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위 하늘정원 백년다리는 재생의 가치를 담은 복합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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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위 하늘정원 백년다리는 재생의 가치를 담은 복합문화공간”
건축가 권순엽 인터뷰
  • 김미지 기자
  • 승인 2019.11.0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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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목재신문=김미지 기자] 노량진과 노들섬을 잇는 한강대교 남단에 2021년 개통될 공중보행교 ‘백년다리’의 모습이 공개됐다. 국제공모 당선작인 건축가 권순엽의 설계안 ‘투영된 풍경’에 따르면 백년다리는 한강 최초의 인도교 ‘배다리’처럼 보행전용교로 조성된다. 한강 위 하늘정원으로 서울의 새로운 명소가 될 백년다리를 현실로 구현중인 건축가 권순엽을 만났다.


‘걷기왕’인 권순엽 건축가는 서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공간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탐색하는 것이 취미라고 말했다.
‘걷기왕’인 권순엽 건축가는 서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공간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탐색하는 것이 취미라고 말했다.

모든 것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것을 발견하는 과정이 디자인이다.

건축가 권순엽(에스오에이피 대표)은 아름다움을 더하는 것이 아닌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포장지를 걷어내고 보이지 않던 본연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것이야 말로 그가 추구하는 건축 디자인이다. 2021년 6월 완공 예정인 한강의 백년다리 역시 한강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군더더기를 빼는 데 집중했다.

지난 7월 국제현상설계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건축가 권순엽의 설계안 ‘투영된 풍경(REFLECTIVE SCAPE)’은 조선 정조시대 ‘배다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었다. 배다리는 조선시대 정조가 수원행차 때 한강을 건너기 위해 작은 배를 여러 척 띄어놓고 그 위에 나무판을 깔아 만든 한강 최초의 인도교다.

백년다리는 기존의 한강대교 남단 구간 아치구조와 교각을 활용해 쌍둥이 다리 사이에 길이 500m, 폭 10m 규모로 설치된다. 기존 한강대교를 이용해 재생차원으로 보행교를 조성한 첫 사례다.

도심 속 녹색숲이자 한강 위 하늘정원으로 조성되는 백년다리는 목재를 사용한 상부데크에 완만한 언덕 형태의 각기 다른 8개 구조물을 연속적으로 연결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배를 걷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보행길을 따라 걸으면 변화하는 높이에 따라 한강의 풍경, 도시 경관 그리고 석양을 다양하게 조망할 수 있다.

건축가 권순엽은 백년다리를 단지 보행 기능뿐 아니라 ‘머무는 공간’이 되도록 전망, 체험,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보행로 곳곳에는 목재 데크를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벤치와 전망테라스, 야외 공연‧전시장, 선베드 그리고 여름에 발을 담글 수 있는 인공 수조가 들어선다. 시민들은 한강의 풍경을 배경삼아 새로운 문화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낮과 밤이 다른 백년다리의 모습도 흥미롭다. 보행데크 주변으로 미세먼지 흡착과 열섬화 예방 효과가 있는 공기 정화 식물, 로즈마리 같은 향기가 있는 식물 등을 이용한 수직정원이 조성돼 낮에 걸으면 시골의 오솔길이 연상되도록 했다. 밤에는 보행로 바닥에 설치된 조명을 활용해 ‘밤하늘의 정원을 연상시키는 빛의 숲’을 연출할 계획이다.

한강다리 공중보행교인 백년다리 조감도(왼)와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 바닥에는 조명을 설치해 빛의 숲(오른)을 연출할 계획이다.
한강다리 공중보행교인 백년다리 조감도(왼)와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 바닥에는 조명을 설치해 빛의 숲(오른)을 연출할 계획이다.

| 한강의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백년다리

설계안 선정 후 백년다리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올해 말까지 최종 설계안을 완성해서 내년 5월 쯤 공사에 들어가 2021년 6월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기본 설계안을 바탕으로 계속 수정‧보완하고 있다. 양쪽에 차도가 있는 한강대교 남단의 특성상 바람이 강하고 소음 문제가 심한데, 이를 해결하고자 방음루프 설치 등 다양한 방법을 고안 중이다.
 
백년다리 프로젝트에 참여한 특별한 계기는 무엇인가?
사실 건축가가 다리를 설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토목 분야인 교량은 건축물 설계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2년간 진행한 제부도 프로젝트를 통해 이미 한번 경험해 봤으니 교량 설계와 공간 브랜딩은 자신이 있었다.
 
조선시대 배다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설계안 아이디어가 인상깊다.
백년다리 프로젝트는 그 안에 담긴 시간에 가치가 있다. 조선 정조시대 ‘배다리(주교・舟橋)’를 통해 백년다리의 역사를 짚어주고 싶었다. 배다리는 백년다리가 들어설 한강대교 남단에 최초로 놓인 인도교다. 지금도 노들역에 가면 ‘주교사 터’를 알리는 푯돌이 있다. 200년도 더 된 역사를 앞으로 개통될 백년다리에 담고 싶었다. 설계안의 제목인 ‘투영된 풍경’은 조선 정조시대 배다리부터 100년 전의 한강인도교 그리고 다가올 미래의 연속된 시간을 내포한다. 과거의 풍경과 앞으로의 풍경이 백년다리에 쌓아진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설계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구조와 안전에 초점을 맞추고 디자인과 조경시설은 최소화 했다.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이미 잘 사용하고 있는 한강대교 위에 백년다리를 더하는 작업이라 설계와 건축 과정에서 제약이 많다. 특히 높이부터 사이즈, 재료 선택, 주변 경관까지 고려해야 했다.
 
백년다리의 상부데크 마감으로 목재를 선택했다특별한 이유가 있나?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재료를 좋아한다. 자연에서 생산되는 목재를 좋아한다. 목재의 매력은 제부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처음 알았는데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준다. 또한 석재, 돌을 재료로 한 철, 구로철판, 알루미늄, 유리 등 다른 재료들과의 어우러짐도 좋다. 모던하면서도 인공적인 느낌을 줄 때도 있어 자주 사용하는 재료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자연의 재료로서 한강의 석양빛과 잘 어울려 선택하게 됐다.
 
백년다리가 어떻게 이용되길 바라는가?
100년 후에도 사람들이 백년다리에 담긴 가치를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자연 경치를 감상하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설계 과정에서 한강의 경치를 해치는 요소들은 모두 뺐다. 완성된 백년다리에 올라갔을 때 경치 이외에 다른 인공적인 부분은 보이지 않는도록 하고 싶었다.


| ‘재생’은 숨겨진 보석을 발견해내는 일

건축가 권순엽이 진행하는 건축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재생’이다. 이번에 맡게 된 백년다리 프로젝트 역시 재생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그가 말하는 재생이란 “과거의 공간을 재현함으로써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한다.

백년다리를 포함해 그동안 재생을 주제로 한 작업을 많이 했다.
‘재생’이라는 경험 자체를 좋아한다. 과거에 미처 알지 못했던 현재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제까지 작업한 결과물 모두 재생이라는 주제로 이어진다. 심지어 대학 졸업작품도 한국 최초 상설 영화관인 ‘단성사’를 재생시키는 작업이었다. 지금의 백년다리까지 재생시킬 줄은 몰랐다.(웃음)
 
재생의 특별한 매력은 무엇인가?
최근 재생 건축은 대부분 기존의 건축물에 크게 손을 안 대고 새로운 콘텐츠를 내부에 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포인트는 건축물과 기획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축가가 설계부터 안에 들어갈 프로그램까지 함께 고민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야하는 과정은 분명 어렵지만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끝으로 건축가로서 철학이 궁금하다.
본연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제부도 프로젝트 후에 받은 피드백 중 “제부도가 새롭게 보인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뿌듯했다. 사람들의 생각과 일상을 바꿔 줄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야 말로 제가 지향하는 점이다.

조선시대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묻힌 경기도 화성 현룽원에 참배 가기 위해 배를 밧줄로 엮어 만든 사실상 한강 최초의 인도교.
조선시대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묻힌 경기도 화성 현룽원에 참배 가기 위해 배를 밧줄로 엮어 만든 사실상 한강 최초의 인도교.

Project History 

소다 미술관
오랫동안 방치돼 노후화된 대형 찜질방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미술관. 지붕이 없는 것이 특징이며 기존 골조를 그대로 노출시키고 찜질방의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기능을 상실했던 건물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재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제부도 아트파크
6개의 컨테이너로 조성된 제부도 아트파크는 각각 전시, 조망, 휴게, 이벤트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열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바다를 향해 펼쳐져 있는 이곳은 배치된 각도와 높이에 따라 섬의 경관을 새로운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다.

김미지 기자   giveme@media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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