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보하이목공기계 리우 샹페이 대표 - 혁신적인 집성재·CLT 설비 제작의 신흥 강자 ‘보하이’

현장을 직접 찾다 : 유럽 기술에 도전하는 중국의 젊은 기업 중국 연태(Yantai) 현지 취재 = 윤형운 기자

2025-10-29     한국목재신문 편집국
집성재와 CLT 라인의 자동 피딩을 설명하는 리우 샹페이 대표.

 

현장을 직접 찾다 : 유럽 기술에 도전하는 중국의 젊은 기업

중국 산둥성 연태(Yantai). 자유무역구 남창로 한가운데, ‘보하이목공기계(Yantai Bohai Woodworking Machinery)’라는 이름의 회사가 있다.

최근 유럽의 CLT·집성재 설비 시장에서 ‘중국형 혁신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본지는 지난 9월, 직접 보하이 공장을 방문해 리우 샹페이(Xiangfei Liu) 대표를 인터뷰했다. 그는 최고의 권위로 유명한 독일 로젠하임 응용과학기술대학 출신의 엔지니어로, 1993년부터 독일의 마이클 바이니히 회사에서 매니저로 근무한 경력도 있으며, 2008년부터 중국 마이클 바이니히 목공기술 회사의 대표이사를 13년간 했었다. 그는 20년 가까이 집성재 설비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온 엔지니어자 경영자다.

2020년부터 옌타이 보하이 목공기계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우리는 단순한 기계회사가 아닙니다. 목재산업의 솔루션을 설계하는 엔지니어 집단입니다.”라고 하는 리우 대표의 첫마디는 짧았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그의 말처럼, 보하이는 단순한 설비 제작을 넘어 공학목재 생산에 적합한 ‘스마트 생산공정 전체’를 설계하는 시스템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장에 들어서다 : 정돈된 라인, 세밀한 엔지니어링

기자는 오전에 중국 바이니히(Weinig) 공장을 둘러본 뒤, 오후에는 한양유니버셜 김형준 대표와 함께 보하이 공장을 찾았다. 김 대표는 바이니히와 보하이 양사의 한국 공식 에이전트로, 두 회사의 협력관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방문 기념사진(좌로부터 김형준 대표, 윤형운 기자, 리우 샹페이 대표).

회사에 들어서자 로비 전광판에는 ‘Welcome Mr. Yoon & Mr. Kim’이라는 환영 문구가 떠 있었다. 리우 대표는 밝은 미소로 기자 일행을 맞이하며 “직접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설비보다 ‘사람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보하이의 공장은 두 개의 큰 동(棟)으로 구성돼 있었다. 하나는 구조용 집성재(Glulam) 및 만곡형 집성재 제작라인과 CLT 제작라인, 다른 하나는 바디 제작, 기계 부품 제작 및 조립 라인이다. 레이저 절단기, CNC 밀링기, 정렬된 프레싱 장비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공장은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었고, 작업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정확한 공정 단계를 수행하고 있었다. 정돈된 라인 배치와 작업 동선은 유럽 수준에 가깝고 특히 장비 배치가 효율적이고, 설비 간 이동 동선이 짧았다. 이는 경험 많은 엔지니어의 손길로 다듬어진 결과다.

 

“로젠하임에서 배운 시스템 사고, 중국에서 구현한 효율 혁신”

집성재와 CLT 조립 공장동.

리우 대표는 1925년 목재기술학교로 시작한 독일 최고의 명성을 갖고 있는 로젠하임 응용과학기술대학 목재공학 전공 출신이다. “로젠하임에서 배운 것은 기술이 아니라 시스템 사고였습니다. 하나의 라인을 설계할 때, 공간·인력·시간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분석하는 법이죠.” 그는 공장 회의실에서 직접 3D 시뮬레이션을 보여줬다. 모니터 화면 속에는 집성재와 CLT 생산라인이 유려하게 연결되며 자동으로 가공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유럽 기계보다 절반의 비용으로도 같은 품질과 생산성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공정의 연결입니다. 목재가 이동하는 동선이 짧을수록 에너지 손실이 줄고, 품질 일관성이 높아집니다.” 그가 직접 설계한 ‘매트릭스(Matrix) CLT 프레스’는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한 모듈형 시스템이다. 각 프레싱 모듈은 자동으로 목재 두께를 감지해 압력을 균등하게 분배하고, 온도와 수분 센서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보정한다. 그는 “공간을 줄이는 것이 결국 에너지 절감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통합 설계 : 수직·수평·만곡형 집성재를 한 공간에서

1액형과 2액형 접착제 도포 장치.

기자가 “한 공장 안에서 직선과 만곡 집성재와 CLT 라인이 동시에 운영된다고 들었습니다”라고 묻자, 리우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능합니다. 저희의 설계 철학은 ‘유연성(Flexibility)’입니다. 하나의 공장에서 직선형, 만곡형 집성재 생산과 CLT까지 동시에 가능합니다.” 그는 이어서 기술적 구조를 설명했다. “라미나를 상하로 적층하고 좌우로 이동하면서 적층하는 시스템으로 라인의 길이를 줄였습니다. 만곡형 집성재를 제작할 때는 압력바가 자동으로 곡률에 맞춰 움직이도록 했습니다. 또 1액형과 2액형 접착제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도포장치를 개발했습니다.”

현장에 설치된 프레스 라인은 압력 분포가 균일하고, 접착제 도포량이 최적화 돼 품질이 안정되고 생산비용 절감이 탁월한 장점이 돋보였다. 리우 대표는 자신 있게 말했다. “작은 부분이 회사를 키웁니다. 나사 하나, 센서 하나를 그냥 두지 않습니다. 모든 부품은 직접 설계하거나 현장에서 바로 개선합니다.”

 

고속·컴팩트 시스템, 효율의 상징

보하이의 또 다른 자랑은 분당 180m로 송재되는 하이스피드 컴팩트 핑거조인터다. “이 장비는 기존 설비보다 생산 공간을 80% 줄이고, 접착제 사용량을 60% 절감합니다. 중국은 물론, 슬로베니아와 독일에서도 집성재 라인 설치 때 들어갑니다”.

핑거조인트 라인 옆에는 더블엔드 스마트 트리밍쏘(Double-End Smart Trimming Saw), 자동 CLT 레이업 및 접착라인, 4사이드 프라이머 도포 장치가 연계되어 있었다. 라인 전 구간에는 감지 센서와 안전 인터락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었고, 작업자들은 실시간으로 모니터를 통해 공정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었다. “기계는 단순히 움직이는 철이 아닙니다. 사람의 생각과 데이터를 연결하는 도구입니다.”라고 리우 대표는 말했다. 그의 언어는 기술을 넘어 철학이었다.

하이스피드 스마트 핑거조인트 기계.

 

가족이 만든 기업, 세대가 이어가는 기술

보하이목공기계는 호주, 인도, 칠레, 슬로베니아, 독일, 스위스 등의 나라에 설비를 수출했거나 설치 중이다. 리우 대표의 아들은 현재 루마니아에 상주하고 있으며 지금은 호주의 글루램 생산업체와 추가 증설 논의를 하기 위해 출장 중이다. 그는 “아들이 현장에서 설치를 담당하고, 저는 본사에서 설계와 품질을 관리합니다. 이런 협업이 기업의 생명력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하이는 단순히 수출 기업이 아니라, 세계 목재산업의 ‘파트너’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 속에는 엔지니어의 현실감과 기업가의 비전이 함께 담겨 있었다. 보하이는 리드넥(Ledinek)이나 민다(Minda) 같은 유럽 기업들과 견줘도 기술력이나 정밀도 면에서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보유했고, 자체 제작 능력과 현장 피드백 반영 속도는 중국 목재기계산업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람의 온기로 마무리된 인터뷰

인터뷰를 마친 뒤, 로비에서 리우 대표와 김형준 대표, 기자는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늘 방문이 제게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리우 대표가 말했다. 잠시 후, 직원과 부인이 케이크를 들고 들어왔다. 그날이 그의 생일이었다. 촛불이 켜지고, 짧은 생일 축하곡이 울려 퍼졌다. 리우 대표는 쑥스러워하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 케이크는 가족 같은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겁니다.” 부인의 말에 기자는 그가 말한 ‘사람 중심의 기술’의 의미를 다시 떠올렸다.

 

세계 최고의 목공기계 제작을 향한 여정

레이저 가공기와 보링, 선반 등을 갖춘 가공 공장동.

보하이는 지금 중국 목재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가격 경쟁력, 설비의 정밀도, 자체 개발 역량을 모두 갖춘 기업은 드물다. 기자는 귀국 비행기 안에서 메모장에 이렇게 적었다. “보하이는 단순한 기계회사가 아니다. 기술과 효율, 그리고 인간적인 온기가 함께 흐르는 산업의 한 모델이다. 리우 샹페이 대표는 로젠하임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의 혁신으로 바꾸고 있었다. 그가 만든 스마트 라인 위에서 아시아의 목재산업은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