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는 기본적으로 자국의 제조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입물품에 대한 세금이다. 자국의 산업을 보호해 고용을 유지하는 관세 역할을 부정하는 정부관계자와 국민은 없을 것이다.

자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입되는 물품에 대한 관세를 탄력적으로 적용해 보호하는 정책은 모든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세계무역자유화로 인한 관세장벽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자유무역협정관세 제도 또한 나라간 무역증대를 위해 수입장벽을 낮추는 데 일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31년 동안이나 장기간 합판의 조정관세를 유지해 오고 있고 주요 합판제조국 중 인도네시아만 제외하고 중국, 말레이시아, 베트남에 수년에서 십년 가깝게 덤핑방지 관세도 부과해 오고 있다. 이렇게 장기간 또 광범위하게 합판 물품에 대한 탄력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게 타당한지 면밀한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다.

합판제조업체는 선앤엘이 4월 30일부로 생산을 중단하면 이건산업과 성창기업 둘만 남는다. 이건산업은 합판제조의 핵심라인인 로타리레스와 건조기를 가동하지 않고 단판을 수입해 제조하는 후공정만 가동하고 있다. 성창기업은 100% 지분의 자회사를 통해 합판을 수입유통하고 있다. 합판제조사의 한계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합판의 탄력관세부과는 제조국의 제조원가가 수입대상국보다 높거나 시장점유율이 낮으면 순기능보다 역기능의 피해가 커진다. 지금은 90%에 달하는 수입합판이 연간 200~300억 이상의 탄력관세를 내고 있다. 삼년에 합판 공장 하나를 지을 수 있는 금액이다. 수입 합판은 막대한 탄력관세를 내지만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합판 품질 향상은 뒷전인 채 가격 쟁경에 몰두하는 상황이다. 모두 비정상이다.

일본합판회사는 제품수율 1%를 높이기 위해 약 30억 원의 설비비용이 든다고 설명한다. 일본의 경우 제품수율이 67%를 넘어서 72%까지 다다른 공장도 등장했다. 하지만 국내 합판제조사의 노후 설비로는 제품수율 55% 남짓하기 때문에 원가측면에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의 설비로는 어떤 제품을 만들어도 글로벌 경쟁이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합판회사가 살려면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가 계속돼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다. 관세 장벽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제조합판의 점유율은 조정관세가 시작된 시점에서 50%에 달했지만 지금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합판설비는 20년 이상 오래됐다. 따라서 합판의 탄력관세는 긍정적 영향보다는 가구나 인테리어, 건설에 사용하는 수입 합판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주는 것 말고는 기대할 게 없어진 상황이다. 오랜 관성만이 남아있다.

국내 제조합판회사는 합판의 탄력관세 부과를 철회하고 합판의 품질향상을 도모하고 이용확대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

목재산업이 발전하려면 가격경쟁이 아니라 국민을 대상으로 다양하고 질 좋은 제품으로 소비를 늘려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해 대체 소재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탄소중립시대에 목재이용이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는 시점에 목재이용 증대를 위한 다각적인 협력과 노력이 중요한 때다.

국산목재 공급이 전체 목재와 목재제품 소비의 15% 밖에 안 되는 시점에서 수입목재나 국산목재 모두 제품의 장수명화를 위한 단계적 이용을 중요하게 다루고 목재제품의 품질향상을 통한 소비 증대를 위한 대책을 세우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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