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작은 나무도 큰 자원이 되는 시대, 대전환 필요
탈탄소 사회와 탄소중립을 향한 전 세계적 전환 속에서 목재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졌다. 특히 건축 부문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7%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건축 소재의 전환은 곧 기후 대응의 핵심 과제가 된다. 철강과 콘크리트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목재는 재생 가능성과 탄소저장 능력을 동시에 지닌 전략 자원이다. 문제는 국산목재를 얼마나 더 많이, 더 고부가가치로 활용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국산목재 이용은 단순한 친환경 이미지가 아니라 국가적 생존전략이다. 유럽, 북미, 일본은 목재 건축을 대폭 늘리며 도시의 탄소배출을 줄이고 있다. 이 흐름에서 뒤처진다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수입 의존의 심화와 산업적 기회 상실뿐이다. 특히 국내 산림에서 생산되는 자원이 제때 활용되지 못하면 자급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국산재 산업화는 공허한 구호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현실적으로 우리 목재 자원은 섬유판, 삭편판, 에너지 산업 등 대량 저가 원료공급 분야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이들 산업만으로는 국산재 소비 기반을 더 이상 넓히기 어렵다. 이런 이용으로는 국산재는 국민의 눈에 와 닿지 못한다. 자급률을 높이려면 이 구조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 목재를 건축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첨단가공인프라가 없다면 국산목재 산업은 점차 주변부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해법은 분명하다. 제재와 건조를 중심으로 한 가공 인프라 투자가 그 출발점이다. 건조 제재목의 생산은 구조용재, 가구용 집성판재, 구조용 집성재(Glulam), 구조용 집성판(CLT) 등으로 이어지는 고부가 산업의 기초다. 건축에 반드시 필요한 구조용 합판이나 단판적층재(LVL) 역시 국가 전략 품목으로 삼아야 한다. 부산물은 목질판상재, 제조에 필요한 에너지 등로 쓰여 다층적 활용 체계가 구축될 때 비로소 국산목재의 가치가 현실화된다.
특히 지금은 과거와 달리 소경목조차 첨단가공설비를 통해 수율을 최대화 하면서 건축자재로 전환할 수 있는 시대다. 직경이 작다는 이유로 보드나 에너지용으로만 쓰이던 관행은 시대착오적이다. 일본과 북유럽에서 이미 소경목 활용이 일반화되었듯, 우리도 설비 투자와 기술 도입을 통해 국산 소경목을 본격적으로 건축에 투입해야 한다. 이는 산림 경영의 순환을 촉진하고 국산재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결정적 방안이다.
공급체계 전환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목재자원공사와 같은 공공 조직이 자원을 수집하고 선별해 필요한 사이즈와 특성에 맞도록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여기에 공공조달 체계가 결합돼 국산 목재제품이 공공건축 현장에서 우선적으로 사용된다면, 시장 확대는 한층 빨라질 것이다. 또한 건조 제재목의 대량생산은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이를 원료로 삼는 2차 가공산업, 즉 집성재·내장재·구조재 산업이 활성화되면 더 많은 종사자가 필요해진다. 단순한 일자리 창출을 넘어 제조산업의 부활을 이끌고, 국산목재가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의 성장축으로 자리매김하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재선충 피해목과 같은 자원 활용도 적절히 가공하면 구조재로 충분히 쓸 수 있다. 파쇄만이 최선의 답인 듯 고집하면 이는 국가적 손실이다. 피해목의 활용은 자원 재활용을 넘어 산림병해충 관리, 기후변화 대응, 국산재 산업 확대라는 다중 효과를 낳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작은 보완이 아니라 대전환이다. 공공의 역할과 전략적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자급률 향상도, 지속가능한 산림경영도 불가능하다. 탄소중립 시대, 목재는 단순한 건축 재료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자원이다. 국산목재는 대한민국의 산업과 기후 대응을 동시에 살려낼 해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