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산 목재산업 도약 위한 국가 전략 필요
국내 목재산업이 변곡점에 서 있다. 원자재 수급 불안, 제재·판상재 제조업의 침체, 목조건축 시장의 정체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신호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산림에서 건축까지 연결되는 통합 전략과 집중 투자다. 산림청과 정부는 이 변화를 이끌어야 할 책무를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우선 생산 임지에 대한 적극적인 산림경영이 절실하다. 지난 50년간 조림을 통해 양적 성장은 이뤘지만, 방치된 산림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과밀림으로 방치돼 있다. 목재자원의 질적 성장 없이는 안정적인 국산재 공급도, 목조건축 활성화도 불가능하다. 일본이 매년 계획적인 솎아베기와 주벌로 양질의 목재를 생산하고, 그 자원을 합판, CLT와 글루램 같은 첨단 제품으로 가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두 번째로, 정부의 집중적이고 전략적인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매년 2억~3천억 원 규모의 예산을 5년간 집중 투자해 산림경영 인프라와 첨단 가공 설비를 동시에 확충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다.
캐나다와 오스트리아는 수십 년 전부터 목재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캐나다는 공공 조달과 기술 개발 지원을 병행했고, 오스트리아는 국영 기업을 중심으로 수확·가공·유통·수출까지 통합된 체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이들 국가는 건축과 수출 두 시장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다.
우리도 이 같은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산림청은 산림자원의 계획적 활용과 경영 지원을 책임지고, 국토교통부는 목조건축 설계 기준과 인허가 체계를 글로벌 수준으로 개편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장 자동화와 스마트 공학목재 기술 개발을 지원해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부처 간의 유기적 협업 없이는 산림에서 건축까지의 통합 생태계 구축은 불가능하다.
세 번째로,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목재산업이 단순 제재목이나 저가 제품에 머물러서는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합판, CLT, 글루램, LVL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공공 조달 시장에 국산재 사용을 의무화해 수요 기반을 안정화해야 한다. 또한 환경성적표지(EPD)와 ESG 인증을 강화해 해외 시장으로의 수출길을 넓혀야 한다. 유럽은 이미 모든 목재제품에 EPD를 의무화하고, 이를 공공 조달과 민간 건축 프로젝트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우리도 EPD 인증 체계를 갖추고, 이를 수출 전략과 연계해야 한다.
일본은 정부 주도의 시장 관리와 기술 표준화, 그리고 공공건축에서의 목재 우선 사용 정책으로 목재 자급률을 40% 이상 끌어올렸다. 오스트리아는 목조건축 활성화와 수출 확대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 인구 900만 명의 작은 나라에서 세계적인 목조건축 강국으로 성장했다. 캐나다 또한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과 시장 지원으로 북미 시장은 물론 아시아 시장에서도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산림을 단순 보호 대상으로 보지 않고 산업화의 핵심 자원으로 인식하며 국가 전략을 세웠다는 점이다.
국내 목재산업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지만 산림자원 관리, 첨단 설비 구축, 품질 경쟁력 강화, 정책 연계라는 4대 축이 함께 작동한다면 5년 안에 국산 목재산업의 경쟁력을 놀랍게 끌어올릴 수 있다. 탄소중립 시대에 목재는 건축의 탄소저감과 친환경 자원 활용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핵심 해법이기 때문에 2~3천억원의 투자는 과한 게아니다.
산림청과 정부는 논의에 머물지 말고 과감한 예산 투입과 정책 실행을 당장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