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부터 부과된 합판 조정관세는 인도네시아 합판의 수출확대정책과 세계의 관세인하 기조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합판제조사들의 요구로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한국의 합판산업은 사향산업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을 때 였다. 합판의 조정관세는 15%에서 시작해 31년이 지난 지금은 10%까지 낮아졌으나 장기간 연장 결정이 계속되고 있다.

합판의 조정관세가 부과될 당시 합판보드협 회의 9개 회원사가 합판을 생산했다. 생산량은 95만㎥, 6천 여 명의 종업원이 근무했다. 당시 합판 수입량도 95만㎥에 달해 생산과 수입의 비율이 거의 같은 시기였다. 국내제조 합판의 생산량이 250만㎥ 정도가 가장 많을 때였고 1992년은 38% 수준이었다. 조정관세 부과 이후 31년이 지난 지금은 3개사, 20만㎥의 생산량, 375명의 종업원이 근무하는 상황으로 전락했다. 남아 있는 합판제조사도 로타리레스와 건조기를 떼어버리거나 단판수입을 늘리는 등 온전한 라인을 운영할 상황이 못돼 보인다. 남은 하나의 공장도 비전이 없기는 마찬가 지다. 한 수 더해 자회사를 세워 합판수입으로 매출을 올리는 데 열을 내기도 한다. 이쯤 되면 합판의 조정관세의 역할이 있기나 하나 싶다.

조정관세보다 관세액이 더 많은 덤핑방지관세도 마찬가지다. 21년 한 해 합판수입시 조정관 세액은 152억원, 덤핑방지관세는 312억원이 부과됐고 양 탄력관세를 합한 액수는 464억원에 달한다. 국내 합판제조사의 매출이 900억원 정도인데 이 매출의 절반에 해당하는 막대한 관세를 수입합판에 부과되고 있다. 이게 과연 합목적성, 정당성이 있는 것인가 의문이다.

수입 합판의 조정관세는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값싼 노동력에 의존한 수입합판 때문에 국내제조합판이 팔리지 않는 것을 막아주는 보호 역할은 당연히 필요하고 국내생산 합판사의 존립도 중요하지만 보호가 안 되고 부작용이 발생해 그 어떤 기대도 할 수 없다면 ‘31년째 부과되는 합판의 조정관세’는 원점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다. 관성처럼 매년 연장하 니까 또 연장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합판이 쓰여지는 소비시장은 마루제조, 가구제조, 포장물, 건설, 건축 등 다양하다. 좋은 품질의 합판이 사용되고 장수명 제품화 하는 것이 탄소중립시대에 요구되는 사항이다. 그런데 합판의 품질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수입회사들의 탐욕스런 경쟁은 품질보다는 가격을 우선하고 높은 관세를 감안해 더 값싼 합판을 수입해 가격탄력성이 낮은 시장가격을 쫒아가 면서 경쟁하다보니 국내제조합판의 판로는 더욱 좁아지는 악순환에 빠져 버리게 됐다. 이쯤 되면 합판의 탄력관세를 제고하고 수입합판의 품질을 높이는 노력과 유통질서를 바로 잡는 노력이 더 중요한 때다. 국내제조합판은 건설 시장에서 확실하게 판로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환경을 개선하고 신수요를 창출하는 투자를 해야 현재의 난국을 이겨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합판의 조정관세의 연장여부의 키는 산림청이다. 산림청의 긍정적 답변을 주어야 기재부가 연장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합판에 부과되는 탄력관세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이 탄력관세로 인한 갖가지 부작용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행정을 해야 한다. 단판을 용도관세(2%)수입해 합판을 만드는 기업과 합판(8%)을 수입해 마루를 만드는 기업이 왜 다른 관세를 내야 하는지 산림청은 답변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마루제조업이 산업규모도 더 크고 종사자도 더 많은 현실 이다.

빌라 건설 공사장에서 한두 번 쓰고 버리는 거푸집 합판을 사용한다. 이게 현실이다. 탄력 관세로 인한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더 많고 회복이 안 된다면 합판의 탄력관세에 대해 재평가를 통한 책임행정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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