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성공한 화가 다비드(매즈 미켈슨)는 놀아달라는 딸을 뒤로 한 채 아내 아닌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그 사이 딸이 수영장에서 익사하는 사고가 벌어진다. 그로부터 5년 후, 아내와도 이혼하고 밑바닥까지 추락한 다비드는 우연히 과거로 통하는 문을 발견하고 5년 전으로 돌아간다. 딸을 무사히 구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과거의 자신과 맞닥뜨린 다비드는 실수로 자신을 죽이고 만다. 과거의 자신으로 위장한 채 딸과 아내와의 새로운 행복에 빠져있던 그를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었는데….

<박하사탕>의 설경구가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쳤던 마냥, 사람은 누구나 많든 적든 간에 과거에 대한 향수(nostalgia)를 갖고 있다. 아무리 힘든 시간들이었대도 지나고 나면 ‘그때가 좋았지’라면서 미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사람의 머리가 부정적인 기억은 망각하고 긍정적인 사건만 선별·저장하는, 편리한 자기 방어 기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렇듯 힘들고 어려운 현실에 대한 도피적 성향으로 아름다운 기억만 간직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현상을 ‘무드셀라 증후군’이라고 한다.

과거로 회귀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줄기차게 영화를 통해 변주돼 왔다. ‘나비효과’가 있고 ‘시간을 달리는 소녀’, ‘터미네이터’도 있으며 추억 속 ‘백 투 더 퓨처’도 떠오른다. ‘과거로의 여행’이라는, 이제는 평범해 보이기까지 하는 설정에서 출발하는 <더 도어>는 여기에 ‘나 자신을 내가 죽인다’라는 도발적이고 신선한 양념을 첨가해 기존의 시간 여행 영화들과 차별화된 판타지 스릴러를 선보인다.

<더 도어>는 과거로 회귀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실현가능해졌을 때 예상될 수 있는 부조리하고 미묘한 문제들을 첨예하게 물고 늘어진 영화다. ‘자신을 살해’하는 값비싼 입장권을 치루고서 과거에 안착한 다비드는, 늘 깨어질까 불안한 유리 같은 행복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헌데 영화는 여기서 또 한 번 난감한 상상을 덧붙인다. 미래에서 온 자가 다비드 혼자가 아니라면? 평온한 듯 보였던 마을은 어느 샌가 미래로부터 온 이민자들로 대체돼 있었고, 비밀을 은폐하고 과거에서의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폭주가 더해지면서 영화는 점점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접어든다.

결국 시간의 문은 영원히 허물어지고 덩그러니 둘만 남게 된 다비드와 (미래에서 온) 마야는 살며시 손을 맞잡는다. 현재의 불행을 되돌리기 위해 과거로 왔지만 결국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원점으로 돌아온 그들은 다시금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더 도어>는 이 잔혹동화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문제점을 과거에서만 찾으려 할 때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을 토대로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을 때, 행복은 가능한 것이라고 말이다.

아키프 피린치의 소설 ‘시간의 문’을 안노 사울 감독이 영화화한 <더 도어>는 독일영화다운 절제된 분위기와 안정된 연출력으로 철학적 판타지 스릴러의 만듦새를 보여준다. <오퍼나지-비밀의 계단>, <렛 미 인> 등 판타지 스릴러 수작들을 발굴한 권위 있는 영화제인 제라르메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