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는 여자가 하기 힘든 직종? 선입견 깨버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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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는 여자가 하기 힘든 직종? 선입견 깨버리고 싶었다”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 최은영
  • 김미지 기자
  • 승인 2019.09.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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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목재신문=김미지 기자] 지난달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제45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가구직종에 67년 만에 여성 선수가 출전해 큰 기대를 모았다. 최은영(21.에몬스가구) 선수는 주변 선배들과 선생님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대회에 출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아쉽게도 메달은 놓쳤지만 더욱 값진 것을 얻었다고 말한다. 대회가 끝나자마자 모교를 찾아가 후배들에게 대회 경험과 노하우를 전하고 있는 국가대표 최은영 선수를 만났다.

전국대회 금메달리스트에서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메달도 가져갈까요?” 단독 인터뷰가 처음이라는 최은영 선수는 다른 이십대와 다를 바 없이 청바지와 티셔츠, 운동화 차림으로 인터뷰 장소에 도착했다. 나이는 스물한 살이지만 가구경력으로 친다면 올해로 벌써 5년째. 특성화 고등학교 재학시절 친구의 제안으로 가구에 입문하게 됐다.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적성을 찾은 셈이다. 

제45회 러시아 카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작업중인 최은영 선수의 모습.

그 해 처음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7등이라는 성적을 거두며 국가대표의 꿈을 키워온 최은영 선수. 남자들이 많은 가구직종에서 그녀는 언제나 홍일점이었다. 훈련이 힘들 때마다 ‘대한민국 여성 최초의 금메달리스트는 바로 나’라고 되새기며 연습에 매진했다. 2017년 제주도에서 열린 제52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여성 최초로 가구직종 금메달리스트에 오르게 되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됐다. 그 후 2년 동안 작업실에서 매일 10시간씩 연습만 했다는 최 선수는 지난 8월 제45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오랜 연습의 결실로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부모님 목에 메달을 걸어준다는 약속을 이루지 못 해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어요.”  

Q. 67년 만에 가구직종 국제대회에 여성 선수가 출전했다. 각오가 남달랐을 텐데.
여자도 얼마든지 가구직종 국가대표로 참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방대회 가구직종에 여자 선수가 출전한 것도 처음이었고, 전국대회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거든요.

Q. 가구직종에서 여성이라 힘든 점은 없는가?   
가구 자체가 무겁고 만들 때 큰 기계를 사용하다 보니 섣불리 도전하지 못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막상 해보면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처음에는 남자 선수들도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거든요. 섬세함과 집중력이 더욱 중요한 만큼 여자들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직종이라고 생각합니다.  

Q. 대한민국은 종합 3위에 올랐다. 스스로의 성적에는 만족하는가?
올해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상향됐다고 들었어요. 제한시간도 23시간에서 21시간으로 줄어 더욱 힘들었죠. 가구 도면도 굉장히 까다로웠고요. 대회 도중 목공기구에 손가락을 베여 피가 나기도 했어요. 재빨리 장갑을 껴서 다친 부위를 가렸죠. 대회 도중에 다치면 예외 없이 작업을 중단하고 치료를 받아야 하거든요. 그러면 최소 15분을 그냥 날리는 셈이죠. 비록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우수상을 받은 것으로도 만족하고 있어요. 오히려 우리나라 종합 성적이 많이 아쉽죠. 재작년 경기 때는 2위를 차지했었는데, 중국선수들이 이를 갈고 나왔더라고요.(웃음) 

Q. 이번 전국대회에서 꼭 이루고 싶었던 게 메달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훈련 중에는 메달을 따겠다는 마음이 강했어요. 가구직종에 여자 선수가 출전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기에 주변에서 거는 기대치도 컸죠. 저를 믿고 응원해주는 선배들과 선생님들이 큰 힘이 됐어요. 특히 가족들이 제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배려해 줬죠. 대회가 끝나고 고마웠던 사람들과 힘들었던 과정들이 모두 생각나서 펑펑 울었어요. 이번 대회를 통해 배운 게 있다면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에요. 

Q. 가구는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했나?
특성화학교 2학년 때 처음 시작했어요. 같은 반 친구가 가구제작반을 제안했는데 결국 그 친구는 자기와 맞지 않는 직종이라며 얼마 못 가 반을 바꿨어요. 처음엔 건축 디자인에 관심이 있었는데 가구를 만들다 보니 이게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원래 제 성격이 뭐 하나에 오래 몰두하지 못해요. 하지만 가구는 달랐어요. 가구제작을 하면서 스스로 실력이 느는 게 보였죠. 또 선배들이 칭찬을 많이 해주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Q. 가구를 직접 살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제작한 가구들은 어떻게 관리하는가?

국제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최은영 선수의 목재 수납장

집에 셀 수 없이 많아요. 동생 화장대까지 제가 만들었죠. 너무 많다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거나 후원 목적으로 판매하기도 했어요. 기억에 남는 작품은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딴 수납장이에요. 제가 봐도 완성도가 높아서 집에 꼭 가져오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입상 작품은 전시를 하기 때문에 선수들도 못 가져가도록 돼 있더라고요. 그때는 조금 아쉬웠어요.

Q. 국가대표가 되는 과정은 어떠한가? 
국가대표 선발 과정은 도 대회에서 3명을 뽑고 전국대회에서 분야별 1, 2등을 뽑아요. 뽑힌 선수들은 전년도 전국대회 1, 2등 선수와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고, 최종 1등 선수가 국가대표가 되는 구조예요. 기능인들에게 국가대표 자격은 일생일대의 단 한 번 주어져요. 기술은 숙련도에 따라 실력 차이가 나기 때문에 23세 이하만 딱 한 번 참가할 수 있어요. 

Q. 가구직종은 국제대회에서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가?
짜맞춤 가구를 만들어요. 국제대회는 독일에서 도면을 받아와 그날 선수들에게 공개돼요. 맞춤의 틀, 문의 간격, 홈의 크기, 표면 마감 등 섬세한 작업에서 심사가 갈리죠. 이번에 국제대회를 경험해보니까 훈련했던 부분과 다른 점이 많았어요. 우리나라는 전국대회 위주로 훈련이 이루어지는데 국제대회에 맞는 훈련 과정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Q. 연습량이 상당할 것 같다. 훈련기간에는 보통 몇 시간 정도 작업을 했나?
저는 학교에서 오전에 실무실습사로 일하고 오후부터는 작업실에서 훈련을 했어요. 시간으로는 10시간 정도. 처음에는 다른 선수들이 잠도 안 자고 새벽까지 훈련을 하니까 불안한 마음에 똑같이 따라했는데 제 패턴과는 안 맞더라고요. 저는 잠자는 시간과 훈련시간을 딱 정해 그 시간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Q.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나? 
본인의 페이스를 찾는 거죠. 처음에는 자기에게 맞는 훈련패턴을 찾기 힘들어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면서 자신에게 딱 맞는 훈련 강도와 시간, 패턴을 찾아야 해요. 주변 선배들의 조언을 귀담아 듣는 것도 중요해요. 선배들이 이야기하는 대회경험과 노하우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다시 한 번 느끼는 거지만 혼자 이루는 성공은 없는 것 같아요. 

Q. 대회가 끝나고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5년 넘게 가구를 만들면서 제대로 쉬어본 적이 손에 꼽는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는 평범한 학교생활이 부러운 적도 많았죠.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친구들과 카페에 가서 수다 떨기, 영화관에서 영화보기 그리고 맛있는 곱창 먹기.(웃음)

Q. 최은영 선수의 1년 후 모습이 궁금하다. 다음 꿈은 무엇인가? 
9월 중순부터 후원해 준 에몬스가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요. 아직 부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새로운 도전이니 기대가 되네요. 이번 대회 목공직종(실내장식, 목공)에 함께 도전했던 동료 선수들과 같이 일 하게 돼 마음까지 든든해요. 아직 뚜렷한 새로운 꿈은 없어요.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1년 뒤에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미지 기자   giveme@media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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