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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합판제조업 문닫을 위기직면
A업체에서 합판을 제조하고 있는 모습

수백 명이 일터를 떠나는 고용 불안 이어져
산업의 근간인 주요 소재산업이 사라지는 상황 우려

최근 국내 합판의 생산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 산림청 통계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본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국내 합판 생산량은 471,000㎥이었지만 2017년에는 441,000㎥, 2018년에는 281,000㎥로 나타났다. 2018년에는 전년 대비 47%나 감소했다. 이는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중국의 합판 생산기업들이 낮은 품질의 합판을 공급하며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본지(2019년 5월 1일자)에서 문제 제기를 한 바와 같이, 지난 2년 동안 한국임업진흥원에 신청된 베트남산 합판 사전 검사에서 건설현장에서 쓰일 수 없는 준내수합판과 실내용 자재로 사용하면 안 되는 E2 제품이 69%에 달함으로써 이런 시장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내 합판 제조업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값싼 수입 합판이 물밀 듯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수십 년 동안 국내 합판업계를 이끌어온 오래된 제조업체들이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며 휘청거리고 있는 것. 현재 국산 합판을 제조하는 업체는 크게 4군데인데, 이들 업체에 소속된 수백 명의 직원들이 지난해 일터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에 있는 A업체는 “현재 공장 가동률이 50%도 채 되지 않아 지난해 50여 명에게 희망퇴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102년의 역사를 지닌 부산의 B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 업체 역시 지난해 전체 직원의 30%인 10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을 감축했다. B업체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합판 자급률이 25% 가까이 됐지만, 최근에는 11%로 떨어져 상황이 심각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합판뿐 아니라 창호와 마루, 에너지 등 여러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는 C업체도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C업체는 “정부에서 자국 산업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필요한데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합판 생산을 지속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수입합판은 국내산 합판에 비해 절반 이하의 싼 가격으로 공급되고 있다. A업체 상무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려면 당연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분명히 관련법령이 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정부 단속은 형식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중에서는 가격이 낮거나 품질이 좋지 않은 합판들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도적인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국합판보드협회 정하현 상무는 “합판도 목재펠릿 등과 마찬가지로 통관 전에 미리 규격품질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4년에는 관련법령이 통관 전 규격품질검사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2016년부터 판매유통 전에 품질검사를 받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통관 전에 규격품질검사를 받도록 했던 유통 시스템을 법령이 바뀐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한 탓에 합판 관리가 허점투성이가 됐다”고 지적했다.

국내 합판 생산업체들은 모두 “법률과 규격품질기준이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제조업의 근간이 흔들리며 국산 합판이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합판산업은 1960~70년대에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끌었던 수출산업으로 연속 12년간 세계 1위의 합판 수출을 기록했던 산업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합판은 국산재 이용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선진국형 산업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합판은 필수적인 건설자재이며, 합판산업은 주요한 소재산업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 산업의 근간이 되는 소재산업이 사라지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목재업계의 한 원로 역시 “확실한 제도 보완을 통해 하루속히 유통 질서를 바로잡아 국산합판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야 한다”며 “현 상황에 대한 강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때”라고 전했다.

고정 기자  jko@media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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