만, 국산 참나무 판재는 시중에서 보기 어렵다. 이는 국산재의 활용이 단지 저가 원료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 원인의 핵심은 산림청의 양적 공급 중심 정책과 구조 전환을 이끌지 못한 미온적 대응에 있다. 단순히 자급률을 높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국산재의 가치 중심적 가공 이용 체계 확립이다.
이 대전환에는 두 축이 필요하다. 첫째, 제재 중심의 목재 수확 체계 정립이다. 현재 국내에서 수확되는 소나무는 대부분 재장 2m로 획일적으로 재단되며, 이 길이는 보드 원료용으로 적합할 뿐 구조재나 건축용 재료로는 활용이 불가능하다. 이를 2.7m, 3.6m 등으로 다양하게 재단하면 제재 후 다양한 목적으로 가공이 가능해진다. 제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은 여전히 칩으로 활용할 수 있기에, 제재 중심 수확은 효율성과 부가가치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다.
둘째, 시대에 부합하는 첨단 가공설비 확충이 절실하다. 현재 국내 산림의 4~5영급 이상 수종은 대부분 직경 20cm를 넘으며, 합판, LVL, 구조재, 집성재 등 다양한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길이가 짧은 단척재라도 첨단 접합 기술과 자동화 설비를 통하면 고부가가치 자재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가의 설비 투자와 국산재 수급 불안, 낮은 수요 등은 기업의 투자를 크게 위축시키게 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가공설비에 대한 직접 지원과 세제 혜택을 즉시 시행할 필요가 있다. 1차 가공업체에 대한 부가가치세 및 소득세 감면, 설비 구매 세액공제, 자금 융자 등 실효성 있는 지원이 요구된다. 또한, 건조 제재목 비축정책은 국산재 생산과 유통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신설 2차, 3차 가공공장이 일정 수준의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 국가 차원의 비축창고 운영과 공급안정화 제도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활엽수의 경우, 대규모 집중형보다는 소규모 분산형 질적 접근이 효과적이다. 전국 각지에 소규모 ‘활엽수 자원가공센터’를 설치하고, 포터블 제재기, 소형 건조기, 집진기 등 최소 설비를 갖춰 마을 단위 생산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렇게 생산된 건조 활엽수 판재는 권역별 비축센터를 통해 오프라인 유통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동시 판매할 수 있으며, 가구재, 실내 건축재, 조경자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산불의 피해목 추경예산이 벌채와 복구에 집중돼 있는 것만 봐도 정부가 가공산업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해 얼마나 소홀히 하는지 알 수 있다. 국산목재 가공산업은 탄소중립 시대, 자원 순환 사회를 실현할 핵심 인프라다. 지금이 바로 대전환의 골든타임인 것이다. 국산재 활용과 가공 기술 혁신이 맞물릴 때, 국산목재 산업은 비로소 자립 기반을 다질 수 있다. 정부의 결단과 산업계의 전략 전환이 동시에 필요하다. 이 시기를 놓친다면, 국산목재 산업은 물론 임업과 목재산업 전체가 회복하기 어려운 위기를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