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퍼니처를 시작하다
목공을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모여 만나는 곳 가람가구학교. 이곳에서 목공이라는 분야의 공부와 작업을 위해 만난 이들은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처음은 우스갯소리로 ‘만나서 놀지만 말고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하는 의기투합 이었지만 지난 2011년 ‘슬로우 퍼니처’展을 시작으로 매년 새로운 주제로 가구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슬로우 퍼니처, five material - 火, 水, 木, 金, 土’전도 이의 일환이며 고영규, 김명호, 김선아, 박연규, 안형재, 이경원, 이양선 총 7명의 작가가 이번 전시회를 진행했다.

火, 水, 木, 金, 土
흔히 ‘가구’하면 떠올리기 쉬운 소재는 나무로, 목재를 이용해 가구를 만들고 인테리어를 하는 등의 작업은 우리에게 친숙하며 어려운 일은 아니다.
특히 슬로우 퍼니처 그룹은 오랫동안 손으로 직접 목재가구를 제작하며,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찍어내는 ‘상품’으로써의 가구가 아니라, 삶에 가장 밀접한 ‘환경’으로서의 가구를 고민하고 만들며 오랜 시간 올곧고 튼실하게 자란 나무를 다시 오랜 시간 동안 잘 건조 시킨 뒤 차분히 결을 고르고 자르고 켜고 대패하고 다듬어 가구로 제작했다.
이는 6회 동안 열린 전시회들을 통해 잘 나타났으며, 특히 ‘서랍展’, ‘나무 빛나다’ 등의 전시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불, 물, 쇠붙이, 흙과 같은 요소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가구를 제시한다. 특히 불과 물을 모티브로 가구를 제작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도전은 더욱더 놀랍고 새롭다.

 

▲김명호 作 ‘쇠의 기운이 닿은’
▲고영규 作 ‘You raise me up’
▲김선아 作 ‘까만·나무’
▲박연규 作 ‘꽃불’
▲안형재 作 ‘Roly Poly’
▲이경원 作 ‘소반’
▲이양선 作 ‘주상절리’

 

원하는 소재로 다양한 가치를 만들다
이번 7회 전시회에 참여한 7명의 작가들은 각자 예전부터 자신들이 경험해보고 싶었던 각 소재들을 이용해 ‘아트 퍼니처’를 제작했다.
고영규 작가는 LED 조명을 이용해 산등성이에 번져 나오는 해를 표현한 ‘You raise me up’을 제작했고, 김명호 작가는 레드오크에 철판을 장착한 ‘쇠의 기운이 닿은’이라는 선반을 제작해 따뜻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표현했다. 김선아 작가는 철가루를 목재에 입혀 산화시킴으로써 철에 물든 목재를 표현한 새로운 느낌의 ‘까만·나무’선반을 제작해 선보였다. 박연규 작가는 넉다운 형식의 대형 캐비넷 ‘꽃불’을 제작했으며 벚꽃과 한지를 이용해 살을 꾸며 조명이 비춰 은은한 정취를 표현했다. 
안형재 작가는 직접 거푸집을 제작해 시멘트를 굳히고 이를 목재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형식의 스툴 ‘Roly Poly’를 선보여 시멘트와 목재의 새로움을 전달했다. 이경원 작가는 목재가 휘었을 때 되돌아 가려는 힘을 이용해, 다리를 묶은 형태의 소반을 제작해 멋스러움을 보였다. 이양선 작가는 제주도 해안가에 펼쳐진 주상절리의 한 기둥을 나무로 형상화한 ‘주상절리’를 선보였으며, 4개의 모듈을 쌓아올리고 풀어헤침에 따라 용도와 형태가 달라진다.

낯선 재료들이 만나 가구가 되다
가구는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환경으로써 그 위에서 앉아 먹고 쉬고, 쓰다듬고 기대고 눕는 등 다양한 역할로 우리의 삶 옆에 항상 존재해왔다. 
또한 이번 전시회를 통해 단단하고 묵직한 목재와 불, 물, 쇠, 흙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결합해 만들어진 작품은 목재의 자연성을 흩트리지 않고 현대적인 미감과 쓰임새 있는 가구가 됐다.
7인의 작가들이 제작한 새로운 시도의 아트 퍼니처를 보고 싶다면 오는 11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 제3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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