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희망 잃어가는 목재산업박람회, 다시 세워야 한다

2025-09-16     한국목재신문 편집국

‘대한민국 목재산업박람회’가 올해로 15회를 맞아 개최됐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결코 축제라 부르기 어려웠다. 30여 개에 불과한 기관·협단체와 기업이 참여했으나 160개 부스도 채우지 못했고, 총연합회 회원 단체의 참여도 저조했다. 무엇보다 독립 개최가 불가능해 또다시 가구 전시회 속 ‘쇼인쇼’로 치러졌다는 사실은, 목재산업박람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박람회는 원래 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고, 업계가 결속하는 중요한 무대다. 신기술과 신제품이 소개되고, 산업의 미래를 전망하며, 목재인들이 서로 격려하는 장이어야 한다. 각종 세미나와 발표회, 비즈니스 리셉션이 열리는 장이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업계의 냉소와 패배주의를 드러내는 장이 되어 버렸다. “차라리 열지 않는 편이 낫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산업이 어려울수록 새로운 활로를 찾고, 협력의 장을 넓혀야 하는데, 지금의 박람회는 그 역할을 전혀하지 못하고 있다. 화려한 개막식과 상장 잔치에 가려 ‘목재의 날’ 부대 행사로 전락한 느낌마저 준다.

문제는 특정 주관 단체의 책임에만 있지 않 다. 산림청은 주무부처로서 전시 지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하고, 목재산업단체총연합회 는 이름에 걸맞게 회원 단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 기업과 현장 역시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등을 돌리기보다, 위기일수록 함께 참여하여 산업의 존재감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는 모두가 책임을 나누어야 할 사안이다.

특히 지금은 탄소중립, ESG, 건축용 국산목재 확대 등 국가적 과제가 목재산업과 직결되는 중요한 시기다. 건축 자재로서 목재 활용이 늘어나야 기후위기 대응 목표에 다가설 수 있다. 그런데 목재산업의 얼굴인 박람회가 이처럼 초라하게 치러진다면, 산업 전반이 국민과 정책 당국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단순히 전시를 치르는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업계가 힘을 합쳐 국제 수준의 박람회로 도약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한때 목재산업박람회는 “목재인을 위한 축제의 장”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다. 고객과 현장이 만나고, 기술과 시장이 소통하며, 업계의 연대를 다지는 무대였다. 그러나 지금처럼 독립 개최조차 어려운 현실은 지난 15년의 성과를 스스로 허물어뜨리는 일이다. 산업의 침체를 탓하기 전에, 박람회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그것이 한국 목재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어려울 때 일수록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원로 목재인이 말했듯, 힘들었던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 격려하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산림청은 전시를 산업 정책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아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총연합회는 회원 단체들을 결집해 ‘진짜 목재인의 축제’를 복원해야 한다. 기업과 현장도 ‘나 하나 빠져도 된다’는 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목재산업의 내일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대한민국 목재산업박람회가 더 이상 ‘외면당하는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박람회의 존재 이유는 물론이고 산업 전체의 미래마저 흔들릴 것이다. 다시 일어서야 한다. 그것이 목재산업과 국가의 탄소중립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 목재산업 스스로 건축·가구·인테리어·조경 분야 관계자들과 국민들에게 목재이용이 왜 중요한지 당당하게 설명하는 ‘박람회’야말로 가장 중요한 행사일 것이다. 목재산업의 어려움을 말로 다 할 수 없다. 하지만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목재산업박람회도 결코 예외일 수는 없다. 단독 개최가 가능하도록, 우리의 큰 축제로 다시 세울 의지와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