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산가옥 벗고 마을카페로 꽃단장한 회현동 ‘계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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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 벗고 마을카페로 꽃단장한 회현동 ‘계단집’
  • 김미지 기자
  • 승인 2020.02.0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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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목재신문=김미지 기자] 좁고 비탈진 골목길로 이뤄진 서울시 중구 회현동. 남산 방향으로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회색 콘크리트 건물 사이로 동네 꼬마 녀석들의 아지트였을 법한 정겨운 돌계단이 나온다. 돌계단 끝에 보이는 회색 기와지붕을 얹은 하얀 목조주택. 한눈에 봐도 오래된 일본식 근대가옥은 최근 리모델링을 거쳐 마을카페로 꽃단장을 마쳤다. 주민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는 마을 카페 회현동 계단집의 커피향 가득한 풍경 속으로.

옛 것을 보존하고 현대 용도에 맞춰 마을카페로 재탄생한 집
구불구불한 길들이 미로처럼 얽혀있는 회현동 골목의 집들은 참으로 다채롭다. 낡은 단층집부터 멋진 정원을 갖춘 2층 주택, 서울에서 마지막 남은 노후된 시민아파트, 현대식 콘크리트 빌라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다양한 집들이 좁은 골목에 빼곡히 채워져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붉은 지붕을 얹은 일본식 2층집. 근대 가옥의 흔적이 남아 있는 적산가옥이다.

남산으로 향하는 가파른 언덕길 중턱에 자리잡은 ‘계단집’ 역시 일본식 근대가옥을 리모델링한 집이다. 적산가옥으로 분류된 이 오래된 목조주택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 돼 있었고 주택에 대한 아무런 자료가 없어 작업이 쉽지 않았다.  

Before&After

특별 주문‧제작한 다다미를 바닥에 깔고 원형 탁자와 쿠션을 배치한 좌식 공간.(위) 생활공간으로 사용해온 안방을 주민들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오픈형 공간으로 변신시켰다.(아래)

“기존의 집에서 ‘무엇을 남길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했다. 재생 건축의 매력을 살리면서 옛 모습을 보존하고 현대 용도에 맞는 공간을 설계하는 데 집중했다.”

계단집을 설계한 임태희 건축가는 새롭고 강렬한 것을 더하는 방식이 아닌 레플리카(미술‧공예 분야에서 재료‧방법‧기술을 이용해 원작을 재현하는 행위) 수법을 접목해 기존의 목조주택에서 몇 가지 요소들은 그대로 보존하고 나머지는 현대식으로 재현했다. 

기존의 거실을 카페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공간. 페인트나 벽지를 사용하지 않고 기존 목조주택의 시멘트 벽면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가 보존한 첫 번째 건축 요소는 바로 돌계단. 수직으로 뻗어 있는 좁고 가파른 계단과 진입로와 이어지는 낮은 돌계단은 주변의 다른 집과 구별되는 계단집만의 특징이었다. 두 번째는 방의 배치다. 방을 무분별하게 확장하기보다 기존 건물의 평면적 방 배치를 그대로 남기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창, 출입구, 환기구 등 개구부의 높이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창, 환기구 등의 높이가 매우 낮게 설계된 근대 목조주택의 특징을 보존해 현대 건물과 차별화된 개성있는 집을 완성한 것이다.   

옛 목조주택의 정취와 다다미방이 특별한 경험 제공
계단집의 외관과 내부 디자인 옛 목조건물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목조주택의 멋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오일스테인 마감한 적삼목으로 짜 맞춘 조리대. 하부에 넉넉한 수납공간을 제작해 실용성을 더했다.

“마을카페로 운영될 계단집은 서울시에 있는 수많은 카페들과 차별화된 특징이 있었으면 했다. 기존의 예스런 공간을 최대한 보존해 목조주택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했고 청바지 원단으로 만든 의자, 아크릴 테이블 등 현대적인 소재와 디자인을 더해 신구(新舊)의 감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설계한 것이 포인트다.”

옛 목조주택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폐교의 마루를 리사이클링해 바닥을 마감했다.

계단집 내부는 기존 목조주택의 모습을 최대한 재현하기 위해 새로운 벽체를 더하거나 벽지나 페인트 마감을 하지 않고 기존의 시멘트벽을 정리해 그대로 노출시켰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폐교 마루를 재사용해 마감한 바닥. 이 역시 과거 목조주택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기 위해 고안해낸 건축가의 아이디어다.   

기존 목조주택의 복도공간을 리모델링한 휴식 공간. 통창을 설치해 내부로 햇빛을 끌어들였다.

또 원형 탁상에 둘러 앉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다다미방은 다른 카페에서는 볼 수 없는 계단집만의 특별한 공간이다. 기존의 목조주택은 훼손 상태가 심각해 방마다 용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는데, 방의 크기를 유추해 봤을 때 일본식 근대가옥의 특징 중 하나인 다다미방과 딱 맞아 떨어졌던 것. 계단집을 방문한 주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를 재현하기로 결정했고, 다다미를 특별 주문‧제작해 공간을 완성했다.  

3D 모델링으로 재구성한 1, 2층 방 배치도. 기존 목조주택의 방 구조를 유지하면서 상업공간 카페로 리모델링한 것이 눈에 띈다.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쉼터 ‘계단집’

현재 계단집은 주민 바리스타 4명과 대형 프랜차이즈 점장, 개인카페 운영 경험이 있는 주민 매니저가 협업해 마을카페로 활용되고 있다. 회현동의 첫 번째 ‘스페셜티(우수등급 커피) 카페’를 표방하고 있으며 주민 바리스타는 1년간 바리스타 교육‧훈련‧실습을 통해 체계적으로 준비해온 전문가들이다. 커피 외에 수제청, 디저트 등 직접 만든 건강식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응이 좋아 추후 바리스타 원데이 클래스나 워크숍도 진행할 예정이다. 계단집은 주민들의 쉼터 제공은 물론 시설운영을 통해 일자리와 수익 창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주민들이 주도하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을 제안하는 계단집이 앞으로 회현동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가 된다.

좁은 계단 끝에 보이는 햐얀 외관에 목재 도어와 창호를 더한 계단집. 목재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서울시 앵커시설 Project
작년 12월 서울역 일대 서계・중림・회현동에 새로운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탄생한 앵커시설 8개소가 개관했다. 앵커시설이란 문화생활에 소외된 지역에 문화거점 역할을 할 핵심 시설로, 노후된 주거지를 리모델링하거나 신축해 주민 공동체의 구심점이 되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시설을 말한다. 이번에 개관한 앵커시설은 여러 분야의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으로 북토크‧전시 등이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 ‘중림창고’와 라이브 공연과 전시가 열리는 문화예술공간 ‘은행나무집’, 주민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는 ‘계단집’, 공동육아시설을 갖춘 도시형 마을회관인 ‘회현사랑채’ 등으로 공공건축가들이 ‘재생’ 건축물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면서 리모델링과 신축을 병행했다. 현재 이 앵커시설들은 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서울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건축 개요
대지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회현동1가 150-1
구    조: 목구조
연 면 적: 83.37㎡        
      1층 42.81㎡    
      2층 40.56㎡  
건 폐 율: 52.99 %
용 적 률: 96.94 %
외 장 재: 테라코타
내 장 재: 기존 벽 마감면 정리 후 보존/적삼목 위 오일스테인 마감
바 닥 재: 폐교 마루 재사용, 다다미
창 호 재: 라왕목창호 
설계: 임태희디자인스튜디오
시공: (주)청우그룹

김미지 기자   giveme@media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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