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우찬
글 : 박우찬

합판 산업 재건은 시대적 사명이자 도전

합판(合板) 역사를 통해서 현재 우리나라 합판 산업의 현실을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합판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고자 이 글을 쓴다.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수출산업과 공업화 산업 발전의 근간이 되었던 우리나라 기간산업(基幹産業)이 합판이었는데 지금은 그때의 흔적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퇴보(退步)해 버린 국내 합판 산업을 재건하고자 미력(微力)한 힘이라도 보태고자 한다.

우리나라 합판 산업이 다시 살아남는 길은 오로지 합판 용재로서 활용 가치가 있는 국내산 원목을 이용해 합판을 만들겠다는 과감한 도전에 있다. 그 도전은 무모하지 않고 현실적이다. 국산재 원목을 활용한 우리의 합판 공장을 만들기 위한 도전에 앞서 우리 주변 국가는 지금까지 어떻게 합판 산업을 위해 도전해 왔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합판 산업이 지금까지 걸어온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과연 국내산 원목을 활용한 합판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과 도전을 했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져야 한다. 더불어 합판 제조설비의 변천사(變遷史)를 알아보면서 우리가 향해가야 하는 미래의 합판 산업을 어떻게 우리 자력으로 끌고 갈 것인가 고민하고 준비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기원전 이집트, 합판 역사 시작

사진1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에 소장 중인 높이 45cm 四脚付櫃(보관함).
사진1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에 소장 중인 높이 45cm 四脚付櫃(보관함).

합판은 어떠한 제조 설비를 개발해 무슨 목재를 어떻게 가공하여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 합판은 변천(變遷)을 거듭 반복해 왔다. 기원전부터 현재까지 5,000년 오랜 역사 속에서 다양하게 합판은 변하고 발전했다. 즉 합판 제조설비 개발·운영과 합판의 용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쉽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합판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머나먼 수천 년 전인 기원전 고대(古代)부터 가내수공업(家內手工業) 으로 만들어졌으며, 합판의 용도나 제조 방법에 따라 많은 시대적 변화를 해왔다.

처음으로 합판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고대 이집트인과 그리스인이 목재를 얇게 자른 단판을 서로 교차(交叉)되게 하여 겹쳐 붙여서 사용했다고 한다. 아마도 합판 역사는 단판의 가공 방법에 있어 톱질(SAWING)해 사용했던 시기와 깎아(PEELING) 사용했던 시기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러한 가공 방법에 따라 합판은 다양하게 진화해 왔다.

이집트에서 출토된 사각 보관함(사진 1)은 기원전 1500년경 투탕카멘 가면(假面)으로 유명한 이집트 18대 왕조 파라오 투탕카멘왕(TUTANKHAMEN) 묘에서 나온 유물로 그 당시 왕의 보석을 보관했던 대형 상자로 레바논 산지의 삼나무를 아교로 접착한 합판을 사용해 사각 상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대형 상자를 가장 오래된(最古)의 합판이라 한다. 1922 년 이집트 유적 왕가의 계곡에서 투탕카멘왕(재위 B.C1361~1352년)의 묘를 발견하고 묘의 발굴 당시 발견된 유물 중에서 얇게 켠 나무판 표면에 접착제로 붙여 사용했던 것이 발견되면서 이때부터 합판 역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그 당시 투탕카멘왕 가면과 같이 이집트인들의 도금(鍍金)방법에서는 기초가 되는 기본적인 재료에 얇은 층의 금을 입혀서 견고한 금으로 제작한 물건처럼 보이게 하는 것과 같이 합판도 이와 거의 같은 원리로 제작되어 유래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러한 것에 착안하여 목재를 켜는 기계를 사용하여 가공한 목재로 합판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정확히 어떠한 도구나 기계를 이용해서 목재를 가공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기원전 고대 시대부터 이러한 합판이 만들어진 계기는 양질(良質)의 목재로 보이기 위해 목재의 결함을 보완하고자 내부에 질이 좋지 않은 목재를 넣고, 목재 표면만이라도 질 좋은 재료를 붙여 이런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합판 구조에 대한 발상은 고대인이나 현대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합판을 제조하는 기초적인 방법으로 목재 표면을 평탄하게 만드는 절삭가공기술, 갈라지지 않게 접착시키는 접착기술 그리고 압착 기술 등이 집대성된 산물이다. 먼저 합판을 만들기 위해 베니어 즉 단판(單板) 제조 기술이 중요한 요소이다. 단판 제조 방법에 사용되었던 설비는 베니어 레이스(VENEER LATHE), 하프 라운드 베니어 레이스(HALF ROUND VENEER LATHE) 그리고 슬라이스(SLICER), 톱절단에 의한 방법이 있지만, 베니어 레이스(VENEER LATHE) 이외의 방법은 주로 화장용(化粧用) 단판 제조가 목적이었던 것에 비해 베니어 레이스(VENEER LATHE)에 의해 제조된 단판은 합판제조를 주된 목적으로 했다. <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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