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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사직동 100계단 성형수술을 하러 들어가는 엄마는이렇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이 수술만 끝나면 엄마는 몸짱으로 거듭날거야. 그런데….” 의식을 잃었던 엄마는 정말로 몸짱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예전 엄마 모습보다 예뻐진 것 같지만 어딘가 어색한 얼굴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엄마는 우리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 사직동 100계단 오랜 역사를 지닌 서울에서 지금 일어나는 개발의 모습을 비유하면 이런 장면이 되지 않을 까요? 지난 7년여 동안에도 많은 것이 사라져 갔습니다. 종로 1가의 피맛골에는 뤼미에르라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고, 그 모습도 황량 한 ‘인조 피맛골’이 생겨났습니다. 만인의 추억이 서려있던 스카라 극장은 등록문화재 지정을 피하기 위해, 하루 아침에 폐허가 되었습니다. 광화문에서 서대문 가는 신문로 안쪽으로 그나마 남아있던 옛 집들과 골목들도 이제는 공사장 펜스 뒤에 파헤쳐진 땅덩어리로 남아있습니다. 마치 머릿속에 조금씩 구멍이 나면서 다시는 떠올릴 수 없는 기억이 되고만 느낌입니다. ▲ 재개발 전 사직동 모습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위로 오르는 비교적 너른 폭의 계단 양쪽으로 단을 두면서 한옥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붕들은 마치 하늘로 살짝 띄워진 손수건이나 보자기마냥 그 선이 아름답습니다. 어느 한 사람이 만든 것도 아닐 텐데, 겹치는 지붕의 선들과 차곡차곡 쌓여진 인내심 강한 축대들, 이야기가 가득한 창들, 그리고 저 위에 있는 집까지 충실히 사람을 인도하는 계단은 보기에도 아름다울 뿐 아니라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무엇이 있습니다. ▲ 100계단만 남은 사직동 재개발 모습 계단은 모두 58개이지만, 동네 사람들은 이 곳을 100계단이라 불렀습니다. 북촌보다 자연스러운 길과 한옥들, 근대의 건물과 커다란 나무들, 인상 좋은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이란 사직동의 인상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수백년은 이어져 내려왔을 지형과 길들, 대를 물려가며 살던 한옥들, 그리고 같이 어울려 살던 이웃간의 정은 무엇으로바꿀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사직동이 철거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달려간 현장에서 간신히 남아있던 100계단을 발견했습니다. 눈물이 나더군요. 그리고 몇년 뒤, 그곳에는 얼토당토 않은 ‘스페이스本’이란 이름의 몇 동 짜리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경희궁의 아침’보다 뻔뻔한 이름으로 말입니다. 글/사진_구가도시건축연구소 조정구 대표 2008년 8월 16일 제 2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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