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건축의 중요한 품질기준인 기밀 성능

박정로 연구소장/공학 박사
박정로 연구소장/공학 박사

우리는 그동안 어떠한 집에서 살았는가?

필자는 서울의 50년 이상 된 단독주택에서 기밀 테스트를 진행해보았다. 기밀 테스트는 건물에 어떠한 틈새들을 통해 바람이 새들어오거나, 새어나가는 것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기밀도에 대한 결과값이 11.01 ACH50이라는 수치로 나왔다. 이 수치는 체감적으로 소위 말하는 우풍이 매우 심한 집 정도로 볼 수 있다. 아마 이러한 집에서는 겨울철에 난방을 해도 바닥은 따뜻하더라도 실내 공기는 차가울 것이며, 창문 틈새나 여기저기 틈새 등에서 들어오는 바람 때문에, 추위를 더 느낄 것이다. 또한, 여름 장마철에는 실내의 습도가 실외와 거의 차이가 없어, 실내 곰팡이나 바이러스 발생이 빈번해 쾌적하지 않은 실내 환경에서 거주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건물 내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열 성능을 확보 하거나, 우수한 자재 등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다른 방법들보다 비용을 좀 덜 들이고, 비교적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건물의 기밀 성능을 일정 수준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건축물 기밀의 경우, 최근에는 저에너지나 넷제로에너지 건축물에 대한 관심과 거주자의 실내 쾌적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밀이라는 용어에 대해 알고 있는 건축주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건축예산의 한계도 있겠지만, 집짓기에서 건물의 기밀까지는 고려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림 1. 50년 이상된 서울의 단독주택의 기밀테스트 결과.
그림 2. 50년 이상된 서울의 단독주택의 창문 주변 누기 체크 모습.

쉽게 말하면, 기밀도는 주택 내에 바람이 새어들어 오거나, 바람이 새어나가는 정도를 수치화한 것으로, 한 시간 동안 주택 내에 공기순환이 몇 회가 되는지를 나타낸다. 즉, 기밀도 값이 낮으면, 공기순환이 덜 되었기 때문에, 주택의 기밀성능이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밀도는 건물 에너지 소비와도 관련되어 있고, 무엇보다 바람과 함께 실내로 수분이나 미세먼지 등을 가지고 올수 있기 때문에, 주택 성능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건물에서 적정 수준의 기밀 성능 확보는 크게 건물의 열손실을 줄이고 거주자에게 쾌적한 실내 공기 질을 확보해주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건물에서 외피의 역할은 수분의 이동을 차단(Moisture barrier)하고, 공기 이동을 차단(Air Barrier)하며, 열의 이동을 차단(Thermal barrier)하는 역할을 한다. 만일 외피의 기밀 성능을 확보하지 않을 경우, 누기되는 경로를 통해 겨울철에는 실외의 차가운 공기가, 여름철에는 실외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게 된다. 이렇게 열손실이 발생하게 되며, 여름철에는 실내의 습도가 올라가게 된다. 실내습도가 최적 구간 (약 40~60%정도)보다 낮거나, 높아질 경우, 실내 공기 질을 악조건으로 만드는 세균 및 바이러스 활동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실내 습도와 더불어 실내 온도 관리도 함께 병행해야 하지만, 기밀 성능을 확보하면 외부 환경에 의해 실내 습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건물에서의 적정 기밀 성능을 확보하면 열손실을 줄이고, 건강한 실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그림 3. 목조주택 시공 중 기밀테스트 모습.

기밀 성능에 대한 기준을 표현함에 있어, ACH50이라는 단위를 대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ACH50은 ‘Air Changes per Hour’를 나타낸 것으로, 건물의 전체 공기량이 50 파스칼의 압력차에서 1시간 동안몇 번이나 바뀌는지를 나타낸 수치이다. ㈔ 한국건축친환경설비학회의 기준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모든 건물의 기밀 성능 기준은 5.0 ACH50 이하, 에너지절약 건물은 3.0 ACH50 이하, 제로에너지건물은 1.5 ACH50 이하로 하고 있다. 지난 연재 기사 에서 다루었던 목조건축에 특화된 저에너지 인증프로그램인 수퍼-E 하우스 인증에 서의 기밀 성능 기준은 1.5 ACH50 이하이고, 수퍼-E 넷제로/넷제로 레디 기준에서는 1.0 ACH50 이하로 하고 있다. 참고로 독일 패시브하우스 인증 기준은 0.6 ACH50이다.

그림 4. 기밀테스트 후, 창문 주변의 누기 체크 모습.

이러한 기밀성능은 시공 중이나 완공 후에 얻을 수 있는 결과론적인 수치로, 시공자가 사전에 기밀 성능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예측할 수는 없다. 또한, 기밀성능이 1.5 ACH50 이하로 나오게 되면, 창문을 열어하는 환기가 아닌, 기계적인 시스템을 적용한 연속적인 환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기 때문에, 저에너지 목조주택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1.5 ACH50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그에 부합하는 여러 저에너지 목조주택 요소들을 갖추는 것이 심플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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