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공학회 이사, 국민대 임산생명공학과 겸임교수 박상범 박사/ph.D
한국목재공학회 이사, 국민대 임산생명공학과 겸임교수 박상범 박사/ph.D

나. 입목상태에서 세라믹 목재의 제조

수목이 자라는 과정에서 졸 상태의 무기물 전구체를 목재 내에 침투시켜 생체 자기 조립에 의해 겔 상태의 무기질복합화목재를 만들어 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즉 살아있는 나무의 증산 작용을 이용하여 무기질복합화목재를 제조하고자 하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최근 발표되었다(Jiangtao Shi et al. Polymers 2022, 14(15), 3103)

인공 조림목은 목재자원의 수급 불안을 완화시키는 중요한 자원이나 천연림에서 생산된 목재에 비해 물성이 약하고, 저밀도, 치수안정성 불량, 부후성 등의 단점을 가지고 있어 목재제품의 적용을 제한한다. 일반적으로 성장이 빠른 인공 조림목의 단점은 수지 함침, 고밀화, 열처리, 아세틸화 등의 다양한 기술을 통해 개선 또는 강화될 수 있다.

나무의 화석인 규화목(petrified wood, 그리스에서 유래했으며 "나무가 돌이 되었다."라는 뜻)은 칼슘과 규소로 구성된 무기광물이 오랜 시간 목재에 침투하여 목재의 밀도와 경도를 증가시킨 것이다. 규화목(硅化木)은 식물이 화석화되어 생장의 모습이 남아있는 특별한 유형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나무나 나무 같은 생물이 무기성분 삼투 과정의 결과로 완전히 돌로 바뀌었다. 줄기 조직의 원래 구조를 유지하면서 모든 유기물은 무기물(광물)로 치환되어 있다. 무기물의 퇴적은 주로 뿌리와 물관의 세포공을 통해 나무 조직으로 운반된 토양의 양이온과 음이온이 나무의 실질 세포에서 자기 조직화에 의해 생광물화를 이룬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바이오미네랄화(biomineralization, 生鑛物化)는 환경으로부터 유기물과 무기물을 생물체가 받아들여 잘 조절된 생리활성을 이용하여 기능이 있는 구조물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림 15. 살아있는 포플러 나무의 바이오미네랄화 개질의 개략도(Polymers. 2022, 14(15), 3103)

폐광 지역에서 발생되는 증금속을 나무가 자라면서 흡수하여 생체에 담아두는 식물 복원(phytoremediation) 연구는 국내에서도 수행된 바 있다(한국농정신문. 2013. 7.19. 폐광지역 중금속 흡수하는 ‘포플러’ 개발). Phytoremediation은 식물이 유해물질을 흡수․축적․분해 등의 기능을 이용하여 오염된 토양이나 수질을 복원․정화하는 기술이다. Phytoremediation의 어원은 식물을 의미하는 Phyto-라는 접두어에다 치료, 복원을 의미하는 Remediation을 붙여 만든 단어로 식물을 이용한 환경정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식물이 뿌리로부터 수분이나 양분을 흡수하는 능력을 이용하여 토양이나 지하수로부터 유해물질을 없애는 방법을 말한다.

나무 자체의 생광물화에 의한 무기질복합화목재의 제조에 대한 연구는 시작에 불과하다. 이 연구에서는 포플러를 연구 대상으로 하여 포플러 목부(깊이 3cm)에 테트라에틸오르소실리케이트(tetraethyl orthosilicate, TEOS) 에탄올 용액을 천천히 주입하는 서방형 점적법(slow-release drip)을 채택하였다. 점적관수용 물주머니를 나무에 매다는 방식과 같은 것인데, 땅속이 아니라 나무에 작은 구멍을 내어 직접 약액을 천천히 주입하는 방식이다. 개질된 신생목의 해부학적 변화에 주목하여 X선광전자분광법(X-ray photoelectron spectroscopy, XPS)와 에너지분산X선분광법(energy-dispersive X-ray spectroscopy, EDS)를 통해 목재 조직에 함유된 화학성분을 구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생광물화는 빠르게 생장한 입목(立木)의 개질을 위한 새로운 모델로 채택될 수 있는 ‘살아 있는’ 생명 시스템이다.

그림 16. 바이오미네랄화 개질 이태리 포플러(10년생)의 원판 사진. (a) 무처리, (b~d) 1, 10, 100 mmol/L TEOS 주입 그룹, (e), SiO2 콜로이드 개질 원판. 검정 화살표는 주입구.(Polymers 2022, 14(15), 3103)
그림 16. 바이오미네랄화 개질 이태리 포플러(10년생)의 원판 사진. (a) 무처리, (b~d) 1, 10, 100 mmol/L TEOS 주입 그룹, (e), SiO2 콜로이드 개질 원판. 검정 화살표는 주입구.(Polymers 2022, 14(15), 3103)

무기물로 개질된 포플러를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무기물은 황갈색을 띠며 도관, 목섬유, 방사세포에 고르게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형성된 목재의 경우, 이러한 함침 처리는 도관의 직경과 조직 비율을 감소시키고 섬유-조직 비율, 2차벽 두께 및 미세섬유 각도를 증가시키는 데 기여했다. 더욱이 이러한 변화는 전구체의 농도와 관련이 있었다. EDS 분석은 목재세포의 퇴적물이 C, O, Si, K 및 Ca의 원소 조성임을 입증했다. XPS에 의해 추가로 확인된 개질목재에는 산화규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무기물은 새로 형성된 목재, 주입 지점 및 이전에 형성된 목재에서 다른 함량을 나타냈다. 푸리에변환적외선분광법(Fourier transform infrared spectroscopy, FTIR) 테스트는 목재와 무기물질 사이에 화학 반응이 아니라 물리적 부착 또는 증착이 발생했음을 입증했다. 적절한 농도로 처리한 후 샘플에서는 인장강도와 탄성계수가 증가했다. 서방형 드립 방법을 통해 목부로의 전구체가 물관부의 수분과 결합하여 가수분해, 중축합, 자기조립 등의 반응을 유도하여 무기질복합화목재를 형성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최근 Liu는 2년생 포플러 나무줄기에 구멍을 뚫어 알칼리성구리4급 방부제(ACQ)를 주입하고 ACQ 방부제의 농도가 재내 분포에 미치는 영향 요인을 조사했다(Wood Sci. Technol. 2019, 53, 373–391). 전통적인 ACQ(Alkaline Copper Quaternary) 가압처리 목재의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살아있는 나무가 자라는 동안 방부제를 주입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주사전자현미경, X선광전자분광법 및 푸리에변환적외선분광법을 사용하여 나무의 다양한 높이에서 방부제의 고정 및 분포를 검사했다. 살아있는 나무의 방부제 유량은 일사량과 기온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그 중에서 일사량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출 실험 결과, 가압 처리된 시료와 비교하여 주입 처리된 시료의 ACQ-D 침출 속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부제는 주로 도관과 섬유에 분포되어 있었다. 탄소원소 C1과 C3의 함량이 증가한 것은 방부제가 나무에 안정적으로 고정되었음을 의미하였다. 또한 구리의 고정 부위는 주로 헤미셀룰로오스와 리그닌인 것으로 밝혀졌다(그림 17 참조).

그림 17. 전체 단면적에 대한 ACQ-D 분포 면적의 백분율((Wood Sci. Technol. 2019, 53).
그림 17. 전체 단면적에 대한 ACQ-D 분포 면적의 백분율((Wood Sci. Technol. 2019, 53).

Shi 등은 포플러(8년생)와 소나무(54년생) 줄기에 TBOT(tetrabutylorthotitanate)/무수에탄올을 주입한 결과, 목재 도관에 구형의 균일한 TiO2 입자가 형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Key Eng. Mater. 2011, 474–476, 2189–2192). 그러나 소나무에서는 TiO2 나노입자를 생성할 수 없었다. 이 연구는 살아있는 나무의 목질부 세포에서 목재-나노 생물학적 복합재료가 생성된다는 가설을 뒷받침하였다(그림 18 참조).

그림 18. 목부 세포벽 방사단면의 SEM 이미지. a), c) 처리 전 b), d) TiO2 나노입자 침착 후. a), b) 포플러 c), d) 소나무 (포플러에서는 TiO2 나노입자가 관찰되나, 소나무에는 관찰되지 않음)
그림 18. 목부 세포벽 방사단면의 SEM 이미지. a), c) 처리 전 b), d) TiO2 나노입자 침착 후. a), b) 포플러 c), d) 소나무 (포플러에서는 TiO2 나노입자가 관찰되나, 소나무에는 관찰되지 않음)

살아있는 나무의 생체모방(biomimetics, 生體模倣) 생광물화(biomineralization, 生鑛物化 ) 기술은 단순히 세라믹 목재의 제조에 국한되는 기술이 아니라 금후 국산목재의 고기능화, 고내구화 및 화학적 재질 개량 연구 분야에서 연구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주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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