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건축의 특성을 고려한 에너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필요성

건물부분은 국내 에너지 사용량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에 2050 탄소 중립 정책 실현을 위해서는 건물에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에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뿐만 아니라, 국내 정부에서도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를 추진하며 보급해나가고 있다. 현재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범위는 공공건축물 연면적 1,000㎡ 이상이지만, 2050년에는 공공과 민간, 면적에 관계없이 전 건물의 1등급(에너지 자립률 100% 이상)이 의무화될 예정이다. 결국, 목조건축 산업도 내화구조나 차음구조 등의 이슈뿐만 아니라, 이러한 제로에너지 목조건축에 대한 이슈도 대비해야 함을 의미한다.

지난 연재 기사인 슈퍼-E 하우스 인증에 서도 언급하였지만, 저에너지 건축물뿐만 아니라, 제로에너지건축물 또는 넷제로 에너지 건축물의 계획 및 설계단계에서 필수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행위는 에너지 시뮬레이션(Energy Simulation)이다. 건물 에너지 시뮬레이션은 그야말로 초기단계에서 해당 건물에 에너지 소비량이 얼마나 나올지 예측할 수 있다. 또한, 넷제로 에너지 건축물을 구현하기 위해 어느 정도로 패시브적인 요소(단열 성능, 창문 성능 등)를 적용하고, 어느 정도로 액티브적인 요소(신재생에너지 시스템 등)를 적용하여 건물이 소비하는 에너지와 건물 내 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들어지는 에너지를 합산한 총에너지량이 최종적으로 ‘제로(0)’가 되는지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과 건축물 에너지 효율등급평가에서 활용되고 있는 ECO2 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이 ECO2 프로그램의 경우, 목조건축의 구조적이거나 단열적인 특성 등을 반영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 데이터 입력을 통한 보다 정확한 에너지 소비량 예측이 어렵다. 한 가지 예를 들면, ECO2 프로그램은 부위별 열관류율 값을 입력하는 데 있어, 외벽 또는 지붕 각각의 단면 구성에 있어, 하나의 레이어에 연속적인 재료로 돼 있어야 입력이 가능하다.

즉, 철근콘크리트조와 같이 골조자체가 면으로 구성되어 있고, 단열재의 구성도 연속적인 외단열이나 내단열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경골목구조 벽체나 지붕의 경우, 하나의 레이어에 등간격의 목재가 배치되고, 목재 스터드나 서까래 사이에는 단열재가 구성되는 방식이므로, Framing factor가 적용되어야 공칭 열관류율 값(Nominal U-Values)이 아닌, 실효 열관류율 값(Effective U-Values)을 산정할 수 있다.

목조건축의 특성들이 반영된 에너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캐나다 정부(천연자 원부)에서 제공하고 있는 HOT2000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목구조의 특성을 반영한 실효 열관류율 값 산정이 가능하다. 재료 및 수종, 부재 사이즈, 시공간격 등을 입력할 수 있고, 벽골조 사이에 시공되는 단열재에 대한 스펙도 넣을 수 있다. 뿐만아니라, 윗깔도리와 아랫깔도 리의 개수 정보도 입력할 수 있다. 그리고 경골목구조 외부 벽체가 ㄱ자 또는 T자 등의 형태로 만나거나 내부 벽체와 외부 벽체가 만나는 부분의 경우, 각각 코너(Corner) 와 교차점(Intersection)이 발생되어, 상대적으로 단열재를 충분히 채울 수가 없는 데, HOT2000 소프트웨어서는 이러한 코너와 교차점의 열교에 대한 변수를 반영할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목구조의 특성을 반영된 요소들이 있으며, 넷제로 에너지 목조건축 구현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요소들도 입력할 수 있다.

이렇게 목조건축의 구조적이고 단열적인 특성 등을 적용할 수 있는 에너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HOT2000이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건축물 에너지 효율등급평가나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에서는 외산 에너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인정되지 않고 있다. 에너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활용되고 있는 ECO2 프로그램에 목조건축의 특성도 고려하여 개선되거나, 국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제도에서 캐나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제공되고 있고, 목조건축의 특성이 고려되어 있는 HOT2000 프로그램을 인정할 수 있는 별도의 기준들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