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동국대학교 객원교수] 우리 나무의 위기, AI 기술로 순환경제의 길을 열다

한국목재신문 창간 26주년 기고

2025-08-15     한국목재신문 편집국
이동흡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객원교수

우리나라 목재산업의 역사를 기록하고 미래를 밝혀온 한국목재신문의 창간 26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지난 26년간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히 대변하며 때로는 날카로운 비판으로, 때로는 따뜻한 격려로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온 한국목재신문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이제 새로운 30년을 향한 출발선에 선 오늘, 이 뜻깊은 날을 맞아 우리 목재산업이 마주한 거대한 위기를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여 희망찬 미래로 나아갈 방법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특정 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탄소중립 미래와 우리 자연 자원의 지속가능한 활용을 결정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현실의 벽: 1%의 한계와 끊어진 순환 고리

우리 주변에는 사계절 푸르른 울창한 숲이 있지만, 정작 우리 생활 속에서 국산 나무가 쓰이는 비율은 다 합해도 고작 15%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 목재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 재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국내 임업과 목재산업의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 주는 지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소중한 국산목재 중에서도 건물을 짓는 핵심 구조재, 즉 ‘건축용재’의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 숲에서 자란 우수한 목재가 그 잠재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대부분 일회성 팔레트나 펄프 원료 등 낮은 가치의 제품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뜻으로, 막대한 국가적 자원 손실이 되고 있다. 이상태로는 우리 목재산업의 미래와 희망은 없다. 나무를 가장 가치 있고, 가장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곳에 쓰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대대적인 혁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최고의 해법, ‘목조건축’과 ‘산림 순환경제’

나무를 가장 가치 있게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답은 명확하다. 바로 건물을 짓는 것이다. 나무로 지은 집이나 건물은 그 수명이 길어 100년 이상도 거뜬히 유지된다. 그긴 시간 동안 나무는 성장 과정에서 흡수한 막대한 양의 탄소를 대기 중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사용되고 있는 건물 내에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즉, 도심 속에 서 있는 목조 건축물 하나하나가 탄소를 가장 오랫동안 안전하게 저장하는 최고의 ‘탄소 통조림’이 된다. 목조건축은 탄소를 효과적으로 고정하여 도심속 환경 지킴이 역할을 한다.

또한, 목재는 건축재로 사용될 때 그 부가가치, 즉 경제적 가치가 가장 크게 높다. 원목이 가공을 거쳐 튼튼한 기둥과 보가 될 때, 그 가치는 몇십 배로 뛰어오른다. 이렇게 창출된 높은 수익은 어디로 흘러가야 할까? 바로 우리 숲으로 돌아가야 한다. 좋은 나무를 더 많이 심고, 숲을 더욱 건강하고 풍요롭게 가꾸는 ‘임업’ 분야에 재투자할 수 있는 튼튼한 여건이 된다. 이러한 재투자는 더 좋은 건축재를 길러내고, 산사태나 병충해에 강한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가능케 한다. 이는 단순한 수익의 환원을 넘어, 산림의 경제적, 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높이는 길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산림 순환경제’의 핵심이다. ①건강한 숲을 정성껏 가꾸고(임업) → ②그 숲에서 자란 좋은 나무로 높은 가치의 건축재를 만들고(목재산업) → ③그 건축재를 활용해 탄소를 저장하는 멋진 목조 건축물로 수익을 창출하며(목조 건축) → ④그 수익으로 다시 숲을 가꾸는 ①번의 과정으로 되돌아가는 건강하고 지속가 능한 순환 고리의 첫걸음이다. 이 선순환의 고리가 막힘없이 원활하게 돌아갈 때, 비로소 우리 목재산업 전체가 동반 성장하고 진정한 의미의 탄소중립 사회에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

 

혁신의 중심, ‘AI’가 희망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1%라는 암담한 수치에 멈춰있다. 이 끊어진 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다시 힘차게 이어줄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바로 해외 여러 선진국의 ‘인공지능(AI) 활용 목재의 가공 기술’에서 이미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제재소들은 대부분 30년 이상 된 낡은 설비와 작업자의 경험에 의존하는 수작업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수입 목재와 정말 처절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AI 기술은 이러한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 가 되고 있다. AI는 원목을 3D로 정밀하게 스캔하여, 낭비되는 부분을 거의 없이 가장 효율적으로 자르는 방법을 단 1초 만에 계산해 낸다. 숙련된 작업자의 눈과 손을 대신하는 로봇팔은 이 계획에 따라 목재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옮기고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자동화는 원목의 수율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대신하여 작업환경의 안전성을 높이고, 산업 현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기계에 ‘보는 능력’ 을 부여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은 사람이 놓치기 쉬운 작은 옹이나 흠집까지 정확히 찾아내 최고의 품질을 보장한다.

실제로 유럽의 한 가구 회사는 AI 검사 시스템을 도입한 후, 불량품 출고를 사전에 차단하여 고객 반품률을 15%나 줄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건축가와 건설사가 믿고 사용할 수 있는 고품질 국산 건축재의 안정적인 공급으로 이어지며, 1%의 벽을 깨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함께 만드는 미래, ‘AI 목재 클러스터’

영세한 개별 제재소의 현실적 제약을 고려할 때, 복수의 제재소가 연합하여 구성하는 ‘AI 목재 클러스터’는 막대한 설비 투자 부담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다. 클러 스터는 단순한 장비의 공동 활용을 넘어, AI 기반의 첨단 제재 및 가공 설비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주체가 된다.

이러한 통합 공정 내에서는 목재 건조부터 시작하여, AI 비전 시스템을 통해 옹이·흠집 등 결함을 정밀하게 식별·제거하고, 정교한 접합 가공을 거쳐 최고 수준의 품질과 균일성을 갖춘 제품으로 규격화된 신뢰도 높은 재료로 건축 시장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클러스터에서는 생산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시장 동향에 대한 심도 있는 정보를 공유하는 첨단 기술 허브가 된다. 또한 개별 기업의 한계를 공동의 노력으로 극복하고, 기술 혁신과 정보 공유를 통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동반 상승시키는 역동적인 혁신 생태계가 된다.

하나의 사례로, 이 클러스터에서는 고층 목조건축의 핵심 재료인 ‘라미나(Lamina)’를 전문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라미나는 구조용 집성재(Glulam)나 CLT(Cross-Laminated Timber)와 같은 최첨단 공학목재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부품으로, 현재 국내에서는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클러스터에서 라미나를 안정적으로 생산하여 공급한다면, 이는 곧 국내 목조건축 산업 발전의 튼튼한 발판이 될 것이며, 국산 목재가 저부가 가치 시장에서 벗어나 첨단 건축 시장으로 도약하는 길이 될 것이다.

AI 기술을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통념이다. 최신 AI 기술은 사용자 편의성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어, 수십 년간 축적된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한 기성세대가 AI 기술을 접목할 때, 오히려 그 어떤 세대보다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잠재력을 지닌다.

따라서 숲을 가꾸는 임업인, 목재를 가공하는 목재 산업계, 그리고 그 가치를 건축으로 증명하는 목조 건축계가 ‘순환경제’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이제부터 힘을 합쳐야 한다. 망설일 시간이 없다. 각자의 영역을 넘어선 과감한 협력과 공동의 노력만이 숲과 목재산업의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고 녹색 순환의 지속 가능한 미래로 탄소중립을 유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