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불피해목 건축자재 전환에 투자하라

2025-06-21     한국목재신문 편집국

경남·경북 지역의 초대형 산불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무려 10만 4천ha, 서울시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산림이 불탔고, 인명과 재산 피해뿐 아니라 산림자원 소실과 생태계 파괴까지 모두 역대급 재앙이었다.

지난 5월 1일,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산림청은 국회에 4,200억 원 규모의 추경 예산을 요청했고, 국회는 최종적으로 4,407억 원을 확정했다. 예산 내역을 보면, 긴급 벌채와 산사태 예방, 임업인 지원 등 산불 피해 복구에 1,799억 원, 헬기·드론·CCTV·인력 확충 등 산불 대응 역량 강화에 2,608억 원이 배정됐다. 이 같은 예산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산불피해목 처리 예산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 산림청은 2차 추경에서 반영하겠다고 밝혔으나, 최근 2차 추경이 민생경제 중심으로 편성될 예정이어서 산불피해목 관련 예산은 불투명하다는 말이 들려오고 있다. 결국, 산림청이 정책적으로 강조해 온 ‘산불피해목의 단계적 이용’은 현실적 계획 없이 구호로만 남은 셈이다. 더욱이 산림청은 아직도 피해 산림의 구체적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 면적 10.4만ha에 해당하는 임목량은 약 17,368천㎥로 추정되며, 이 중 절반이 용재로 활용 가능하다고 본다면, 약 800만㎥는 건축 자재 등으로 단계적 이용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지금까지 산불피해목은 대부분 에너지칩으로 전환됐다. 문제는 이번에 발생한 피해목 양이 연간 원목 생산량의 몇 배에 이르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기존처럼 에너지용으로만 활용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자원이다.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도 ‘단계적 이용’의 첫걸음은 제재목 생산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탄화된 부분을 제거하고 인근 제재소로 운송해야 한다. 특히 이번 산불피해 지역은 재선충이 만연한 지역이기 때문에 사멸 처리가 필수적이다. 과거의 훈증 방식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현재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단 한 시간 안에 피해목 내 재선충을 완전히 사멸할 수 있는 건조설비가 상용화돼 있다. 이에 따라, 집하장으로 피해목을 이송한 후 마이크로파 건조기를 활용해 재선충을 사멸시키고, 박피기로 탄화 수피를 제거하여 인근 제재소로 보내면 건축자재로 활용 가능한 소재로 전환할 수 있다. 이후 제재소나 공동 건조장에서 추가 건조를 거쳐 수요처로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하면, 단계적 이용이 실제 시스템이 되어 작동할 수 있다.

산불피해목은 벌채하지 않고 1년 이상 방치하면 부후·충해·변색 등으로 활용이 거의 불가 능해지며, 고부가가치 건축소재가 아닌 에너지원으로 전락해 버린다. 따라서 산불피해목의 대량 발생 상황에서는 제재 및 건조 후 비축창고에 저장하는 방식이 필수적이다. 제재소가 건축소재를 생산하더라도 저장하고 공급할 곳이 없다면 이용체계를 만들 수 없다. 다행히 건조 제재목은 장기 보관이 가능하므로, 30~40 만㎥ 규모의 비축창고를 운영해 국산목재로 만든 구조재, 구조용 집성재, 집성판재, CLT, 내장재, 조경재 등에 공급한다면 품질과 가격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산불피해목을 단계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국산재 이용 산업에 있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집하장, 재선충 사멸 설비, 박피기, 소팅기, 건조 시설 등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산림청이 말하는 단계적 이용은 허울뿐인 구호에 불과하다.

산림청은 이번 2차 추경에서 산불피해목의 건축자재 전환을 위한 예산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며, 1차 추경 예산을 수정해서라도 이 사업을 반영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산주의 소득 증대, 지역경제 활성화, 탄소 저장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국산목재 산업의 고도화를 위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