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제5편. 목조건축, 불에 약하다는데 사실인가요?
채포터 연재기획기사 – 목재상식을 알아야 선진 국민이다(5편) 목재는 타지만 구조재는 강하다 / 난연·불연 기술로 안전성 확보
Q1. 왜 사람들은 목조건축이 불에 약하다고 생각하나요?
A. 목재는 가연성 자원이기 때문에 불에 잘 탄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자리 잡아 왔습니다. 특히 과거 화재 피해 사례에서 목조건물이 빠르게 불타 무너지는 장면이 많이 알려지면서, “목조건축은 곧 화재 취약”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겼습니다. 또한, 철근·콘크리트 위주의 현대 건축이 보편화되면서 목재는 화재에 더 약하다는 이미지가 굳어졌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목재의 크기, 가공 방식, 처리 기술에 따라 화재 거동이 크게 달라집니다.
Q2. 실제로 목조건축은 화재에 취약한가요?
A. 일반적으로 얇은 판재나 작은 목재는 불에 잘 타지만, 대형 구조재(Glulam, CLT)는 상황이 다릅니다. 두꺼운 구조재는 불에 닿으면 겉면이 탄화층을 형성해 내부를 보호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 탄화층 덕분에 불길이 안쪽으로 쉽게 침투하지 못하고, 일정 시간 동안 구조적 강도를 유지합니다.
실제 화재 실험에서도 강철이 고온에서 급격히 변형되는 반면, 대형 목재는 오히려 더 오랫동안 하중을 버티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목조건축은 무조건 불에 약하다”는 인식은 현대 구조재를 기준으로 볼 때 사실과 다릅니다.
Q3. 현대 기술로 어떻게 화재 안전성을 확보하나요?
A. 현재 목조건축은 다양한 기술과 제도를 통해 화재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첫째, 내화 설계입니다. 건축법규는 층수, 용도, 규모에 따라 구조재 두께와 마감재 기준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어, 설계 단계에서부터 화재 안전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둘째, 대형 구조재의 특성입니다. 글루램(Glulam)과 구조용 집성판(CLT)은 앞서 언급한 탄화층 효과 덕분에 일정 시간 내화 성능을 자연스럽게 확보합니다.
셋째, 난연·불연 기술의 발전입니다. 목재 표면을 처리하거나 가공하는 방식으로 준불연, 불연 등급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난연 목재는 불길이 번지는 속도를 크게 늦추고, 불연 목재는 일정 조건에서 불이 붙지 않도록 해 공공건축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학교 내장재, 관공서 시설 등에 준불연·불연 목재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불에 강한 소재와 하이브리드화 하거나 불연소재와 하이브리드 구조로 보강하는 방식도 사용됩니다. 즉, 현대 목조건축은 과거와 달리 내화 성능과 난연 기술을 동시에 갖춘 안전한 건축 방식으로 발전해 더 이상 문제되지 않습니다.
Q4. 해외에서는 목조건축 화재 안전을 어떻게 다루고 있나요?
A. 북미, 유럽, 일본은 이미 목조건축의 화재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법과 제도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삼나무(스기)와 편백(히노키)를 구조용 집성재와 CLT로 가공해 학교, 공공청사, 체육관 등 다양한 건축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북유럽 역시 가문비나무나 전나무, 송진 많은 소나무를 매스팀버(Mass Timber) 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하면서, 내화 성능 실험을 거쳐 고층 건축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최근 18층 이상의 초고층 목조건축을 허용하는 법규를 마련했는데, 이는 목재의 화재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됐기 때문입니다. 12층 이상 건물에 필요한 주요 구조부 3시간 내화구조 기준도 충족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목조건축은 불에 약하다”는 고정관념을 정책 차원에서 무너뜨린 대표적 사례입니다.
Q5. 채포터의 제안 – 국산 목재도 안전한 건축재가 될 수 있습니다
A. 국산 소나무를 포함한 국내 수종도 충분히 현대 건축에서 안전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몇 가지 과제가 있습니다.
- 표준화·규격화: 구조재로 쓰일 수 있도록 강도와 내화 성능 데이터를 정리해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 난연·불연 목재 확대: 국산재를 이용한 난연 처리 기술을 적극 개발·보급해야 합니다.
- 공공건축 선도 적용: 학교·청사 등 공공건축물에서 국산 목재 준불연·불연 자재를 의무적으로 적용하면 신뢰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 산업 인프라 구축: 공동 건조장, 자동화 제재 설비, 공학목재 제조설비와 같은 기반 시설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마무리
국산 소나무는 이미 전통 건축에서 수백 년을 버텨온 검증된 재목입니다. 기술과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소나무를 비롯한 국산 목재는 화재에도 안전한 현대 건축 자재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목조건축은 불에 약하다”는 오래된 오해를 버리고, 안전하면서도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국산 목조건축을 국민 모두가 체험할 수 있도록 정책과 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