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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 세운상가 옆 장사동 길을 누빕니다. 벽에는 먼지가 아닌 쇳가루들이 오랜 켜를 이루고 쌓여 있습니다. 이 곳은 공구와 부품가게들이 밀집한 곳으로, 가게 하나하나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대략 한옥의 한 칸, 때로는 반 칸 정도 폭으로 거리에 접하고, 속으로는 그 2배나 3배 정도로 깊습니다. 추측하건데 원래는 한옥 한 칸 한 칸에 자리했던 것이 관성으로 이어져, 콘크리트 건물이 지어졌어도 그폭을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답사가 아니면 들어서지 못할 어두운 복도를 들어섭니다. 인사동 같이 손님을 기다리면서도 수줍게 자리하는 그런 골목의 가게나 식당들이 아닙니다. 길가에 무리지어 서있는 사내들처럼, ‘ 쇳때가 낀 가게들’은 우리와 같은 불청객의 뒷덜미를 당기듯 보고 있습니다. 어두운 골목이 끝나고, 뜬금없이 작은 마당이 나온 뒤에 길은 다시 다른 건물의 복도로 이어집니다. 그 복도를 지나는 순간, 이제까지 보지 못한 밝은 골목길, 정확히는 무척이나 거친 목재 트러스에 노란 빛을 머금은 비닐슬레이트의 ‘원초적인 아케이드’와 조우합니다. 이곳이 바로 ‘장사기계공구상가’입니다.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한 쪽으로는 가게들이 전동모터나 기계톱날 등을 팔고, 다른 한 쪽에는 철판을 가공하여 덕트 등을 만드는 작업장이 있습니다. 위로는 비를 맞지 않게, 또 사람들이 오가도록 만든 빛이 드는 트러스가 있습니다. 모퉁이가 보이는 사진은 뱅뱅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ㅁ자 루트’의 하나일 뿐입니다. 건물이 원래 어떤 것이었는지 여기서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확실한 것은 이 가게들이 길을 중심으로 서로 모여, 화장실과 세면장을 같이 쓰고, 길에는 ‘장사기계공구상가’라는 한 개의 커다란 간판을 내걸고, 그 뒤로 자기 가게 이름들을 두었다는 사실입니다. 도시속에 비슷한 것, 혹은 연관 된 것들이 집합을 이루는 것이 생존에 훨씬 유리함을 진즉이 알고 있는 까닭입니다. 나아가 이들 ‘황금빛 아케이드’는 다른 골목과 건물 속의 복도들로 실핏줄처럼 얽혀져 도심 속 커다란 미로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벽 한켠에 붙어 있듯 자리한 작은 구멍가게며, 깊은 복도와 안 쪽 골목을 지나야 만나는 이 곳 사람들만 알고 있는 ‘간판도 이름도 없는 식당들’은 이 곳 생태계의 네트워크가 얼마나 긴밀하며 내적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글/사진_구가도시건축연구소조정구대표 2008년 10월 16일 제 2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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